허밍.
가수 겸 화가 솔비(권지안)가 돌아가신 아버지께 전하는 마음을 담은 편지처럼 화폭 위에 앉은 이 운율은, 어느덧 15년 넘게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가 대중과 소통하는 길(로드)이 됐다.
솔비는 지난 4일부터 서울 강남구 갤러리 위 청담에서 개인전 ‘허밍 로드’를 진행 중이다. 그간 꾸준히 탐구해 온 자신만의 언어 ‘허밍’을 중심으로, 지난해 프랑스 아를을 방문해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의 배경이 된 론강을 직접 마주한 경험이 바탕이 된 회화 작품 30여 점으로 채워진 전시다.
이전 작품에 비해 한층 화사해진 톤에 힘입어 따스하고 포근한 분위기가 갤러리 전체를 감싼다. 어떤 작품이라도 기본적으로 예뻐야 한다는 작가의 추구미처럼, 한눈에 봐도 ‘예쁜’ 작품들에 홀려 관람하다 보면 첫인상에서 나아가 작품의 남다른 깊이가 묘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마치 화려하면서도 한편으론 수수한 작품 속 풍경 안에 실제로 들어가 있는 듯, 이 허밍 로드를 따라 걷는 느낌은 썩 즐겁다.
그의 우직하고도 은은한 허밍이 대중에 닿은 걸까. 갤러리는 평일 오전임에도 적잖이 북적였다. 미술 애호가들의 갤러리 투어 문의는 물론, 개별 관람객의 발길이 쉼 없이 이어졌다. 작가의 작품 세계를 심오하게 탐닉한다기보단, 그가 정성스레 펼쳐놓은 길을 따라 걷는 듯 편안한 관객들의 표정도 눈에 띄었다.
여러 작품에서 눈길을 끄는 건 그의 허밍 로드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사이프러스 나무다. 소속사 지안캐슬 관계자는 “솔비는 사이프러스 나무를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상징적 존재로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보이지 않는 허밍이 경험적으로 발현된 상징인 셈이다.붓 대신 손가락을 사용하는 지두화(指頭畵) 작업 방식도 인상적이다. 물감을 직접 얹고 밀어내는 신체적 행위로 두터운 물질성과 색채의 층을 구축하고, 화면에 감정의 밀도와 시간의 흔적을 담아냈다. 소속사에 따르면 솔비는 2015년 KBS2 ‘뮤직뱅크’에서 화제가 됐던 퍼포먼스 페인팅 이후 신체를 작업 도구로 고수해 왔다. 감정과 리듬감을 전달하는 데 용이해서인데, 이 표현법 또한 지난 10년의 내공과 함께 진화해가고 있다. 작품의 양감을 더함과 동시에 뚜렷한 임팩트를 남긴다.
이번 솔비의 전시에 대한 관람객들의 반응은 흥미롭다. 갤러리 위 청담 관계자는 “처음에는 권지안 작가가 아닌 엔터테이너 솔비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으로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림을 보고 설명을 들으신 뒤엔 모두들 권지안 작가로 인식하고 나가더라”고 현장 반응을 전했다. 여느 작가와 비교해도 진지한 태도로, 15년 넘게 우직하게 이어온 결과물로써 대중을 설득하고 있는 것이다.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 권지안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확연히 느껴진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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