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파킨슨의 법칙과 우리 공직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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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경제] 파킨슨의 법칙과 우리 공직 사회

경기일보 2026-03-22 19:04:4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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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시릴 파킨슨이라는 영국의 사회학자이자 경영학자는 영국 공무원 조직을 풍자해 이른바 파킨슨의 법칙을 주창했다.

 

파킨슨의 법칙 가운데 ‘사소함의 법칙’이라는 게 있는데 예를 들어 수십억원 또는 수백억원의 공사비는 대부분의 위원이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결국 전문가들이 잘 알아서 했겠지” 하며 불과 2분 만에 통과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몇 백만원의 공사에 대해서는 미주알고주알 따지느라 수시간 격론을 벌인다고 한다. 이러한 파킨슨의 법칙이 우리 의회에도 그대로 들어맞는 것 같다.

 

올해 국가예산이 728조원이라고 하는데 국회의원 300명이 수천억, 수조원도 아닌 무려 728조원이라는 거액은 아무리 잘 따져 보려 해도 제대로 따질 수 없는 금액이라 생각된다. 몇 날, 몇 달을 걸려 따진다 해도 도저히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니 세세하게 따질 수도 없고 수십억 또는 수백억원, 아니 수천억원을 대수롭지 않게 결정하는 것 같다. 국회의원 한 명의 보좌관이 9명 있다 해도 역시 수십만원, 수백만원이면 세세하게 따져 볼 수 있지만 수십억원, 수백억원이면 그들도 도저히 따져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의회의 예산 통제는 허울뿐 실제로는 제구실을 할 수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 수십만명의 공무원이 몇 달에 걸쳐 작성해 올린 예산을 300명의 국회의원이 제대로 심사해 결정할 것이라 기대하는 것 자체가 허망한 일이다. 예산 심의 때 국회의원들이 이른바 쪽지예산이라는 것을 통해 자기 지역구에 수억, 수십억원의 예산을 끼워넣는 일이 종종 있는 것을 보면 단위가 크면 클수록 쉽게 결정하는 것 같다. 노동부 장관도 민주노총에 50억원, 한국노총에도 55억원을 지원하겠다고 하고 내란특검 예산도 205억원이라고 하는데 억 단위여서 쉽게 결정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사례를 보면 우리 공직사회에도 파킨슨의 법칙이 잘 들어맞는 것 같다.

 

파킨슨은 또 공무원의 수는 업무량의 증감과 관계없이 매년 일정 비율로 증가한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는데 하나는 부하 배증의 법칙으로 공무원 관리자는 업무량이 늘어날 때 동료와 협력하기보다 자신의 승진과 위신을 위해 자신보다 낮은 직급의 공무원을 채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상급 관료는 부하직원을 많이 거느리고 있는 관료가 유능한 관료로 평가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되도록 부하직원을 많이 거느리려 하는 경향이 있어 업무량의 증가와 관계없이 매년 일정 비율로 공무원 수가 증가하며 그에 따라 예산을 늘리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인터넷 발달과 인공지능(AI)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수가 계속 증가한 것을 보면 파킨슨의 논리가 잘 맞아떨어진다. 2012년 이후 12년간 국민경제는 저성장으로 신음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 공무원 수는 무려 15만명이나 늘었음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관청 사무실에 들어가 가장 유능한 상사를 알아보는 방법은 역 상사가 거느리고 있는 직원이 몇 명인가를 확인하는 것이다.

 

즉, 부하직원을 제일 많이 거느리고 있는 상사가 바로 유능한 관료라는 점이다. 그러니 관료들은 너도나도 부하직원을 많이 거느리려 하지 재정 형편이나 정부예산 경제성 등을 따져 자기 부하를 줄이려고는 하지 않는다. 공무원 수가 줄기는커녕 계속 늘고 따라서 재정지출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바로 관료사회의 속성이다.

 

저성장에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늘어가는 상황임에도 정부는 공무원 수를 계속 늘려왔을 뿐 아니라 금년에도 국가공무원을 무려 5천351명이나 채용한다고 한다. 관료사회의 속성으로 인한 공무원 증가도 문제인데 근래에는 정부가 공무원 증원이 고용 창출에 일조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 더욱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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