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방탄소년단(BTS)의 광화문 무료 컴백 공연이 서울 도심 유통가에 ‘잭팟’을 터뜨렸다. 광화문 인근 편의점에서 명동의 백화점·면세점까지 매출이 일제히 급증하며, 이른바 ‘아미노믹스(Aminomics·BTS 팬덤이 만들어내는 경제 효과)’가 수치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를 계기로 한류와 관광, 오프라인 유통을 연계한 지속 가능한 산업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편의점 매출 최대 6.5배…생수 9.3배·앨범 214배 ‘팬덤 소비’
편의점 업계는 BTS 공연이 열린 21일 광화문 일대를 중심으로 사상 초유의 특수를 누렸다. CU에 따르면 공연 영향권에 있는 광화문 인근 점포의 매출은 직전 주 같은 요일보다 3.7배 증가했다. 특히 광장과 가장 가까운 대로변 점포 3곳은 매출이 6.5배까지 치솟았다.
매출 상위 품목은 ‘팬덤 소비’가 주도했다. CU에서는 매출 순위 1∼4위를 모두 BTS 앨범이 차지하며 음반 매출이 전주 대비 214.3배 폭증했다. 응원봉에 쓰이는 AAA 건전지는 평소보다 51.7배 더 팔려 매출 5위에 올랐다.
공연을 앞두고 장시간 대기하는 팬들이 몰리면서 간편식과 생수 판매도 급증했다. 김밥 매출은 14.8배, 샌드위치는 12.5배, 삼각김밥은 9.8배, 생수는 9.3배 증가했다.
GS25 역시 광화문 인근 5개 매장의 매출이 전주 대비 3.3배 늘었다. 멤버 진(JIN)이 모델로 활동 중인 ‘아이긴(IGIN) 하이볼’은 18.4배 판매되며 팬덤 파워를 입증했다. 쌀쌀한 날씨 영향으로 핫팩 매출은 58배, 보조배터리는 21배, 건전지는 36배 각각 늘었다.
세븐일레븐은 광화문·명동 상권 40개 점포 매출이 전달 대비 2.2배 증가했고, 핵심 점포는 최대 7배까지 뛰었다. 치킨과 군고구마 등 즉석식품 매출은 전주 대비 26.3배 늘었다. 이마트24도 광화문 일대 점포 매출이 전주 대비 1.4배 증가했고, 일부 점포는 4배까지 신장했다. 이마트24에서는 건전지(5배), 물티슈(3.6배) 등이 매출 상위권에 올랐다.
◇ 관객 수 예측 빗나가 재고 남아…본사가 폐기 손실 지원
흥행 열기에도 불구하고 유통가의 ‘과잉 대비’는 적지 않은 재고를 남겼다. 공연장 인근 인파가 당초 26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실제 집계는 10만4천명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광화문 주변 편의점에는 김밥·샌드위치 등 유통기한이 짧은 간편식 재고가 남았다. 편의점 본사들은 사전 협의에 따라 가맹점주들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폐기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금속 탐지 검색을 거치면 다시 밖으로 나오기 어려운 구조에 동선 차단, 지하철 무정차 등으로 인해 공연장에서 2∼3블록 떨어진 매장은 준비한 물량이 다 소진되지 않았다”며 “공연장 인근 점포 대부분은 본사와 사전 협의해 폐기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일부 매장의 잔여 재고는 가맹점에 폐기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본사가 지원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이벤트를 앞둔 유통업계의 발주 전략과 리스크 관리가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 명동 백화점·면세점 ‘K-특수’…외국인 매출 최대 2.9배
대형 유통 채널도 ‘아미노믹스’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대거 유입되면서 K팝 굿즈와 디저트, 패션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매출이 급증했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경우 공연 준비 및 당일인 20∼21일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 증가했다. 이 기간 외국인 고객 매출은 2.4배로 뛰었다. 베이커리·디저트 매출은 50% 이상 늘었고, 유입 고객이 쇼핑으로 이어지면서 영패션 상품군 매출은 6배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은 BTS 상징색인 보라색 조명으로 명동 일대를 물들이는 ‘웰컴 라이트(Welcome Light)’ 행사를 19∼21일 진행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신세계백화점 본점도 공연 준비가 시작된 20일부터 21일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1% 신장했다. 장시간 야외 대기를 앞둔 팬들이 몰리며 즉석조리(델리)와 디저트 카테고리는 각각 2.8배 매출이 증가했다. 외국인 매출은 2.9배로 뛰었다. 신세계는 본점 신세계스퀘어에서 BTS 컴백을 기념한 미디어아트와 신곡 뮤직비디오를 공개해 팬들의 발길을 끌어모았다.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 역시 같은 기간 외국인 매출이 전주 동기 대비 2.4배 늘며 ‘BTS 특수’를 누렸다.
면세점도 호황을 맞았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은 ‘케이-웨이브(K-WAVE)존’을 중심으로 글로벌 팬들을 집결시켰다. 20∼21일 매출은 전주 대비 1.5배 증가했고, 영국인 고객 매출은 3배, 미국인과 인도네시아인 고객은 각각 2.7배 늘었다. BTS 굿즈 매출은 전주 동기 대비 약 85% 증가했으며, 키링·퍼즐은 물론 칫솔 세트, 일회용 밴드 등 실용 굿즈까지 잇따라 품절됐다.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은 외국인 개별관광객(FIT)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배 늘었다. 구매 고객 수는 약 27% 증가해 객단가가 크게 높아졌다. 한류 스타 체험 공간 ‘스타에비뉴’ 방문객도 3월 평균 대비 16% 늘었다.
◇ “한류+관광+유통, 일회성 아닌 구조화 필요”
전문가들은 이번 BTS 광화문 공연이 단순한 ‘K팝 특수’에 그치지 않도록, 한류 콘텐츠와 도심 관광, 유통을 결합한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관광객들이 공연 전후로도 홍대, 성수동, 남산 등 유명 지역을 많이 방문할 것”이라며 “공연 전후 주요 관광지 매출도 대폭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예쁜 거리를 만들거나 이번 공연 같은 행사가 빈번하게 열리면 소비자를 밖으로 나오게 하는 요인이 된다”며 “규모가 작더라도 공연이나 관련 굿즈가 많이 생기면 산업 효과가 축적된다”고 분석했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BTS를 보려고 온 관광객들이 재방문하도록 만드는 등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유통기업뿐 아니라 정부도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뮤직비디오 촬영지를 투어 상품과 연계하거나, 한 번 방문한 관광객이 동반자를 데려오도록 프로그램을 확대하면 효과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광화문 한복판에서 열린 BTS의 컴백 무대는 K팝 공연이 도심 상권과 관광, 유통을 동시에 움직이는 거대한 플랫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아미노믹스’가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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