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美에 교전 중 함정 파견은 '헌법상 제약' 설명…정전 이후 가능성은 열어놔
이란 외무 "日선박 호르무즈 통과 용의" 보도에 日외무상 "관련 논의 한 적 없어"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공헌' 요청에 정전 이후 기뢰 제거용 함정 파견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22일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전 이후 기뢰 제거를 위해 자위대를 호르무즈 해협에 파견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일본의 기뢰 제거 기술은 세계 최고"라며 "정전 상태가 돼 기뢰가 (항행의) 걸림돌이 되는 경우는 (파견을)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함정 파견과 관련해 무력행사를 포기하도록 한 헌법 9조의 제약이 있다고 언급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수긍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과 구체적 사안을 약속하거나 미국이 내준 숙제를 갖고 돌아오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담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이란을 강력히 규탄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우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했던 호르무즈 함정 파견에 대해서는 전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는 어렵다고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카이치 총리는 "앞으로도 할 수 있는 것은 확실히 할 것"이라며 미국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는 향후 일본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항행을 위해 공헌할 방법을 미국에 전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에 임하면서 모테기 외무상이 가능성을 시사한 '교전 종료 이후 소해정 파견'을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로 이 카드를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아사히가 전했다.
일본 자위대법은 정전 이후 기뢰 제거를 인정하고 있으며, 1991년 걸프 전쟁이 끝난 이후 해상자위대 소해정을 페르시아만에 보내 이라크가 부설한 기뢰를 제거한 사례가 있다.
일본 정부는 전반적으로 미일 정상회담을 무난히 넘겨 일단 안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 총리는 전날 미국에서 귀국길에 오르며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일·미 동맹을 한층 강화하고 양국 경제 발전을 위한 구체적 방법을 확인할 수 있었던 유의미한 방문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일본 국익을 최대화해 세계 평화와 번영을 만들어내는 강력한 외교를 적극적으로 전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다카이치 총리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사실상 실질적 성과가 거의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일본 정부 내 분위기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화를 내지 않았다는 차원의 안도감에 지나지 않는다"며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쟁, 유가 급등, 트럼프 행정부 관세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회담을 마쳤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힘을 행사해 세계 분단을 심화하고 있다"며 양국이 군사, 경제, 정치 문제의 해법을 찾지 않으면 미일 동맹이 고립을 자초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모테기 외무상은 이란 당국이 구금했던 일본인 2명 중 1명이 풀려났다고 이날 밝혔다.
석방된 일본인은 작년 6월 체포됐으며 이날 귀국했다. 아직 풀려나지 않은 일본인은 올해 1월 구금된 NHK 테헤란 지국장으로 보인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교도통신과 인터뷰에서 일본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허용할 의사가 있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서는 아라그치 장관과 전화 통화에서 관련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유조선이 있고 모두가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란 측에 일본 선박만 항행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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