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넘게 모습 공개않고 메시지도 대독…이란, 후계 정당성 홍보에 주력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폭사한 부친의 뒤를 이어 이란의 새로운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지 2주가 지났지만, 그의 생사를 둘러싼 논란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가운데, 모즈타바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 당시 부상해 러시아로 이송됐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이란 내부에서조차 모즈타바가 살아있기는 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모즈타바는 지난 12일 취임 후 첫 연설을 통해 '피의 복수'를 다짐했지만, 당시 메시지는 국영 TV 앵커를 통해 대독됐다.
지난 20일 이란의 새해 명절 노루즈를 맞아 발표한 신년사도 마찬가지였다.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이후 단 한 번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물론 육성조차 공개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이란 당국이 공개하고 있는 이미지는 대부분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것이거나 촬영 연도를 알 수 없는 오래된 것뿐이다.
WSJ은 이란 시각이미지 전문가들과 함께 모즈타바의 사진을 분석한 결과 상당수가 AI로 생성됐거나 조작됐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모즈타바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 프로필 사진은 구글 AI로 과거 사진을 수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일각에서는 모즈타바를 '골판지 아야톨라'라고 조롱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온라인에서는 정권 지지자들이 골판지로 만든 모즈타바의 모습에 환호하고 있는 모습이 담긴 AI 영상이 퍼져나가기도 했다.
서방은 물론 이란 당국자들도 모즈타바가 폭격으로 다쳤다는 사실은 공통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문제는 부상의 정도가 어느 수준이냐는 것인데, 최근 털시 개버드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모즈타바가 중상을 입었고 이에 따라 이란 지도부에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란 당국자들은 모즈타바가 여전히 살아서 권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보안상의 이유로 은신하고 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이스라엘이 이란 지도부를 표적으로 삼고 있는 만큼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은둔하고 있다는 의미다.
WSJ은 모즈타바의 이런 은둔형 행보가 과거의 행적과도 일치한다고 짚었다.
모즈타바는 대중 앞에 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언론 노출도 피해 왔다. 그가 언론 인터뷰를 진행한 것은 2021년 단 한 차례뿐이었다.
WSJ은 모즈타바의 생사 논란과는 별개로 이란 정권이 여전히 전투 능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포스터와 광고 이미지 등으로 모즈타바의 권력 승계 정당성을 홍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 정권이 공개하고 있는 이미지 속에서 모즈타바는 주로 부친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이슬람 혁명의 국부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와 함께 등장한다.
페드람 코스로네자드 웨스턴 시드니대학 교수는 "이런 이미지를 통해 모즈타바가 부친의 뒤를 이어 서구 제국주의와 싸우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며 "불확실한 시기에 이란 정권이 시각적 상징을 통해 이란 국민을 교육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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