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최진승 기자] 지난 21일 광화문 광장에서 전 세계 팬들에게 컴백을 알린 방탄소년단(BTS)이 우리 전통 문화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있다. 특히 이번 새 앨범의 주요 트랙에 국보 제29호 성덕대왕신종의 타종 소리를 샘플링해 삽입하면서 한국의 전통 소리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있다. 천 년 전 신라의 하늘을 울렸던 종소리가 첨단 팝 사운드와 만나 새로운 의미로 대중을 매료시키고 있다.
◇ 천 년을 버텨온 금속공예의 정수, 성덕대왕신종
'에밀레종'이라는 애칭으로 더 익숙한 성덕대왕신종은 신라 경덕왕이 아버지 성덕왕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주조를 시작해 771년(혜공왕 7년)에 완성된 통일신라 금속공예의 결정체다. 높이 3.66m, 무게 18.9톤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종 표면에 새겨진 비천상과 모란당초문은 유려하고 섬세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특히 성덕대왕신종은 한국 범종 특유의 '맥놀이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는 유산으로 평가된다. 한 번의 타종으로 생겨난 소리가 긴 여운을 남기며 끊어질 듯 이어지는 이 현상은 과학적으로도 완벽한 공명 구조를 갖추고 있다. 과거 아이를 시주했다는 설화는 과학적 성분 분석을 통해 허구로 밝혀졌지만, 그만큼 완벽한 소리를 만들기 위한 신라인들의 지극한 정성을 방증하는 전설로 남아 았다.
◇ BTS가 불러낸 성덕대왕신종의 의미는?
BTS가 이번 앨범에 성덕대왕신종의 소리를 삽입한 것은 한국적 색채를 더한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종에 새겨진 명문에는 '일승의 원만한 소리(一乘之圓音)'를 통해 중생이 깨우침을 얻고 고통에서 구제되기를 바라는 자비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성덕대왕신종의 타종은 불교에서 '지옥의 중생까지 구제하는 소리'로 통한다. 팬데믹 이후 심리적 고통과 소외를 겪는 현대인들에게 "우리는 연결되어 있으며, 이 소리가 당신의 아픔을 어루만지기를 바란다"는 BTS 특유의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를 고대의 소리에 투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성덕대왕신종은 보존을 위해 실제 타종이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은 '공간_사이' 전시에서 디지털 기술을 통해 이 소리를 완벽히 복원했다. BTS 역시 가장 오래된 유산을 가장 현대적인 사운드와 결합함으로써 살아 움직이는 전통의 힘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음반업계 한 관계자는 "성덕대왕신종의 낮은 주파수와 웅장한 여운이 곡의 베이스라인과 결합해 청자들에게 깊은 명상적 경험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서구권 리스너들에게는 생경한 '맥놀이'의 파동이 오히려 신비롭고 평온한 정서를 전달하면서 K-팝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분석이다.
천 년 전 성덕대왕신종을 만들며 신라인들이 소망했던 '모두가 행복한 세상'에 대한 염원은 이제 BTS의 목소리와 함께 전 세계로 울려 퍼지고 있다. 옛 신라의 종소리가 디지털 비트를 따라 국경과 세대를 초월한 또 다른 울림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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