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를 먹은 뒤 설거지를 하다 보면 다른 음식 얼룩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고추장이나 간장 자국은 비교적 쉽게 사라지는데, 카레가 묻은 그릇은 아무리 빨리 세척을 해도 노란 얼룩이 쉽게 남기 때문이다. 특히 플라스틱 반찬통이나 실리콘 조리도구에 묻은 카레 자국은 여러 번 설거지를 해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카레 얼룩이 잘 지워지지 않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카레 자국은 왜 이렇게 안 지워지는 걸까?'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카레가 노란색을 띠는 이유는 강황 때문이다. 강황에는 '커큐민'이라는 색소 성분이 들어 있다. 이 성분은 단순한 색소가 아니라 염료로도 사용될 만큼 착색력이 강한 물질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강황은 오래전부터 천연 염색 재료로 활용돼 왔다.
커큐민은 물질에 달라붙는 성질이 강하다. 음식에 들어간 상태에서도 쉽게 분리되지 않으며, 한 번 표면에 붙으면 세척 과정에서 완전히 제거되기 어려운 특징을 가진다. 이런 이유 때문에 카레는 설거지에서 가장 까다로운 음식 중 하나로 꼽힌다.
마트에 놓인 카레들. 자료사진. / 뉴스1
커큐민이 잘 지워지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성질에 있다. 커큐민은 물에는 잘 녹지 않고 기름에는 잘 녹는 ‘지용성’ 성분이다. 카레를 조리할 때 식용유나 고기의 지방이 들어가는 이유도 향과 풍미를 살리기 위해서지만, 동시에 이 기름이 색소를 더 잘 퍼지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커큐민은 기름과 결합해 일종의 기름 코팅된 색소 상태가 된다. 그릇이나 조리도구에 묻으면 기름과 함께 표면에 강하게 붙는다. 주방 세제는 기름기를 제거하는 역할을 하지만, 이미 표면에 밀착된 색소 입자까지 완전히 제거하기는 쉽지 않다.
카레 자국이 특히 잘 남는 물건은 플라스틱 반찬통이나 실리콘 조리도구다. 유리 그릇이나 스테인리스 용기보다 플라스틱 용기에 얼룩이 더 심하게 남는 이유도 재질 때문이다.
설거지를 해도 선명하게 남는 카레 자국. 자료사진. / 유튜브 '우니언니'
플라스틱은 유기 화합물로 만들어져 있어 기름과 친한 성질을 가진다. 기름에 녹은 카레 색소가 플라스틱 표면에 쉽게 달라붙는다. 겉보기에는 매끈해 보이지만 플라스틱이나 실리콘 표면에는 미세한 틈이 존재한다.
특히 뜨거운 음식이 담긴 상태에서는 이 미세한 틈이 조금 더 벌어진다. 그 사이로 색소가 스며들면 세제로 씻어도 쉽게 빠지지 않는다. 그래서 카레를 담았던 반찬통이 노랗게 변하는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카레를 먹은 뒤 바로 설거지를 했는데도 노란 자국이 남는 이유 역시 같은 원리다. 이미 기름과 결합한 커큐민 색소가 표면 깊숙한 곳까지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일반적인 세척만으로는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카레 얼룩을 지우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비교적 간단하면서 효과적인 방법으로 자주 언급되는 것이 햇빛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카레 덮밥. 자료사진. / 유튜브 '이종임 스타일 채널'
카레 색소의 핵심 성분인 커큐민은 '빛'에 민감한 특징을 가진다. 특히 자외선에 노출되면 분자 구조가 변화하면서 색이 점차 옅어지는 성질이 있다. 이 때문에 햇빛에 일정 시간 노출시키면 노란 얼룩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
설거지를 한 뒤에도 얼룩이 남아 있다면 햇볕이 잘 드는 곳에 그릇을 두는 방법이 사용된다. 직사광선이 닿는 장소에 일정 시간 두면 색소가 분해되면서 얼룩이 옅어질 수 있다. 이러한 원리는 커큐민의 광분해 특성과 관련이 있다.
실제로 카레를 자주 먹는 지역에서는 이런 방식이 오래전부터 생활 속에서 사용돼 왔다. 인도나 동남아시아에서는 카레 얼룩이 묻은 천이나 식기를 햇볕에 말리는 방식으로 얼룩을 줄이는 사례가 알려져 있다.
카레 자국, 햇빛으로 없애기. 자료사진. / 유튜브 '제이꿀'
햇빛을 활용할 때는 몇 가지 점을 고려해야 한다. 먼저 기름기가 남아 있으면 자외선이 색소까지 제대로 닿지 않기 때문에 설거지를 통해 기름을 먼저 제거하는 것이 좋다. 이후 물기를 닦은 상태에서 햇볕이 드는 곳에 두면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다만 플라스틱 용기를 오랫동안 강한 햇빛에 노출하면 변형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얼룩이 옅어지면 바로 치우는 것이 좋다. 또한 색이 있는 옷이나 천에 카레가 묻은 경우에는 햇빛으로 얼룩이 옅어질 수 있지만 옷감 자체 색이 바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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