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파주] 김희준 기자= 고강도 압박 축구라 하면 단순히 많이 뛰는, 체력이 중요한 축구를 생각하기 쉽다. 아예 틀린 말은 아니다. 체력과 지구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경기 내내 강한 압박을 유지하지 못한다.
그러나 고강도 압박 축구도 좋은 위치 선정과 조직력이 없으면 무의미하다. 개인의 강한 압박 정도는 상대가 어렵지 않게 풀어나올 수 있으며, 그 순간 압박을 가한 팀은 수적 열세에 처한다. 그러지 않으려면 한 선수가 압박할 때 다른 선수들이 패스길이나 예상 이동 경로를 차단하는 움직임이 수반돼야 한다. 상대가 롱패스로 풀어나올 걸 대비해 수비수들까지 적절한 위치 선정으로 상대보다 포지션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올 시즌 파주는 흥미로운 팀이다. 파주는 굳이 따지면 낮은 수비라인을 구축하는 쪽에 가깝지만, 전방에서 강한 압박을 수행하는 것에도 주저함이 없다. 개막 후 4경기에서 보여준 성공률은 나쁘지 않다. 제라드 누스 감독은 충남아산FC와 개막전, 수원삼성과 리그 2라운드에서 패배했음에도 단단한 조직력으로 끈끈한 축구를 펼쳐 호평받았다. 파주는 안산그리너스와 리그 3라운드에서 경기 초반 상대를 강하게 밀어붙여 2-1 승리까지 거머쥐었다.
지난 21일 열린 전남드래곤즈와 K리그2 4라운드에서도 파주의 완성도 높은 압박 축구가 구현됐다. 특히 선수단의 체력이 온전했던 전반에는 경기장 중간 지역에서 촘촘한 수비 블록을 형성해 전남이 쉽사리 전진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전남이 후방 빌드업을 하면 하프라인 부근에 수비 대형을 잡고, 기회가 오면 조직적인 압박을 통해 상대 에게서 직접 공을 끊어내거나 세컨볼을 차지해 역습을 전개했다.
파주가 좋은 압박을 펼친다는 건 공을 가로챈 위치만 봐도 알 수 있다. 파주는 이날 전남의 공을 총 15번 가로챘는데, 그 중 7번을 하프라인 위쪽에서 기록했다. 전남이 파주와 똑같이 15번 가로채기를 했음에도 하프라인 위쪽에서 가로챈 경우가 1번밖에 없던 것과 대비된다. 파주는 비교적 상대 골문과 가까운 곳에서 공을 끊어낸 경우가 많았고, 다르게 표현하면 파주가 전남보다 위협적인 공격을 전개할 기회를 여러 차례 잡았다.
공격 상황에서는 좋은 집중력과 약속된 플레이를 통해 승기를 잡았다. 파주는 전반 22분 코너킥 상황에서 수비가 멀리 걷어내지 못한 공을 유재준이 페널티아크에서 잡았고, 전남 수비 두세 명이 달라붙는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공을 지켜냈다. 이 과정에서 옆으로 흐른 공을 보닐라가 기습적인 중거리슛으로 연결해 선제골을 터뜨렸다.
후반에는 페널티킥으로 추가골을 터뜨렸는데, 이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후반 32분 파주는 왼쪽에서 잇단 패스로 공을 지켜냈고, 최범경이 상대 수비 2명이 달라붙기 전 사이로 돌아나오며 공격이 이어졌다. 이때 파주 공격수인 이택근과 이찬호는 각각 상대 왼쪽 윙백과 왼쪽 스토퍼 사이, 왼쪽 스토퍼와 중앙 스위퍼 사이에 위치해있었다. 최범경은 이 중 조금 더 넓은 공간이었던 이택근 쪽으로 스루패스를 보냈고, 이택근이 먼저 공으로 달려들었기 때문에 코리누스의 반칙을 유도할 수 있었다. 이 반칙은 페널티킥이 돼 파주 보르하 바스톤의 쐐기골로 이어져 파주가 2-0 승리를 쟁취했다.
이날 팀 내 가장 많은 패스횟수 36회로 팀 중심축이 된 최범경은 이 장면이 경기 전부터 준비한 장면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풋볼리스트’를 만나 “감독님은 전남 경기를 분석하고 거기에 맞게 상대 약점을 공략하는 법을 알려주셨다. 상대 수비가 좌우로 벌어지는 상황이 많아서 나와서 받기보다는 뒷공간을 공략하자고 말씀하셨다. 그 부분을 공략했던 게 적중했다”라며 “감독님은 상대방을 분석하는 데 있어서 정말 좋은 능력을 가지셨다. 상대를 무찌를 해결책도 많이 제안을 해주신다. 축구선수로서 오프더볼 움직임을 새로 배우고 있다”라며 누스 감독의 실력을 칭찬했다.
팀 베테랑이자 파주 주장인 홍정운은 파주가 고강도 압박 축구를 펼치는 비결로 공을 갖고 하는 훈련을 꼽았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취재진을 만난 그는 “우리 선수들은 공을 잃었을 때도 에너지 레벨이 상대보다 높다고 생각한다. 감독님께서 요구하시는 걸 무조건 하려고 하는 자세가 경기장에서 나타나 전술적으로도 잘 맞물려들어가는 느낌”이라며 “나도 놀라는 사실인데, 우리는 공 없이 체력만 중시하는 훈련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무조건 공을 갖고 훈련한다. 선수들에게 에너지 레벨을 강조하지만 그걸 위해 체력 훈련을 하지는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제 파주는 더 높은 곳을 꿈꾸려 한다. 누스 감독은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도 곧잘 불어넣는다. 전남전 하프타임에는 라커룸 대화에서 안산전 승리 사진을 꺼내든 다음 ‘오늘 승리 사진 한 번 더 찍자. 홈팬들과도 승리 사진을 찍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해 선수들의 의지를 고취시켰다.
파주는 2연승에 만족하지 않고 올 시즌 승격 플레이오프까지 도전한다. 관련해 홍정운은 “감독님께서 나를 따로 불러 전남전을 이기면 목표를 승격 플레이오프로 잡아보자고 하셨다”라며 “나도 선수들에게 매 경기가 결승이라고 얘기했고, 전남전에서 이긴 뒤에는 승격 플레이오프를 목표로 다 함께 나아가 보자고 얘기했다”라고 말했다.
누스 감독은 이날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승리 뒤에는 많은 노력이 있었다. 우리는 승리를 누릴 자격이 있다. 첫 번째 경기와 두 번째 경기도 경기력이 좋았다.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결과는 과정을 가리곤 한다. 우리는 전술에 집중했고, 강도 높은 축구로 열심히 뛰었다. 매우 행복하다. 승리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며 ‘결국 의지가 승리를 이끄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그 말대로 파주는 누스 감독이 원하는 고강도 압박 축구를 성공적으로 구현하며 신생팀 중 가장 돌풍에 가까운 팀임을 보여줬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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