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중하진 않았지만 '서유럽 사정권' 중거리 투사능력 과시
사거리 2천㎞ 자체 제한선 넘어선 듯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란이 4천㎞ 떨어진 인도양 디에고 가르시아 영국·미국 공동 군사기지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란은 그간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2천㎞로 스스로 제한했지만 이 상한선을 넘은 게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란이 20일 오전(현지시간) 이 기지에 탄도미사일 2발을 쐈으나 목표물을 맞히진 못했다고 보도했다. 당국자에 따르면 1발은 비행에 실패했고 또 다른 1발은 미국 군함의 방공망에 요격된 것으로 여겨진다.
인도양 차고스제도의 디에고 가르시아 섬에 있는 이 기지는 B-2 스텔스 폭격기를 운용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란에서 사거리 4천㎞에 달하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최대 80개의 집속탄 탑재가 가능한 20t급 로켓 코람샤르-4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란 메흐로통신도 21일 이란군이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에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며 "이란 미사일의 사거리가 적이 이전에 상상했던 것 이상이라는 점을 방증하는 중요한 단계"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사거리 4천㎞의 미사일은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 서유럽 주요 도시가 이란의 공격 범위 안에 들어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다만 이란이 이런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추가로 보유하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덧붙였다.
싱크탱크 퍼시픽포럼의 선임연구원인 윌리엄 앨버크는 이란이 그 정도 사거리의 미사일을 보유했다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면서 "그들은 아마도 개량된 미사일, 아마도 시제품을 사용했을 수 있다"고 블룸버그에 밝혔다.
또 이번 발사는 이란이 여전히 개조 작업을 할 수 있는 저장 시설이나 작업장을 운용한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이란이 기존 미사일에서 무게를 줄이거나 탄두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사거리를 늘렸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서방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사찰해야 한다고 줄곧 압박해왔다.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이란이 보유한다면 핵무기를 개발했을 경우 서유럽은 물론 미국 본토까지 사정권 안에 들기 때문이다.
이란 정부는 이를 거부하며 기술적으론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이 가능하지만 사거리를 2천㎞로 제한한다고 주장했었다. 사거리 2천㎞ 만으로도 '주적' 이스라엘을 공격하기엔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2017년 당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직접 이같은 사거리 제한을 지시했고 지난달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 역시 '의도적으로' 사거리를 2천㎞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장거리 무기는 개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공격으로 중·장거리 무기를 내부적으로 개발하고 있었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아울러 미국·이스라엘과 전쟁을 계기로 이같은 투사 능력을 실전에서 과시, 중동 밖의 미군 기지와 자산도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도 냈다.
이란의 이번 공격은 영국 정부가 20일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와 잉글랜드 남서부의 페어포드 기지를 미군이 사용할 수 있도록 영국 정부가 허가하기 몇 시간 전이었다고 AFP는 전했다. 영국 정부 당국자는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에 대한 이란의 실패한 미사일 공격이 기지 사용 허가 전에 발생했다고 확인했다.
이란은 영국이 미군에 자국 공군기지 사용을 허용하자 이란에 대한 공격에 동참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영국 정부는 미국에 방어적이고 제한적인 특정 목적으로만 기지 사용을 허용했다고 해명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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