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치솟는 환율 대응을 위해 정부는 여당에 ‘환율안정 3법’의 긴급한 처리를 요청했고, 법안은 소관 상임위인 재경위에 이어 법사위까지 모두 통과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정작 ‘환율안정 3법’은 19일 본회의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환율 1500원 돌파한 19일, 공소청법 상정한 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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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했던 19일 오후 3시30분께, 국회 본회의에서 상정된 것은 환율안정 3법이 아닌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법’ 중 하나인 공소청법이었습니다. 법안 제안 설명을 한 김용민 민주당 법사위 간사는 “국민 여러분 오늘 검찰청이 폐지된다. 검찰을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겠다”고 자축했습니다. 검찰개혁법에 강력 반대하는 국민의힘은 즉각 필리버스터(무기한 토론을 통한 의사진행 방해)에 나섰습니다.
국회 의사일정 공지에 따르면, 19일부터 시작한 본회의에 상정된 안건은 공소청법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2건뿐입니다. 추후 민주당이 안건 추가 절차를 거쳐 ‘윤석열 정권 조작기소 의혹 국정조사 계획서’를 상정할 것으로 예상되나, 환율안정 3법이 추가될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환율안정 3법이란 △‘국내주식 복귀계좌(RIA·Reshoring Investment Account)’를 통해 국내 주식 투자 시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공제 △환헤지 상품 투자에 대한 소득공제 신설 △외국 자회사로부터 받는 수입 배당금의 익금불산입률 상향 등이 담긴 법안을 말합니다. 개인투자자와 기업 모두로부터 달러를 국내로 갖고 오게 하기 위한 대책입니다.
환율안정 3법이 오르지 못한 이유는 검찰개혁법 영향입니다. 국민의힘이 검찰개혁법안의 강행 처리를 중단하지 않으면 환율안정 3법 처리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결국 본회의 안건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여당은 국민의힘을 질타하며 협조를 당부했으나 상정되지 못했습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지난 19일 “국민의힘에 부탁한다. 무릎 꿇고 빌라면 빌겠다”며 “우리 경제 불확실성을 조금이라도 걷어내고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해 마련된 법안인 만큼 오늘 본회의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했습니다.
이후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국민의힘이 중동 위기 극복을 위한 환율 안정 3법도 본회의 처리에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이제는 환율 안정 3법마저 필리버스터를 걸겠다고 한다”며 “스스로 동의했던 법안에도 필리버스터를 거는 것은 자기 부정 정당, 국가 위기 상황에서조차 약속을 손바닥 뒤집는 정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날 본회의에 환율안정 3법이 상정되지 못하면서 RIA 계좌 출시 차질 우려가 나옵니다. 다만 금융당국은 부칙의 소급 적용 규정을 근거로 기존대로 오는 23일 상품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법은 통과되지 않았는데 상품부터 나오는 모양새입니다.
◇검찰개혁법 충돌 속 민생 뒷전인 여야…누가 민생정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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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민주당이 정말 ‘환율안정 3법’을 19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고 싶었다면, 여당 정책위의장이 ‘무릎’을 꿇는 것이 아닌 보다 확실한 방법이 있었습니다.
만약 민주당이 이날 검찰개혁법안을 상정하지 않았다면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에 나서지 않았고 환율안정3법 상정에도 반대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절대다수 의석을 점유한 상황에서, 이미 여권 내 합의까지 마친 검찰개혁법은 사실 언제든 처리할 수 있는 사안입니다.
민주당의 이른바 ‘핵심법안’은 최근에도 ‘대미투자특별법’과 연결돼 많은 이들을 우려하게 했습니다. 지난달 민주당이 법왜곡죄를 포함한 사법개혁 3법의 본회의 처리를 예고하면서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해 구성된 대미투자 특위가 파행을 빚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대미투자 특위는 여러차례 위기에도 불구하고 활동시한 마지막날 예정대로 법안을 통과시키긴 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정쟁법안’과 ‘민생법안’을 별도로 하자고 반복하지만 현 상황에서 가능해보이지는 않습니다. 범여권이 개헌 빼고는 모두 가능한 의석수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정쟁’과 ‘민생법안’을 분리해서 대응할 만한 여력도 수단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환율 1500원의 공포 속에서도 ‘환율안정 3법’이 아닌 검찰개혁법을 우선 처리한 민주당, 자신들도 필요성을 동감해 통과시켰으면서도 환율안정 3법도 필리버스터를 하겠다는 국민의힘 모두 비판을 피하긴 어려울 듯합니다. 과연 어느 정당이 민생정당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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