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美 '군산복합체'도 더 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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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대, 美 '군산복합체'도 더 독해졌다

프레시안 2026-03-21 13:31:3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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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쟁광들을 몰아낼 것입니다. 그들은 늘 전쟁을 하고 싶어합니다. 왜 그럴까요? 미사일 한 기는 200만 달러입니다. 이게 그 이유입니다. 그들은 전 세계에 미사일을 떨어뜨리기를 좋아합니다. (중략) 나는 전쟁을 벌인 적이 없습니다. 나는 국가 안보 체제에서 전쟁광들을 몰아내고 절실히 요구되어온 군산복합체 청산을 수행함으로써, 전쟁에서 이익을 챙기는 행위를 종식시키고 언제나 미국을 최우선에 두겠습니다. 우리는 미국을 최우선에 둡니다. 우리는 끝없는 전쟁을 끝낼 것입니다." (책 서문에서)

민망하고 역설적이게도, 이 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인 2024년 9월 위스콘신 유세에서 한 말이다. 그로부터 약 1년반 후, 트럼프 행정부의 '전쟁부'는 백악관에 "나쁜 놈들을 죽이려면 돈이 든다"며 2000억 달러의 추가 예산을 요청했다. 미국은 대(對)이란 전쟁 첫 주에만 110억 달러가 넘는 돈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광들을 몰아낼 것'이라던 트럼프는 이란에 대한 공격, 베네수엘라 공습과 군 특수부대를 동원한 마두로 체포를 주도하며 미국 내 군사적 최강경파로 거듭났다. 왜일까? 자신이 연설에서 언급한 '군산복합체'에 갑자기 포섭이라도 된 것일까?

윌리엄 D. 하텅과 벤 프리먼의 근간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는 2025년 11월 현재 미국 군산복합체의 현실을 고발하는 책이다. 저자들은 작년 가을 탈고 시점에서 이미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를 끌어들여 이란을 대대적으로 공격할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지적하며 "그럴 경우 미국의 안보뿐 아니라 중동의 안정에도 재앙 같은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책의 한국어판 출간일은 올해 2월 27일, 공교롭게도 이란 전쟁 발발 하루 전이었다.

단지 시점의 문제 때문만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이 책은 '트럼프는 왜 전쟁을 결심했나'를 효과적으로 설명하고 있지는 못하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내는 일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국제정치학·행정학·군사학적 탐구가 아닌 다른 학문의 영역일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정신분석학이라거나.) 다만 그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는 주변 인물·환경에 대한 개략적인 정보와, 2차 대전 직후 이미 현직 대통령 아이젠하워마저 탄식하게 한 미국 군산복합체의 오늘에 대한 유효한 업데이트를 책은 제공한다.

물론 군산복합체의 영향력이 발휘하는 자장은 트럼프라는 '특이점'에 가까운 인물이나 기존의 공화당 강경파 정치인들은 물론 민주당, 심지어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버락 오바마도 비켜가지 않았다. 책에 따르면, 오마바는 2011년 ISIS 등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드론 암살 작전을 지휘하며 참모들에게 "알고 보니 나는 사람 죽이는 데 꽤 소질이 있더라. 그게 내 강점일 줄은 몰랐다"고 농담을 했다고 한다. 2009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지 약 2년 후다.

오마바는 또한 '정치적으로 지속 가능한 전쟁'을 시도했다. 이는 "전투 지역에 투입되는 미군 병력을 줄이고 미군의 사상자를 최소화함으로써 본국 내에서 본격적인 반대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낮은 형태의 군사 개입"을 의미했다. 그의 재임기간 미국은 파키스탄, 소말리아, 예멘 등지에서 563차례의 드론 공격을 벌였고, 이는 이라크와 아프간에 전단을 연 그의 전임자 조지 W. 부시보다 10배나 많은 것이었다.

그의 후임자인 조 바이든은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이득을 보고 있는 무기회사들을 "민주주의의 병기창"이라고 치켜세웠다. 책의 저자 중 한 명인 하텅은 한 무기 로비스트로부터 "우린 대부분의 시간엔 죽음의 상인이지만 필요할 때는 민주주의의 병기창이 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바이든에 대한 더할 수 없는 조롱인 셈이다.

이처럼 민주당 행정부에서도 미국은 태연히 억압적 독재정권들에 무기와 군사훈련을 제공하고 때로는 직접 전쟁에 손을 담궜다. 이는 미국 시민사회와 지식인들이 수십 년간 우려해 온 군산복합체의 복합적 영향력이 발휘된 결과이기도 하다.

저자들은 "아이젠하워가 우려했던 당시의 군산복합체보다 오늘날의 '전쟁 기계'가 훨씬 더 큰 영향력과 정치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며 "아이젠하워는 주로 제복을 입은 군과 방산업체가 결합한 뒤 의견을 조율해 행사하는 정치적 힘을 걱정했(지만… 중략), 오늘날의 전쟁 기계는 아이젠하워 시대보다 훨씬 더 많은 사회 영역을 지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통상적인 방산 납품과 용역 계약 수준을 넘어 "아이젠하워가 상상도 못 했을 규모의 초대형 기업들"과 "싱크탱크와 대학, 스포츠, 할리우드, 게임산업, 주류 언론"까지 그 손이 뻗어져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같은 비판은 2차 대전 이후 현재까지 미국의 국제정치적 영향력에 대해 관심을 가져본 독자라면 이미 몇 차례 접해봤을 내용들이다. 오히려 이 책에서 새롭게 지적되는 점은, 책 어느 장(章)의 소제목처럼 "자동화 전쟁 시대의 도래 : 무인, 극초음속, AI가 지배하는 전장" 등의 내용이다. 이는 '트럼프 시대'와 시기적으로 맞물린 비교적 최근의 변화상이다.

톨킨의 소설이자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진 <반지의 제왕> 속 전설의 무기들 이름을 딴 '실리콘밸리의 방산기업', 즉 안두릴과 팔란티어는 드론, 통신·정보시스템을 미 정부에 납품하고 있다. 안두릴은 곤도르의 왕이 되는 아라곤의 칼 이름을, 팔란티어(소설 한국어판에는 '팔란티르 신석'으로 번역)는 어둠의 마왕 사우론과 그 앞잡이 사루만 간의 통신수단이던 마법 수정구의 이름을 땄다. 예사롭지 않은 작명 센스에 걸맞게, 이들 신진세력은 기존 군산복합체 '업계'의 룰도 무시한다고 한다.

"팔머 러키, 피터 틸, 일론 머스크와 이들의 동료들은 반정부 정서가 강하고 현실 인식이 왜곡되어 있다. 그렇기에 세계정세가 불확실하고 위험한 이 순간에 미국의 군사 정책을 설계하기에 가장 부적합한 인물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그러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앞으로 몇 년 동안 더 큰 영향력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중략) 주요 무기 제조업체들이 선호하는 접근법과 달리, 실리콘밸리의 많은 군사 신기술 옹호자들은 당파성이 철저하고, 도널드 트럼프나 J.D. 밴스 같은 주요 공화당 후보들에게 돈과 영향력을 쏟아붓는다. 이에 비해 록히드 마틴이나 RTX와 같은 기업들은 양쪽 정당의 관계자들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 (책 13장)

미국이든 한국이든 대부분의 나라에서, 방산업체는 정권 교체에 대비해 집권 가능성이 있는 어떤 정당과도 (때로는 부적절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오는 것이 상식이었으나, 이들은 철저히 정파적이며 트럼프와 밴스 등 우익 강경파들을 노골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밴스는 팔란티어 설립자 틸이 발탁하다시피 한 인물이기도 하다. 자금 후원을 받은 것은 물론, 트럼프에게 밴스를 처음 소개한 것 역시 틸이었다.

저자들은 밴스의 경우와,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에 입각하기도 했던 머스크의 사례 등을 들어 "실리콘밸리의 군사주의 무기 제조업체들은 이미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 깊숙이 뿌리내렸다"고 지적하고 "시민단체들은 AI가 주도하는 초군사화되고 반민주적이어서 시민의 일거수일투족을 추적하는 병영국가의 등장을 막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전한다.

한편 군산복합체가 미국 시민들의 세금을 비효율적으로 쓰고 있다는 비판은 한국 독자들로서는 '그런가 보다' 정도의 독후감만을 갖기 십상이지만, 최근의 사례에서 보면 미 군산복합체의 비효율은 한국의 안보에도 간접적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저자들은 "미국 정부는 해마다 미군에 더 많은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데 왜 얻는 성과는 갈수록 줄어드는 걸까?"라고 한탄하며 "미국은 냉전 시절 기록한 최고액보다 1000억 달러를 더 쓰고 있지만 당시와 비교하면 현역 병력도 절반, 해군 함정도 절반, 공군 전투기도 절반 수준이다. 미국은 거의 1조 달러짜리 전쟁 기계를 만들었지만, 이 기계는 고장나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또 2차 대전과 냉전 후의 과잉 공급을 해소하기 위해 미 정부는 방산업체 간의 통폐합을 유도했고, 그 결과 정부 보조금과 무기 판매 대금의 대부분은 생산·개발이 아니라 임직원들의 보너스 파티와 로비 자금으로 흘러갔다고 지적한다.

이는 군산복합체가 움직인다는 '천조국' 미국이 왜 호르무즈 봉쇄 돌파를 위해 대양해군 보유국도 아닌 한국과 '전쟁금지국가' 일본의 고사리 손까지 빌려야 하는지, 이란 전장에 왜 고작 1개 포대밖에 없는 주한미군 사드 장비까지 빼가려 하는지, 우크라이나에 왜 한국군 포탄까지 실어 날라야 하는지 사정을 짐작케 한다. 군산복합체가 제대로 작동하기라도 했다면 옳다꾸나 하고 바로 무기를 더 생산해 돈벌이를 했을 텐데 말이다.

나아가 무기와 전쟁은 단지 '돈 낭비' 이상의 유해한 영향을 인간에 미친다는 점도 지적된다. 저자들은 군산복합체들의 과잉생산으로 남아돈 무기들이 경찰 등 치안기관으로 흘러들어가 "경찰의 군사화"를 촉진시켰다고 비판한다. "끝없는 전쟁은 끝없는 참전용사를 낳는" 등 사회적 문제도 야기한다. 군사적 영향력 유지를 위해 괌 등 해외영토를 유지해야 하는 필요성은 "미국은 민주주의 확산을 군사력의 정당화 근거로 내세우지만, 미국 영토인 괌에는 민주주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모순을 낳기도 했다.

저자들은 "국경의 군사화, 경찰의 군사화, 예산 우선순위의 군사화, 할리우드의 군사화, 대학의 군사화, 온실가스 배출 주범이자 석유 국가들의 수호자로 기능하는 펜타곤으로 인해 악화된 기후위기의 군사화까지 망라하는 군사주의의 모든 형태를 변혁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며 "전쟁 기계는 사실상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영역에 스며들어 있으며, 이를 되돌리려면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미국에만 유효한 이야기는 결코 아닐 것이다.

▲윌리엄 D. 하텅 , 벤 프리먼.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 (부키 펴냄) ⓒ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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