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영화평론가, 한국 여성영화 소개한 책 발간
(피렌체=연합뉴스) 민경락 특파원 = "제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한국 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죠. 모든 영화가 이렇게 대담하고 감동적이면서 완벽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이탈리아 영화평론가 카테리나 리베라니는 이탈리아에서 손에 꼽히는 한국 영화 전문가로 통한다.
그는 대학 시절부터 영화가 좋아 평론을 썼고 새로운 영화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발품을 팔았다.
한국 영화를 제대로 눈여겨보게 된 건 2011년 피렌체에서 열린 한국영화제였다. 마침 수많은 작품에 파묻혀 '새로움'에 무뎌지기 시작할 즈음이었다.
"취재차 처음 방문한 영화제였는데 운 좋게도 그해에 봉준호 감독 초청 행사가 있었어요. '살인의 추억'의 감동은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리베라니는 매 순간 예측을 무너뜨리면서 숨 돌릴 틈 없이 관객의 마음속에 물음표를 찍는 봉 감독의 연출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배우 박해일의 연기는 '현대 영화사에서 가장 수수께끼 같은, 불안감이 극대화한 인물'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리베라니는 그렇게 매해 피렌체 한국영화제를 취재하게 됐다. 하지만 취재만으로는 한국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채우기 부족했다. 2015년 그는 아예 매년 피렌체 한국영화제를 기획하는 스태프가 됐다. 24회를 맞은 올해에도 영화제에서 프로그램 어시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렇게 제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그는 특히 매년 영화제에서 임순례, 정주리, 신수원 등 수많은 여성 감독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영화에 더 빠지게 됐다.
여성의 섬세한 감수성으로 만져진 메시지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고민을 가능케 하는 남다른 힘이 있다고 그는 믿는다.
"신수원 감독의 '유리정원'은 공포영화이면서 동시에 질병과 장애와 관련된 성찰을 담고 있어요. 바로 우리에게 필요한 영화입니다."
올해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82년생 김지영'(김도영 감독)도 그래서 그에게 특별하다.
그는 '82년생 김지영'의 원작 소설까지 다 읽은 뒤 이탈리아 여성의 현실을 담은 드라마 '라미카 제니알레(나의 눈부신 친구)'를 떠올렸다. 한국과 이탈리아는 모두 가부장 중심 문화에서 파생되는 사회 문제를 안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16년째 피렌체 한국영화제와 키워온 각별한 인연은 지난 11일 발간한 책 '한국의 여성 영화(Lady cinema va in Corea)'로 빛을 발했다.
책에는 한국 영화를 여성주의 시각으로 분석하고 영화에 담긴 다양한 여성상을 소개했다. 이탈리아인의 시선으로 한국 영화가 왜 개성 있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지 분석도 내놨다.
갓난아이를 업고 현장을 지휘한 일화로 유명한 박남옥 '여성 1호' 감독도 소개하는 등 한국 여성 영화인들의 역사도 꼼꼼히 기록했다.
리베라니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Over the Top) 플랫폼에서 인기를 끄는 한국 드라마로 시야를 더 넓힐 계획이다.
'밥 잘 사주는 누나', '봄밤' 등 작품이 해외에서 성공을 거둔 이유를 작품에 담긴 인간관계의 형성 과정에 주목해 분석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 드라마들은 인간관계가 얼마나 복잡할 수 있는지를 포함해 또래의 삶에 관한 많은 것들을 알려줍니다. 서구 관객들이 왜 이런 이야기와 인물에 매료되는지 깊이 탐구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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