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빌더 HD현대②] 에너지 위기를 기회로…탄소중립 시대 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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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빌더 HD현대②] 에너지 위기를 기회로…탄소중립 시대 선도

투데이신문 2026-03-21 09: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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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그룹이 3월 23일 창립 54주년을 맞는다. 창업주 정주영 선대 회장의 도전 정신에서 시작된 무쇠의 역사가 손자 정기선 회장의 손에서 다시 쓰이고 있다. 전통 제조업의 한계를 넘어 인류의 미래를 개척하는 ‘퓨처 빌더(Future Builder)’로의 전환이 새롭게 펼쳐질 이야기의 핵심이다. 올해 ‘독보적 기술’과 ‘두려움 없는 도전’을 선언한 정기선 회장은 글로벌 1위 조선소를 넘어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친환경 선박을 만드는 청사진을 그렸다. 친환경 에너지로 탄소중립 시대를 선도하고, 산업 전반에 무인·자율화와 전동화를 적용해 생산 효율을 높여간다는 게 목표다. <편집자주>

HD현대 정기선 회장이 기업문화 개선 공유회를 개최하고 임직원들과 소통하는 모습. [사진=HD현대]
HD현대 정기선 회장이 기업문화 개선 공유회를 개최하고 임직원들과 소통하는 모습. [사진=HD현대]

【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HD현대 정기선 회장이 에너지 위기를 기회 삼아 탄소중립 시대를 선도한다. 최근 부진을 겪은 정유·석유화학 사업은 친환경·고부가 에너지 플랫폼으로 전환해 미래 에너지 전환에 선제 대응하고, 전력기기 사업은 인공지능(AI) 확대와 고전력 인프라 투자 증가를 겨냥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 

21일 HD현대에 따르면 권오갑 대표이사 명예회장이 오는 28일을 만료일로 HD현대 사내이사에서 물러난다. 권 명예회장은 197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뒤 2019년 그룹 회장까지 오른 전문경영인이다. HD현대는 정몽준 전 회장의 정계 진출 후 전문경영인 체제를 이어왔지만, 권 명예회장이 물러나면서 공식적으로 오너 3세 정기선 회장 체제가 들어서게 됐다. 

오너 경영 체제는 책임경영 측면에서 장점을 지닌다. 오너의 진두지휘 아래 사업 전략을 일관적으로 이끌며 확실한 투자를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어깨가 무겁다. 경영 능력을 판가름할 시험대가 될 수 있어서다.

정 회장도 비상한 각오를 보였다. 올해 신년사에서 “석유화학 사업 재편, 디지털 조선소 전환, 해외 조선소 확장 등 우리 앞에는 두려움 없는 도전을 필요로 하는 일들이 너무 많다”면서도 “반드시 해내고야 마는 HD현대만의 DNA가 있다. 도전할 가치가 있는 일이라면 주저 없이 논의하고 실행해볼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HD현대 사업의 핵심축은 조선·에너지·건설기계다. 그룹의 뿌리인 조선 부문은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호실적을 내고 있지만, 최근 부진한 에너지와 건설기계는 정 회장의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 회장의 리더십은 위기 속에서 진화해왔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약 2년간 근무하며 쌓은 전략적 사고방식을 그룹 운영에 적용했다. 제조 자산 확대보다 기업 체질 개선과 신사업 발굴, 제조 효율화 등에 주력했다. 조선업 불황으로 그룹이 조 단위 영업손실을 맞은 2014년에는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서비스 사업으로 체질 개선을 추진했다. 그 결실이 HD현대마린솔루션이다. 2016년 선박 서비스 부문을 분리해 설립한 자회사로, 지난해 기준 1조9827억원의 매출과 350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주력 사업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충남 서산에 위치한 HD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의 설비를 점검하는 모습. [사진=HD현대]
충남 서산에 위치한 HD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의 설비를 점검하는 모습. [사진=HD현대]

HD현대의 정유·석유화학 부문은 현재 변곡점 위에 있다. HD현대오일뱅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8% 감소한 28조249억원을 기록했지만, 정제마진 개선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3.7% 증가한 4740억원을 달성했다. 정 회장이 추진한 그룹 전반의 체질 개선도 효과를 봤다. 정 회장은 2021년 HD현대 대표이사 사장에 올라 그룹 전반의 전략을 진두지휘했고, 지난해 10월 회장에 오르며 건설기계·정유 등 주력 사업의 위기 진단과 포트폴리오 재편 등을 강조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월부터 핵심 설비 노후화를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안티에이징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공장 설비의 잠재 위험을 방지해 가동 안정성을 높이고, 주요 설비를 선제적으로 업그레이드해 경쟁력을 제고하는 사업이다. HD현대 관계자는 “설비 안티에이징은 공정 안정화와 근로자 안전 확보뿐 아니라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측면도 있다”며 “수익성 개선에 일부분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HD현대오일뱅크의 실적 턴어라운드는 성공했지만 과제는 산적해 있다. 30조원에 육박하는 매출과 비교하면 4740억원의 영업이익은 부족하다. 롯데케미칼과 합작 설립한 석유화학 계열사 HD현대케미칼의 구조개편도 고민스럽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중국발 공급 과잉 사태로 시장 붕괴 위기에 처했다. 현재 정부 주도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도 변수다. HD현대오일뱅크는 전쟁 이전부터 북미·중남미·아프리카 등지로 원유 도입 다변화를 추진했지만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HD현대 관계자는 “이란 전쟁은 아주 예외적인 사항이기에 업황을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유가 상승으로 당장은 매출이나 마진이 커지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 차질이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결국 정유·석유화학 사업의 불확실성을 친환경 에너지 전환으로 타개해야 하는 상황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정유 사업 의존도를 낮추고, 친환경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화이트 바이오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너지 업계에서 화이트 바이오는 바이오 기술을 에너지와 환경 분야에 활용하는 산업을 의미한다. HD현대오일뱅크는 바이오디젤, 지속가능항공유(SAF) 폐자원 순환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 매진하고 있다. 2024년 바이오디젤 전용 공장을 대산공장 내에 준공해 연간 13만t 규모의 상업가동과 생산을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기존 정유 설비를 활용해 생산한 SAF를 대한항공 일본 국제선 항공기에 공급하며 실적을 냈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은 기업이 주도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지만, 차세대 에너지를 미리 준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탄소중립이라는 큰 틀과 방향은 변하지 않는다”며 “화이트 바이오와 순환경제 등 탄소중립 시대를 미리 준비하며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D현대일렉트릭의 친환경 초고압 변압기. [사진=HD현대]
HD현대일렉트릭의 친환경 초고압 변압기. [사진=HD현대]

에너지 부문의 또 다른 축인 전력기기 사업은 그룹 내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매출 4조795억원, 영업이익 995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22.8%, 48.8% 증가한 수치다. AI 데이터센터 등 고전력 인프라 투자 증가에 힘입어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매출이 확대됐다. 

HD현대 관계자는 “신재생 에너지 전환, 전력 인프라 구축, 미국 내 전력 수요 증가와 노후 설비 교체 사이클 등 여러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며 “AI발 전력기기 수요는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고, 올해도 미국·유럽 등 해외 주요국을 중심으로 전력 인프라 구축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회장은 호황 속에서도 미래에 다가올 수 있는 불황에 대비하고 있다. 취임 당시 “최근 전력 소비 증가로 호황을 맞은 HD현대일렉트릭은 지금의 기회를 살려 근본적인 체력을 다질 수 있기를 바란다”며 “다시 불황이 찾아왔을 때 과거와 같은 엄중한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래를 위한 투자와 준비를 철저히 해둬야 한다”고 주문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특수 변압기 등 고부가가치 기술 제품의 해외 수주를 확대하는 한편, 친환경 전력기기 브랜드인 ‘그린트릭(GREENTRIC)’의 제품군을 확대하며 탄소중립 시대를 리드할 방침이다. 친환경 절연유 변압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 가스절연개폐장치(GIS) 등이 대표적이다. HD현대 관계자는 “유럽 등 주요국에서 전력기기의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고 있다”며 “전력기기 시장도 친환경 제품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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