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아리랑' 리뷰: 다시 타오른 K-팝의 불꽃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BTS '아리랑' 리뷰: 다시 타오른 K-팝의 불꽃

BBC News 코리아 2026-03-21 08:51:51 신고

3줄요약
뉴욕 타임스퀘어 앞에 선 BTS
Getty Images
팬들은 거의 4년에 달하는 시간 동안 BTS(방탄소년단)의 신곡을 기다려 왔다.

BTS의 귀환은 중대한 사건이다.

혹여 이를 의심하는 이가 있다면, 이 한국 아이돌 그룹의 복귀를 둘러싼 광적인 열기를 보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명된다.

BTS는 오는 21일 서울에서 열리는 무료 공연을 시작으로, 총 82회 전석 매진을 기록한 월드 투어의 포문을 연다. 이번 서울 공연은 25만 명 이상의 관객이 현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며,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생중계될 예정이다.

이번 월드 투어는 2027년까지 10억 달러(약 1조4997억원) 이상의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에서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에라스 투어(Eras Tour)'가 세운 20억 달러(약 2조9994억원) 기록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수요가 워낙 높은 탓에,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이 자국 공연 횟수를 늘려달라고 한국 정부에 직접 요청하기도 했다.

새 앨범에 대한 기대를 보여주듯, BTS의 열 번째 앨범 '아리랑(Arirang)'은 스포티파이에서 500만 회 이상의 사전 저장(pre-save)을 기록했다. 이는 K-팝 그룹 가운데 최고 수치다.

이 같은 기대감에 힘입어 소속사 하이브의 주가도 상승했다.

BTS 멤버 7인은 약 4년간 순차적으로 병역 의무(약 18개월)를 이행하며 공백기를 가졌고, 이 기간 회사의 영업이익은 약 37.5% 감소했다.

그만큼 이번 앨범 '아리랑'에 대한 기대는 크다.

팬들은 일곱 멤버가 다시 함께하는 순간을 기다려왔다. 동시에, 스캔들과 음반 판매 둔화로 흔들리고 있는 K-팝 산업에서는 BTS의 복귀가 장르의 국제적 영향력을 가늠할 시험대로 여겨진다.

BTS 그룹 사진
HYBE
BTS는 K-팝 아티스트 가운데 역대 최다 음반 판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BTS는 충분히 안전한 선택을 할 수도 있었다. 공백기 이전, 이들은 '다이너마이트(Dynamite)'와 '버터(Butter)' 같은 매끄럽고 세련된 레트로 디스코 트랙으로 방향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는 브루노 마스의 음악조차 다소 과하다고 느끼는 청취자들까지 겨냥한 전략이었다.

이 같은 라디오 친화적 히트곡들은 BTS를 세계에서 가장 큰 K-팝 그룹으로 만들었고, 특히 영어권 시장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Am I Wrong' 같은 초기 곡이 지녔던 거친 에너지는 희석됐다. 당시 슈가는 "민중은 개돼지" 발언으로 논란이 된 한국 공무원을 이 곡에서 비판하기도 했다.

다행히 이번 앨범에서 BTS는 그 불꽃을 다시 살려냈다.

앨범 초반 약 15분은 2014년 'Dark & Wild'를 떠올리게 하는 반항적이고 랩 중심의 에너지로 가득하다.

'FYA'에서는 폭발적인 신시사이저와 왜곡된 비트가 몰아치는 저지 클럽 사운드 위에서 "불꽃에 너무 가까이 다가오지 말라"고 경고한다.

또 다른 수록곡 'Hooligan' 역시 대담하다. 칼날을 가는 듯한 날카로운 사운드로 쌓아 올린 리듬과 영화적인 현악 선율이 교차하다, 예상치 못한 순간 어지러울 정도로 매혹적인 가성 코러스로 이어지는 곡이다.

로살리아와 찰리 XCX의 사운드를 만들어낸 스페인 프로듀서 엘 귄초가 참여한 이번 앨범에서 BTS는 다시 한번 초심으로 돌아가, "거침없는 에너지를 발산하며" 자신들의 세계적 위상을 드러낸다.

그들은 "세계 무대에 잊을 수 없는 흔적을 남기겠다(This is international, make it unforgettable)"고 선언하는데, 이는 마치 화려한 귀환을 알리는 선언문처럼 들린다.

앨범 커버 속 멤버들은 회색과 검은색의 차분한 의상을 입고 있으며, 이는 앨범 제목에 영감을 준 19세기 일곱 명의 한국 청년들을 떠올리게 한다.
HYBE
앨범 커버 속 멤버들은 회색과 검은색의 차분한 의상을 입고 있으며, 이는 앨범 제목에 영감을 준 19세기 일곱 명의 한국 청년들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BTS는 동시에 자신들의 뿌리도 분명히 짚고 간다. 공백기 이전 음악에서 한국적 정체성이 다소 희석됐다는 지적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앨범 제목 '아리랑'은 한국을 대표하는 민요의 이름이기도 하다. 고난을 넘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정서를 담은 상징적인 노래다.

특히 BTS는 '아리랑'의 역사적 맥락도 놓치지 않는다. 이 노래의 최초 녹음이 1896년 미국 하워드대학교에서 일곱 명의 한국인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 역시 의미 있게 짚는다.

앨범 홍보 영상에는 RM, 뷔, 진, 정국, 지민, 제이홉, 슈가가 130년 전 유성기 음반의 소리를 듣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는 130여 년의 시간을 잇는 동시에, 한국 문화를 세계에 전해온 흐름 속에 BTS가 서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콘셉트를 반영하듯, 첫 곡 'Body To Body'에는 아리랑에서 차용한 음악적 모티프가 등장한다. 익숙한 선율이 거친 힙합 비트와 결합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팬들을 향한 이 곡의 노랫말은 재회와 연결의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다가, 압도적인 베이스 드롭과 함께 "스타디움 전체를 뛰게 만들겠다(I need the whole stadium to jump)"는 선언으로 이어진다.

명성과 그 이면

초반 다섯 곡의 폭발적인 에너지가 지나면, 국보인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의 울림이 흐르며 분위기가 전환된다. BTS는 이 지점부터 보다 사색적이고 차분한 흐름으로 들어간다.

첫 싱글 'Swim'은 섬세하고 절제된 곡이다. 잔잔하게 스며들다가 어느새 머릿속에 남는 묘한 중독성을 지녔다.

리더 RM이 주도적으로 작사한 이 곡은 삶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앞으로 나아가는 태도를 노래한다. 때로는 거센 물살이 우리를 집어삼킬 듯 위협하더라도, 그 흐름을 받아들이며 나아가는 이야기다.

이러한 주제는 이후 트랙들에서도 반복된다. 이는 BTS가 명성이라는 거대한 파도 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데 있어 느꼈을 고민을 짐작하게 한다.

애상적인 분위기의 'Merry Go Round'에서 그들은 "내 삶은 고장 난 롤러코스터 같아, 어쩌면 모든 게 내 탓일지도 몰라(My life is a broken roller coaster, but maybe I'm the only one to blame)"라고 노래한다. "최선을 다하지만 이 회전목마를 멈출 수 없어(I do my best, but I can't slow down this merry go round)."

이어지는 'Normal'은 "조명과 침묵 사이의 공간을 탐색한다"고 소개된 곡이다. 비판을 견디며 카메라 앞에서 웃어야 하는 삶을 가사로 풀어내며, 유명세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을 드러낸다.

"이제야 진실을 깨달았어, 어떤 고통은 현실이라는 걸 / 모든 것이 그저 행복하기만 하다면, 그건 진짜가 아니다(Now I understand the truth, some pain is real / If everything's just happy, that ain't real)."

이 곡들은 팬들 사이에서 다양한 해석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정국이 아이돌로서의 삶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은 라이브 방송 영상을 올렸다가 삭제한 점과 맞물려 더욱 주목된다.

하지만 이 앨범은 BTS가 가수로서의 길을 다시 선택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환상과 명성, 그것은 우리가 선택한 것들(Fantasy and fame, they're the things we choose)"이라는 'Normal'의 가사처럼 말이다.

재즈풍의 에너지가 돋보이는 'They Don't Know 'Bout Us'에서는 비판에 대한 당당한 응수도 담겼다. "우리가 변했다고? 우린 여전해(You say we changed? We feel the same)."

BTS가 거대한 로고 조명 앞에 서 있는 실루엣 사진
Netflix
BTS의 야외 컴백 콘서트 현장에는 안전 관리와 질서 유지를 위해 6500명 이상의 경찰 인력이 투입된다

앨범의 마지막 파트는 밤의 분위기로 접어든다. 한층 더 관능적인 곡들이 이어지는데, 그 중심에는 'Like Animals'가 있다. 날카롭게 치고 올라가는 기타 솔로가 곡의 절정을 이끈다.

하지만 이 구간에서 앨범의 긴장감은 다소 느슨해진다. 몇몇 미디엄 템포의 사랑 노래들은 방향성을 분명히 잡지 못한 채, 전체 흐름에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One More Night'은 1990년대풍의 펑키한 하우스 베이스라인을 내세우지만, 최근 하우스 장르를 전면에 내세워 히트한 Hearts2Hearts의 'Focus'나 KiiKii의 '404 New Era'만큼 강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한다. 매끄러운 화성적 팝 사운드를 들려주는 'Please' 역시 완성도는 높지만, 강한 여운을 남기지는 않는다.

마지막 곡 'Into The Sun'에서 BTS는 다시 흐름을 끌어올린다. 실험적이면서도 즐거운 이 곡은 멤버들의 목소리에 디지털 효과를 입혀, 변치 않는 사랑을 노래하는 음색에 이질적이면서도 몽환적인 질감을 더한다.

곡의 마지막 1분, 분위기는 스타디움 록 특유의 웅장한 사운드로 전환된다. BTS는 "태양 속으로 너를 따라가겠다(I'll follow you into the sun)"고 노래하며 앨범을 마무리한다.

분명 팬들 역시 BTS의 곁을 변함없이 지킬 것이다.

Copyright ⓒ BBC News 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