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법정 드라마의 공식은 명확했다. 차가운 이성과 날카로운 논리, 그리고 승소를 향한 치열한 수 싸움. 하지만 근래에 대중의 마음을 훔친 변호사들은 조금 다른 길을 걷는다. 법전 대신 귀신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고래의 유영 속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찾으며, 때로는 단돈 천 원에 약자를 변호한다. 완벽함보다는 결핍을, 권위보다는 공감을 무기로 내세운 이 특별한 주인공들은 법정이라는 딱딱한 공간을 오컬트와 휴먼, 그리고 유쾌한 코믹의 무대로 탈바꿈시켰다. 익숙한 정의구현의 서사를 변주하며 우리에게 새로운 카타르시스를 안겨준, 결코 평범하지 않은 변호사들의 기록을 모았다.
귀신 보는 변호사 〈신이랑 법률사무소〉
SBS 금토드라마 〈신이랑 법률사무소〉의 기세가 매섭다. 방영 첫 주 만에 시청률 8%를 기록하며 두 자릿수 진입을 목전에 둔 것. 이 작품의 가장 큰 변별점은 '귀신을 보는 변호사'라는 오컬트적 설정이다. 과거 무당집이었던 곳에 터를 잡은 변호사 신이랑(유연석)은 예기치 않게 영혼과 접신하며 조폭부터 여고생까지 1인 다역의 빙의 연기를 선보인다. 여러 '부캐'를 통해 정의를 구현하는 모습은 〈모범택시〉 시리즈의 통쾌함을 연상시키며 시청자들을 브라운관 앞으로 불러모으고 있다.
자폐스펙트럼 가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독특한 변호사 캐릭터를 논할 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신생 채널 ENA의 인지도를 단숨에 끌어올리며 시청률 17%라는 기적을 쓴 이 드라마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지닌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다뤘다. 기존 법정물의 전형성을 탈피한 따뜻한 시선과 캐릭터의 힘은 백상예술대상 대상 수상이라는 영예로 이어지며 '우영우 신드롬'을 증명해냈다.
수임료 단돈 천원! 〈천원짜리 변호사〉
가성비 끝판왕, '천지훈'의 잔상도 여전히 짙다. 수임료로 단돈 천 원만 받는 〈천원짜리 변호사〉는 배우 남궁민의 압도적인 하드캐리가 빛난 작품이다. 코믹한 에피소드 뒤에 숨겨진 묵직한 서사는 극의 균형을 절묘하게 맞추며 전 세대의 호응을 얻었다. 특히 천지훈 캐릭터는 종영 후에도 〈모범택시 2〉와 〈키스는 괜히 해서〉 등에 특별 출연하며 하나의 아이코닉한 세계관을 구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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