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채용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수많은 지원자들이 최종 합격을 향해 달려가지만, ‘면접은 까볼 때까지 모른다'라는 말처럼, 잘 본 면접도 못 본 면접도 결과는 끝까지 알 수 없죠. 기대와 불안이 뒤섞인 채 합격 발표를 기다리는 시간, 누구에게나 한 번 쯤 있었을 겁니다. 웃기거나, 황당하거나, 때로는 씁쓸했던 장면들을 비롯해 예상치 못한 질문 한마디, 면접관의 표정 하나까지도 또렷하게 남아 있죠. 2030에게 쉽게 잊히지 않는 면접의 순간을 물었습니다. 정말 면접은 까볼 때까지 몰라야만 하는 걸까요.
GOOD | MBTI의 T 성향인 내가 면접장에서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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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부터 말하면 떨어진 면접이다. 4차, 그니까 최종 면접에서 만난 네 명의 면접관 중 세 명의 질문은 꽤 공격적이었다. 학부 시절 수상 경력까지 부정당한데다, 똑똑하게 걸어온 길은 아니라는 말까지 들어 이미 마음이 많이 무너진 상태. 진땀을 빼던 중, 내 서류에만 시선이 꽂혀 단 한번의 질문도 하지 않았던 임원 한 분이 드디어 말을 꺼냈다. “근데 정말 열심히 살았네. 부모님은 알아요?”라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이미 약해져 있던 감정이 터지고 말았다. 그는 "내 자식이 이렇게 살아왔다고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플 것 같아서"라며, 너털웃음과 함께 말을 이었다. 하필 내 눈물 버튼, 엄마 얼굴까지 떠오를 건 뭐람. 다 끝날 즈음이었지만 소매로 눈물을 닦으며 겨우 버텨야 했다. 제 감정 하나 컨트롤하지 못한 지원자가 됐으니 떨어질 각오를 하고, 그분 앞에 서서 감사 인사를 드렸다. “보상받는 기분이 들어 눈물이 났다. 감사하다”고 말하자, 그는 “고생했어요. 뭘 하든 잘될 거예요”라고 대답했다. 불합격에 속상한 마음은 얼마 가지 않아 잊혔지만, 감사한 마음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 / 33세 인터렉션 디자이너
BAD | 이래서 아홉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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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두 달간 이어진 채용 과정을 매듭짓는 날, 회사 내방 일정을 기다리던 중 ‘충원 취소’ 연락을 받았다. 어떤 노트북을 쓰게 될지, 가보지도 못한 사무실 자리까지 구두로 안내받은 상황이었다. 소음이 가득한 지하철 역에서 아무런 방해 없이 전화를 받고 싶어 조용한 곳으로 비켜 섰는데 충원 취소라니. 통화를 끊고도 한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말로만 듣던 아홉 수가 이런 건가 싶었다. 심지어 내 인사를 담당했던 그녀는 "여기까지 온 거면 90프로는 왔다고 생각하면 돼요"라며 웃어 보였는데···. 100층까지 올라갔던 내 기분이, 계획이 한순간에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후로는 절대로 김칫국을 먼저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잊지 못할 스물아홉, 작년의 일이다. / 30세 홈 프로텍터
GOOD | 전 직장 원수는 새 직장에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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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퍼런스 체크가 채용을 좌우하는 좁은 업계에 있다. 다니던 스타트업 회사의 부도로 퇴사를 했고, 새로운 회사의 최종 면접만을 앞둔 날. 회사에서 운영하는 1층의 쇼룸에서 낯익은 얼굴과 마주쳤다. 직전에 망한 그 회사에서 사이가 좋지 않았던 후임이었다. 면접에서 같은 회사 출신인 그녀를 아느냐는 질문에 사실대로 답했고, 돌아온 말은 뜻밖이었다. “S씨가 칭찬을 많이 하더라고요. 업무적으로 많이 배웠다고.” 그 한마디에 머리는 하얘졌고, 얼굴은 달아올랐다. 집에 돌아와 한숨 자고 난 뒤 연락을 확인해보니 그녀로부터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대리님.”이라는 메시지가 와 있었다. 제 얼굴에 침 뱉은 말 못할 기분이 들었다. 지금은 그녀와 두 번째 동료애를 쌓는 중이다. 이제 와서 솔직해진 그녀는 "사실 대리님 절대 뽑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었어요. 근데 이 회사가 업계에서 그나마 좋은 걸 어떡해요?"라며 호방하게 말했다. 여러모로 내가 그녀의 상사인 게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 32세 리빙 MD
BAD | 살면서 '치가 떨린다'는 말을 처음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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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10분 전 도착했지만 사무실 문은 닫혀 있었고, 유리문 너머로 내부를 구경하다 어영부영 시작됐다. 분리되지 않은 업무 공간,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질문이 점점 날카로워졌다. 갑자기 면접관 한 명의 얼굴이 벌개지며 “근데, 왜 이렇게 경력이 짧아요?”라고 물었다. 답하려는 순간, “내가 진짜 치가 떨려서 그래"라는 말이 치고 들어왔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그들의 입에서는 나의 자존감까지 언급이 됐고, 이곳은 붙어도 고민해야 할 곳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찝찝한 마음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내게 '그 발언'을 한 면접관과 마주쳤다. 맞담배와 함께 나눈 어색한 대화가 오히려 마음을 산 걸까. 다음날 합격 연락을 받았지만, 결국 거절했다. 처음 본 사람의 면전에서 '치가 떨린다'는 말을 할 정도인 곳에서, 유리멘탈인 내가 과연 일주일은 버틸 수 있을까 싶어서. 합격 여부와는 별개로 최악의 면접으로 남았다. / 29세 생산 MD
GOOD | 훅에는 카운터 펀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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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자기소개, 지원 동기, 그리고 강점과 역량을 묻는 질문까지. 마지막 면접을 위해 이틀 내내 준비했던 질문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대신 이 회사와의 '케미스트리'를 확인하는 질문이 이어졌다. 웃는 표정과 상반되는 매서운 눈빛에 매 순간 머리가 하얘졌지만, 달달 외워간 답변 대신 '내가 왜 이 회사를 원하는지'를 실시간으로 각색해야만 했다. 말은 당연 절었고, 연신 죄송하단 말과 함께 완벽한 답변을 내놓지도 못했다. 그러다가 문득, '아, 이건 면접이 아니라 내 성향이 궁금한 자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을 내려놓으니 패기가 떠올랐고, 대화가 제법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마지막, 훅을 날리는 질문에 고루한 내 비전과 회사에 실익을 가져다 줄 답변 사이에서 어리석게도 고민했다. 그 순간 다행히 '여기도 결국 돈이 오가는 곳이지'라는 생각이 강하게 스쳤다. 평소 같으면 하지 않았을 답변을 카운터 펀치처럼 던졌고, 대표는 크게 웃었다. ‘아,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잊지 못할 만큼 인상적인 면접은 아니지만, 날 마음에 들어 하는 찰나의 눈빛이 곧 '틈'이라는 걸, 꼭 말해주고 싶다. / 34세 식품 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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