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의 몰래 먹기는 성경에서 시작됐다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인류 최초의 몰래 먹기는 성경에서 시작됐다

에스콰이어 2026-03-20 18:35:15 신고

몰래 먹는 인간의 역사

인간은 함께 먹는 동물이며, 식탁은 원래 공동체를 위한 공간이다. 가족이 모이고, 친구가 모이고, 음식을 나누며 관계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인간의 식사에는 늘 또 하나의 장면이 존재한다. 누군가의 시선을 피해, 규칙을 피해, 혹은 아주 짧은 틈을 이용해 이루어지는 식사. 몰래 먹는 한입이다. 이 작은 한입들은 사소해 보이지만, 놀랍게도 인간의 역사와 문화 속에 오래 남아 있다. 심리학에선 이를 ‘Forbidden Fruit effect’ 금지된 열매 효과 라고 부른다. 먹지 말라고 할수록 더 먹고 싶어지는 청개구리 현상이라는 말이다. 금기는 언제나 인간의 미각을 자극해 왔다.




아담과 이브

인류 최초의 몰래 먹기는 성경에서 시작된다. 에덴 동산에서 아담과 이브는 금지된 과일을 먹는다. 먹지 말라는 명령이 있었기 때문에 그 열매는 더 강한 유혹이 된다. 인류의 첫 번째 식사는 축제가 아니라 위반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인류의 첫 번째 죄가 폭력도, 거짓말도 아닌 먹는 행위였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인간의 미각은 처음부터 금지된 것을 맛보고 싶어 하는 감각이었는지도 모른다. 만약 아담과 이브가 금기의 열매를 끝내 먹지 않았더라면, 인간은 아마 낙원에서 오래 머물렀을 것이다. 굶주림도, 죄도, 몰래 먹는 순간도 없는 세계. 몰래 집어 먹는 한입이 유난히 더 달게 느껴지는 그 감각. 금기가 없다면 음식은 단순한 영양일 뿐, 욕망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Jean-François Raffaëlli 의 페인팅 Man with Two Loaves of Bread , 1879

Jean-François Raffaëlli 의 페인팅 Man with Two Loaves of Bread , 1879



장발장 베이커리

문학 속에서 가장 유명한 몰래 먹기는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에 등장한다. 장발장은 굶주린 조카들을 위해 빵 하나를 훔친다. 그러나 그 빵 때문에 그는 19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된다. 그 순간 빵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생존과 죄, 그리고 인간의 배고픔을 동시에 상징한다. 몰래 훔쳐 먹는 음식은 때로 간식이 아니라 삶을 유지하기 위한 한입이 된다. 어쩌면 빵은 인간이 가장 오래 훔쳐온 음식일지도 모른다. 배고픈 사람 앞에서 갓 구운 빵 냄새는 도덕보다 항상 조금 먼저 도착한다. 필자 같은 경우에는 김밥집 문을 뚫고 흘러나오는 참기름 냄새 앞에서 마음이 흔들린다. 흥미롭게도 경기도 용인에는 ‘장발장 베이커리’라는 이름의 가게가 있다. 이곳은 장발장이 훔쳤을 법한 빵으로 상상되는 캄파뉴를 파는 사워도우 전문점이라고 스스로 소개한다. 문학 속 도둑의 빵이 현실의 베이커리 이름이 되는 순간이다.




식지 않는 군만두

유년 시절, 우리 가족이 미국에 살 때 엄마는 종종 외국인 가족들이 모이는 모임에 군만두를 구워 갔다. 그 시절에는 차를 한 시간 쯤 타고 가야 겨우 작은 아시아 마트 코너를 만날 수 있었다. 냉동 군만두 한 봉지는 그 자체로 귀한 음식이었다. 낯선 손님들이 어설픈 젓가락질로 만두를 집어 먹는 모습을 보면서도 나는 앞에 앉아 거의 먹지 못했다. 처음 맛보는 사람들에게 군만두를 마음껏 먹게 해줘야 한다는 이상한 책임감 때문이었을까. 어린 마음에도 괜히 체면을 차리고 있었던 것 같다. 모임이 끝나고 남은 만두 접시를 엄마가 주방으로 가져가면, 나는 슬쩍 뒤를 따라 들어갔다. 그리고 아무도 보지 않는 틈을 타 허겁지겁 군만두를 집어 입에 넣었다. 그 순간 만두는 아까 식탁 위에서 먹던 것보다 훨씬 더 뜨겁고, 더 맛있었다. 몰래 먹는 음식에는 묘한 속도가 있다. 식탁 위의 음식은 천천히 씹지만, 주방 구석에서 먹는 음식은 거의 숨 쉬듯 삼키게 된다. 어떤 음식은 배고픔 때문이 아니라 숨겨진 순간 속에서 더 맛있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인간은 식탁에서 먹는 것보다, 주방 한쪽에서 몰래 집어 먹는 한입을 더 오래 기억한다.



The Many Adventures of Winnie the Pooh (1977)

The Many Adventures of Winnie the Pooh (1977)



곰돌이 푸

아주 어렸을 때 텔레비전에서 보던 장면이 아직도 선명하다. 곰돌이 푸가 나무에 매달린 벌집을 발견하고 반사적으로 손을 뻗는다. 몰래 꿀을 한입 떠먹는 순간 벌들이 몰려와 푸를 쏘기 시작한다. 푸는 떨어지고, 도망치고, 다시 기어 올라간다. 그리고 결국 또 꿀을 먹는다. 그 장면을 보며 늘 같은 생각을 했다. 도대체 저 꿀이 얼마나 맛있길래 저렇게 맞으면서 먹을까. 흥미로운 건 이 장면이 단순한 애니메이션 개그가 아니라는 점이다. 유럽 민속 이야기에서도 아이들이 벌통에서 꿀을 몰래 꺼내 먹다가 벌에 쏘이는 이야기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꿀은 오래 전부터 가장 강한 유혹의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중세 유럽에서 일반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단맛은 거의 꿀뿐이었다. 설탕은 귀족들의 사치품이었고, 과일은 계절에만 먹을 수 있었다. 그래서 꿀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귀한 자원이었다. 농가에서는 벌통을 집 근처에 두고 꿀과 밀랍을 얻었는데, 아이들이 몰래 벌통을 건드리다가 벌에게 쏘이는 일이 실제로 자주 있었고, 그 경험이 그대로 민담이 되었다. 곰돌이 푸의 장면도 정확히 이 구조를 따른다. 푸는 벌에 쏘일 것을 알면서도 몰래 훔쳐먹는 꿀을 포기하지 못한다. 그것은 단순히 꿀이 맛있어서라기보다, 인간이나 동물이 달콤한 것을 향해 끌리는 본능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푸는 사실 아이들의 모습을 그대로 닮은 캐릭터다. 위험을 알면서도 손을 뻗는 존재처럼. 생각해보면 인간 문화에는 이런 장면이 계속 반복된다. 아담과 이브는 금지된 열매를 먹고, 장발장은 굶주린 조카들을 위해 빵을 훔치고, 농가의 아이들은 벌통에서 몰래 꿀을 훔친다. 음식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욕망과 금기의 경계를 드러내는 장치가 된다. 벌에 쏘이면서도 다시 벌집을 향해 손을 뻗는 푸의 모습은 결국 우리가 어린 시절 한 번쯤 했던 행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부모님이 잠든 밤 냉장고 문을 열고, 어제 먹다 남은 음식에서 가장 맛있는 한 조각을 몰래 집어 먹던 순간처럼.




냉장고 성장통

성장기 시절의 몰래 먹기는 보통 밤에 시작된다. 부모님이 잠든 뒤 집 안이 조용해지고, 냉장고 문을 살짝 여는 그 순간. 그때 우리는 정말 배고팠을까? 어쩌면 허락되지 않은 시간을 훔치고 있다는 느낌 때문은 아니었을까? 냄비 속 김치찌개를 살짝 들여다본다. 국물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고기다. 국자로 휘젓다 들킬 것 같아 조심스럽게 손으로 하나를 건져 올린다. 그리고 조용히 입에 넣는다. 이상하게도 그 고기는 평소 식탁에서 먹을 때보다 더 맛있다. 어린 시절의 몰래 먹기는 대개 이렇다. 냉장고 속 진미채 반찬, 남은 치킨, 케이크 한 조각, 혹은 미역국 속 소고기 한 점. 양은 아주 적지만 그 순간의 긴장감 때문에 기억은 유난히 또렷하다. 어쩌면 성장기의 몰래 먹기는 단순히 음식을 먹는 일이 아니라 처음으로 경험하는 작은 자유다. 부모의 규칙이 잠깐 멈춘 시간, 집 안이 완전히 조용해진 밤,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입 안으로 들어가는 한입. 그때 우리는 배고픔보다 먼저 금지된 순간의 맛을 배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작은 반항 이자, 아주 짧은 자유의 맛을.

Copyright ⓒ 에스콰이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