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4일로 예정된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가 현 경영진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 간의 치열한 세 대결로 치닫는 가운데,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해외 주요 연기금들이 잇따라 회사 측 안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히 과거 영풍 측에 우호적이었던 북미 지역 연기금들까지 현 경영진의 손을 들어주면서, 경영권 방어에 나선 최윤범 회장 측이 다소 유리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세계적인 연기금인 캘리포니아주 교직원 연금기금(CalSTRS)은 최근 고려아연 이사회가 제안한 핵심 안건들에 대해 대거 찬성 입장을 밝혔다. 주목할 점은 CalSTRS가 지난해 1월 임시주총 당시만 해도 현 경영진의 집중투표제 도입안에 반대하며 날을 세웠던 곳이라는 점이다.
업계에선 CalSTRS의 입장 선회를 두고 고려아연이 추진 중인 미국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 '크루서블'(Crucible)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투자가 동반된 핵심 프로젝트의 안정적 추진을 위해서는 현 경영진 중심의 거버넌스 유지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CalSTRS는 회사 측이 제안한 '이사 5인 선임안'에는 찬성표를 던진 반면, MBK·영풍 측이 제안한 '6인 선임안'과 '액면분할안'에 대해서는 명확히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또한 최윤범 사내이사 후보와 황덕남 사외이사 후보 선임안에도 찬성하며 현 경영진에 대한 신뢰를 보냈다.
플로리다퇴직연금(FRS)과 브리티시컬럼비아공적연금(BCI)의 행보도 유사하다. 이들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와 이사 5인 선임 등 현 이사회의 안건을 일제히 지지했다.
특히 BCI는 MBK·영풍 측이 내놓은 액면분할안에 대해 "주주의 최선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MBK 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들에 대해서도 "이들이 선임되는 것이 주주 가치 제고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다"며 반대 사유를 분명히 했다.
이러한 해외 연기금들의 움직임은 앞서 ISS와 글래스루이스 등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7곳이 내놓은 권고안과 일맥상통한다. 자문사들은 대부분 현 경영진의 주주환원 정책과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회사 측 안건에 찬성을 권고한 바 있다.
업계에선 이번 해외 연기금들의 '표심'이 국내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고려아연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배당 확대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펼쳐왔으며, 이번 연기금들의 지지는 이러한 노력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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