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염태영 의원과 함께 새벽배송 체험을 진행한 데 대해 전국택배노동조합은 "과로로 쓰러져 온 택배노동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택배노조는 20일 성명에서 "현장을 직접 경험하겠다는 시도 자체의 의미를 부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이같이 밝혔다.
택배노조는 먼저 "과로로 인한 사망사고는 2024년 서울 정슬기, 2025년 제주 오승용, 2026년 서울 김모 씨 등 대부분 퀵플렉스 택배 노동자에게 발생했다"며 "이번 체험은 실제 과로 문제가 집중되어 있는 '퀵플렉스' 택배 노동자가 아니라, 쿠팡 직고용인 '쿠팡친구'와 함께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퀵플렉스 택배 노동자들은 간접고용·특수고용노동자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법제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으며, 그 결과 법적 노동시간 기준조차 없는 상태에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택배노조는 또 "로저스 대표와 염 의원은 각각 150개 수준의 물량을 배송했다. 노동조합이 확인한 결과 해당 구역 전체 물량이 아닌 일부만 배송됐으며 나머지는 다른 노동자들이 분담했다"며 "배송 과정 중 두 차례, 각 30분 씩의 휴식시간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퀵플렉스 택배노동자들은 이런 조건에서 일할 수 없다. 하루 물량 전체를 정해진 시간 안에 완료해야 하는 구조 속에서 쉴 수 없으며, 달려야 한다"며 "무엇보다 하루에 150개 정도 배송해서는 생계를 유지할 수가 없다. 건당 800원으로 치면 12만 원이다. 한 달 30일을 하루도 안 쉬고 일해도 300만 원 정도의 수입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택배노조와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퀵플렉서 택배노동자 689명을 대상으로 수행해 지난해 12월 발표한 실태조사를 보면, 이들의 하루 평균 배송 물량은 388건이었다. 노동시간은 주간 하루 평균 11.6시간, 야간 하루 평균 9.7시간이었다.
택배노조는 "우리 퀵플렉스 택배노동자도 어제의 체험처럼 충분히 쉬면서 일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제시간에 배송을 완료하지 못하면, 프레시백을 회수하지 못하면, 곧바로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공포와 긴장 속에서가 아니라 안전한 환경에서 노동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과로를 예방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라며 △쿠팡이 불참한 2021년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 사회적 합의에 담긴 집화·배송 외 업무 별도 인력 투입 △원하청 간 협의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진 수수료 삭감 방침 철회 등을 촉구했다.
한편 쿠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로저스 대표가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일대에서 19일 저녁 8시 30분부터 20일 오전 6시 30분까지 진행한 새벽배송 체험을 마쳤다"며 "이번 체험은 새벽배송 기사의 일상적인 업무 전 과정을 경험하도록 진행됐다"고 했다. 로저스 대표가 체험 중 배송한 물량은 200건 미만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이번 체험은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나온 새벽배송 동행 요청을 적극 수용"한 것으로 "약속 이행과 신뢰 강화를 위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배송현장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경청, 직원 근무여건과 건강권을 강화하는데 앞장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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