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빌더 HD현대①] 정기선, 조선 1위 넘어 ‘초격차’ 겨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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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빌더 HD현대①] 정기선, 조선 1위 넘어 ‘초격차’ 겨냥

투데이신문 2026-03-20 17:22:1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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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그룹이 3월 23일 창립 54주년을 맞는다. 창업주 정주영 선대 회장의 도전 정신에서 시작된 무쇠의 역사가 손자 정기선 회장의 손에서 다시 쓰이고 있다. 전통 제조업의 한계를 넘어 인류의 미래를 개척하는 ‘퓨처 빌더(Future Builder)’로의 전환이 새롭게 펼쳐질 이야기의 핵심이다. 올해 ‘독보적 기술’과 ‘두려움 없는 도전’을 선언한 정기선 회장은 글로벌 1위 조선소를 넘어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친환경 선박을 만드는 청사진을 그렸다. 친환경 에너지로 탄소중립 시대를 선도하고, 산업 전반에 무인·자율화와 전동화를 적용해 생산 효율을 높여간다는 게 목표다. <편집자주>

HD현대 정기선 회장. [사진=HD현대]
HD현대 정기선 회장. [사진=HD현대]

【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HD현대 정기선 회장이 조선업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조선 시장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인공지능(AI)·데이터 기반 생산 체계 효율화와 친환경 선박 기술 확보를 통해 ‘초격차’ 조선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구상이다. 

20일 HD현대에 따르면 정 회장은 생산 혁신과 첨단 기술투자, 글로벌 생산 거점 확보를 통해 ‘조선 전성기’ 굳히기에 나섰다.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 압도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한편, 중국 조선소와의 일반 벌크선·상선 경쟁에서도 해외 거점을 중심으로 주도권을 확보할 방침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 17일 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회장으로 승진한 뒤 5개월여 동안 바쁜 시간을 보냈다. 지난해 12월 첫 경영전략회의에서 2030년 매출 100조원이라는 공격적인 목표를 발표했고, 올해 다보스포럼을 비롯한 해외 일정을 다수 소화하며 HD현대의 비전을 세계에 알렸다. 본격적인 오너 경영 체제에 들어선 만큼 성과로 리더십을 증명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그룹 회장 자리에 오르기 전부터 도전적인 기술 로드맵을 발표해왔다. 2022년 ‘쉽 빌더’에서 ‘퓨처 빌더’로 그룹 본질을 재정의했고, 2023년에는 친환경·무탄소 선박과 자율운항 기술을 바탕으로 바다의 잠재력을 끌어내겠다는 ‘오션 트랜스포메이션’ 개념도 제시했다. 선박을 많이 수주하고 빨리 만드는 양적 성장을 넘어 기술 격차를 통해 질적 성장으로 나아가겠다는 출사표였다.

정 회장의 도전 정신은 창업주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의지를 계승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주영 명예회장은 1972년 울산 현대조선소를 건설하며 유조선 2척을 동시에 건조한 일화로 유명하다. 조선소가 없는 상황에서 해외 해운 사업가를 찾아가 선박 수주 계약을 따내고, 그 자금으로 조선소를 짓기 시작했다. 공정이 완성되는 즉시 선박 제작에 투입하는 파격적 계획을 실현하며 건설과 건조를 동시에 수행했다.

정 회장은 ‘도전 정신’을 경영 기조로 삼았다. 올해 신년사에서 “허허벌판이던 바닷가에 조선소를 세우고 동시에 2척의 초대형 유조선 건조에 나섰던 우리의 첫 도전이 그랬듯, 잘 하는 것을 무기 삼아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해 나가는 ‘두려움 없는 도전’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20일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개최된 정주영 명예회장의 25주기 추모행사에서도 창업 정신을 강조한 것으로 고인을 추모했다. 추모사를 통해 “2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창업자 삶과 정신은 여전히 우리 안에 남아있다”며 “불가능해 보이던 일을 현실로 만들어낸 발자취는 HD현대가 존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울산시 HD현대중공업 조선소 야드. [사진=HD현대]
울산시 HD현대중공업 조선소 야드. [사진=HD현대]

현재 정 회장은 HD현대의 미래 좌표를 바꾸고 있다. 중국 기업의 거센 추격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이라는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기술 초격차’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러한 전략은 성과로 드러나고 있다. HD현대 조선 계열사는 지난해 총 174억1700만달러(약 26조원)의 수주를 달성하며 연간 수주 목표(150억2000만달러)를 116% 초과했다. 올해는 조선 부문에서 233억달러(약 34조9000억원) 수주라는 도전적인 목표를 세웠다. HD현대 관계자는 “노후 유조선 교체 수요, 미국 액화천연가스(LNG)선 발주 증가 등 업계 상황을 고려해 목표를 상향했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HD현대의 생산 체계 혁신도 진두지휘하고 있다. 2022년 스마트조선소를 구축하는 ‘FOS(조선소의 미래)’ 프로젝트를 기업의 전략 과제로 격상했다. FOS는 데이터·자동화·AI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을 조선소 전반에 적용하는 중장기 프로젝트다. HD현대는 2023년 12월 FOS 1단계인 ‘눈에 보이는 조선소’ 구축을 완료했다. 올해는 ‘연결·예측 최적화된 조선소’ 구축을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지능형 자율 운영 조선소’ 구축에 착수할 계획이다. 2030년에는 디지털·AI 기반의 스마트조선소 완성이 목표다. 

공정이 안정되면 재작업과 대기시간, 인력 및 자재 배치 낭비 등 숨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HD한국조선해양의 영업이익은 3조9045억원으로 전년 대비 172.3% 급증했다. 생산 효율화를 통한 건조 물량 증가가 수익성 개선을 일부 뒷받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FOS 프로젝트가 실제 현장에서 효과를 보인다는 소식이 들린다”며 “올해 FOS 2단계를 추진 중인 만큼 데이터와 AI를 기반으로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부분들이 개선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친환경·무탄소 선박 시대도 가속한다. 정 회장은 메탄올 추진선과 수소 운반선, 원자력 추진선 등 차세대 선박 분야의 독자 기술 개발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흐름에서 친환경 선박의 기술 우위를 선제 확보해 가격 결정권을 쥐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초부터 1조4993억원 규모의 LNG운반선 4척을 수주하며 친환경 선박 시장의 주도권을 과시했다. 특히 차세대 동력원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 기반 원자력 추진선 기술 개발은 올해 들어 가장 역동적이다. 

정 회장은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빌 게이츠 테라파워 창업자를 만나 SMR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9일에는 미국선급협회(ABS)와 1만6000TEU급 대형 컨테이너선을 대상으로 ‘원자력 연계 전기추진시스템’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하며 실무 성과를 냈다. 최대 100MW급 출력을 내는 SMR을 전기추진 시스템에 접목해 장시간 고속 운항이 필요한 대형 선박의 새로운 동력 표준을 세우겠다는 계획이다. 

원자력 추진선은 국제 표준이나 보험체계가 미흡하고 입항 거부 가능성 등 현실적인 장벽이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HD현대는 미래 기술 주도권을 쥐기 위해 도전을 이어간다. 관계자는 “차세대 선박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병행 개발하고 있다”며 “원자력 추진선도 ABS의 국제 인증을 받아 글로벌 표준을 선도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HD현대의 SMR 기술 현황. [사진=HD현대]
HD현대의 SMR 기술 현황. [사진=HD현대]

해외 생산 거점 다변화도 적극 추진한다. 정 회장은 미국, 인도, 베트남, 필리핀,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중심으로 현지 투자와 생산 기반 구축을 가속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선박은 국내에서 생산하고, 벌크선이나 일반 상선은 해외 조선소를 중심으로 생산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미국 조선업 재건을 위해 한국 조선 기업이 참여하는 ‘마스가(MASGA)’ 프로젝트 수혜도 기대된다. 

HD현대는 마스가 사업의 일환으로 미국 방산기업 헌팅턴 잉걸스 인더스트리와 협력해 현지 조선소 인수 및 인프라 공동 투자 등을 검토 중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미국 조선소 인수와 업그레이드, 첨단 선박 개발 및 건조, 조선 기자재 공급망 확충 등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고부가가치 선박을 위주로 건조하며 기술 투자를 이어가고, 벌크선·일반 상선 등은 해외 조선소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국과의 주도권 경쟁에서 승기를 잡는 것이 목표”라며 “미국·인도 등은 정부 차원에서 조선업 강화를 추진하는 만큼 우리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도움을 주고 매출을 발생시키는 윈-윈 관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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