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생명은 부모의 것?…반복되는 '자녀 살해 후 자살'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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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생명은 부모의 것?…반복되는 '자녀 살해 후 자살' 비극

연합뉴스 2026-03-20 15:30:5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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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어린이 72명 희생…"자녀도 국민, 독립된 인격체로 보는 인식개선 최우선"

일반적 학대와 발생 패턴 달라…부모 위기 땐 자녀 안전 '특화 프로토콜' 도입해야

아동 학대 (PG) 아동 학대 (PG)

[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울산=연합뉴스) 장지현 기자 = 울산에 살던 어린 4남매가 30대 아버지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되는 참변을 계기로, '자녀 살해 후 자살' 행위에 대한 인식과 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자녀 살해 후 자살'을 부모의 비극적 선택이라거나 동정론적으로 바라보는 인식을 깨고, 가장 극단적인 아동학대 행위로 규정해 대응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0일 세이브더칠드런·인하대학교 산학협력단이 보건복지부 '아동학대 연차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아동학대 사망 중 '자녀 살해 후 자살'로 숨진 아동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72명에 달했다.

연도별 피해아동 수는 2019년 9명, 2020년 12명, 2021년 14명, 2022년 14명, 2023년 23명 등으로 4년 만에 2.5배 이상 급증했다.

전체 아동학대 사망 사건 중 '자녀 살해 후 자살'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30% 안팎에 달했다.

숨진 일가족 거주하던 빌라 숨진 일가족 거주하던 빌라

(울산=연합뉴스) 장지현 기자 = 지난 18일 30대 아버지와 어린 자녀 4명 등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해당 세대 현관 전경. 2026.3.19 jjang23@yna.co.kr

지난 18일 울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30대 남성 A씨와 4남매 사건이 전형적인 사례다.

생활고와 양육 부담을 이기지 못한 아버지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초등학교 1학년부터 생후 5개월까지 자녀 4명의 목숨을 함께 앗아간 것으로 보인다.

울산에서는 2023년에도 40대 아버지가 아내와 중·고등학생 자녀를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있었다.

최근까지도 '자녀 살해 후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되는 일가족 사망 사건이 전국에서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경기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남성이 9살 아들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같은 달 경북 경산에서도 10대 자녀를 포함해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선택의 배경에는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가 아닌 부모의 소유물이나 부속물로 보는 '왜곡된 인식'이 깔려 있다고 분석한다.

원혜욱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논문 '자녀살해 후 자살 사건의 실태 및 대책'에서 "자녀살해 후 자살 사건은 극단적 형태의 아동학대이며, 아동의 생명권과 기본권을 침해하는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이런 사건에 '동반자살', '일가족 자살' 같은 용어를 사용하며 가해자인 부모를 온정적 시각으로 바라봤기 때문에 아동학대라는 본질이 가려졌다"고 지적했다.

복지 사각(CG) 복지 사각(CG)

[연합뉴스TV 제공]

장화정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부모는 자신이 죽으면 아이가 고생할 것이며 가더라도 자식들을 거둬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자녀를 소유물로 보는 전형적인 인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아이가 가진 권리를 부모가 좌지우지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며 "아이를 독립된 인격체로 보는 인식 개선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강미정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정책팀장은 "자녀 살해 후 자살은 '내가 없으면 아이가 살지 못한다'는 부모의 왜곡된 이타주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며 "국가의 지원이나 사회적 안전망이 우리 가족, 우리 아이를 지켜주지 못할 것이라는 불신도 하나의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사전에 위기 징후가 포착됐지만 '아동학대 정황이 없다'는 이유로 비극을 막지 못한 만큼, 복지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정비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강 팀장은 "자녀 살해 후 자살은 일반적 학대와 달리 학대의 연속성이 없고, 위기 상황이 축적되다가 갑자기 발생한다는 특성이 있다"며 "부모가 위기에 처했을 때 자녀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특화된 프로토콜이 도입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가장인 아버지가 기초생활 수급 신청을 거부한 끝에 발생한 참변인 만큼, 양육 가구에 대해서만큼은 '복지 신청주의'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 교수는 "스스로 복지 서비스를 신청할 능력이 없는 아이들을 위해 국가의 의무적이고 강제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며 "양육 위기 가구에 대해서는 가사·돌봄 서비스가 '신청'이 아닌 '배치' 형태로 즉각 투입하는 통합 서비스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자녀를 양육하는 한 부모에게는 우선적으로 일자리를 연계해주고, 돌봄을 제공해주는 통합 서비스가 있었다면 부모가 아이를 살해하는 극단적 상황까지는 벌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jjang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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