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다.”
방탄소년단(BTS) 팝업 ‘BTS POP-UP : 아리랑(ARIRANG)’에서 가장 오래 발길이 머무는 곳은 단연 굿즈존이었다.
이 공간의 인상은 흔히 떠올리는 아이돌 굿즈 매장과는 조금 달랐다. 단순히 로고를 찍어낸 상품을 진열해 놓은 곳이 아니라, 정규 5집 ‘아리랑’의 정서와 메시지를 ‘소장 가능한 형태’로 다시 풀어낸 공간에 가까웠다. 이번 팝업의 굿즈는 소비를 자극하는 물건이기 전에, 앨범의 연장선으로 기능하는 오브제처럼 보였다.
숄더 백은 고급 소재 위에 성덕대왕신종 문양을 정교한 자수로 구현해 눈길을 끌었다. 단순히 전통 문양을 얹는 수준이 아니라, 현대적 디자인 언어 안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였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레이어드 스커트 역시 은은하게 비치는 소재와 섬세한 디테일로 한국적인 선의 미감을 살렸다. 헤어 클립은 앨범 로고를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포인트를 줬고, 헤어 핀은 유려한 곡선의 한국적 실루엣과 모던한 소재가 만나 절제된 인상을 만들었다. 카드 홀더 또한 매끄러운 블랙 원단 위에 입체적인 디테일을 더해, 과하지 않으면서도 분명한 콘셉트를 드러냈다.
이 협업 상품들이 흥미로운 건, K팝 굿즈에 대한 익숙한 공식을 조금 비껴간다는 점이다. 통상적인 팬 상품이 로고 플레이, 캐릭터 상품, 포토 중심의 기념품에 가까웠다면, 이번 협업 굿즈는 ‘한국 유산의 현대적 변주’라는 방향에 보다 가깝다. 팬심만으로 소비되는 물건이라기보다, 일상 속 취향 소비의 영역으로도 확장될 수 있도록 설계된 셈이다.
즉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상징을 소유하는 동시에 디자인 자체의 완성도와 의미까지 함께 사게 되는 구조다. 공식 굿즈 13종 역시 눈길을 끌었다. 메시지 체인, 링크 체인, 볼캡, 반팔 티셔츠, 후디, 노트북 파우치, 머그, 젓가락 세트, 와인 스토퍼, 페이퍼 포스터, 램프, 테이블, 캔들 등으로 구성된 상품군은 단순한 기념품 범주를 넘어서 생활소품 영역으로까지 확장돼 있었다.
로고 하나를 붙인 팬 상품이 아니라, ‘아리랑’이라는 앨범이 품고 있는 정서와 정체성을 생활 속 오브제로 변형했다. 성덕대왕신종에서 출발한 문양이 숄더 백과 카드 홀더로 이어지고, 앨범의 감성이 램프와 캔들, 젓가락 세트와 와인 스토퍼로 확장되는 방식은 BTS이라는 브랜드가 지금 어디까지 뻗어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김겨울 기자 winter@donga.com
Copyright © 스포츠동아.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스포츠동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