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경기 회복세를 강조해 온 정부가 8개월 만에 다시 "경기 하방 위험"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물가와 민생 부담, 성장세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재정경제부는 20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3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소비 등 내수 개선, 반도체 중심 수출 호조 등으로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다섯 달 연속 '경기 회복' 판단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같은 보고서에서 "취약부문 중심의 고용 애로, 건설투자 회복 속도, 미국 관세 부과 영향 등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중동 상황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등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물가 상승, 민생 부담 증가 및 경기 하방 위험 증대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동향 보고서에 '경기 하방 위험'이라는 취지의 표현이 들어간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조성중 재정경제부 경제분석과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란 전쟁이 성장률과 물가에 미칠 파급효과에 대해 "사태가 얼마나 장기화하고 심화할지 예단하기 어려워 수치가 어떻게 변할지 언급하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통계 지표에 중동 리스크가 본격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사태 전개에 따라 충격의 크기와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취지다.
실제 1∼2월 지표만 놓고 보면 소비와 수출은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1월 소매판매는 내구재·준내구재·비내구재 판매가 모두 늘며 전월 대비 2.3% 증가했다. 2월 소매판매 역시 카드 국내 승인액 증가율 확대와 소비자심리지수 상승 등을 감안할 때 긍정적인 결과가 예상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12.1로, 전월보다 1.3포인트 상승했다. 국내 카드 승인액은 작년 같은 달보다 6.3% 늘었다. 다만 할인점 카드 승인액이 10.6% 감소해 유통업 일부 업태의 부진은 부담 요인으로 지목됐다.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강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2월 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8.7% 증가했고, 조업일수를 감안한 일평균 수출액은 49.0% 급증했다. 품목별로는 컴퓨터(222%), 반도체(161%), 선박(41%) 등이 증가세를 주도했다.
물가와 고용 지표도 현재까지는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2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0% 상승해 전월과 같은 오름폭을 기록했다. 국제유가 하락 영향으로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4% 하락했다. 고용의 경우 2월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23만4천명 늘어, 증가 폭이 1월(10만8천명)보다 확대됐다.
다만 정부는 대외 여건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중동상황, 주요국 관세 부과에 따른 통상환경 악화 등으로 국제 금융시장 및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고 교역·성장 둔화가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국제유가 급등을 통해 국내 물가를 자극하고, 기업 비용과 가계 부담을 동시에 높이는 '이중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중동발 충격이 현실화될 경우를 대비해 재정·정책 대응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재정경제부는 "중동상황 영향 최소화를 위해 민생안정·경제회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신속히 편성하겠다"며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 중심으로 각 부문을 24시간 모니터링하면서 이상징후 발생 시 신속 대응하겠다"고 했다.
경기 회복 기조를 유지하되, 대외 리스크 확대에 따른 하방 위험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두 마리 토끼 잡기'가 정부 경제 운용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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