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6년 미국 유학 중이던 조선 청년 7인이 남긴 국내 최고령 아리랑 음원이 130년의 시간을 넘어 현대 대중음악의 정점인 방탄소년단(BTS)의 일곱 멤버를 통해 새로운 문화적 이정표로 재탄생했다. 타국에서 민족의 정서를 외쳤던 과거의 7인과 세계 무대에서 한국적 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현재의 7인이 아리랑이라는 매개체로 연결되며 시대적 평행 이론을 완성했다.
방탄소년단 / 유튜브 'BANGTANTV'
기록에 따르면 1896년 7월 24일 미국 워싱턴 D.C. 하워드 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조선 청년 7명은 학교 사교 모임에서 현지 학생들의 요청으로 노래를 불렀다. 당시 영어를 구사하지 못했던 이들은 팝송 대신 아리랑과 제비 후리러 나간다를 불렀으며 이 목소리는 에디슨식 축음기(소리를 진동으로 변환해 원통형 납판에 기록하는 장치)를 통해 고스란히 담겼다. 이는 한국인의 목소리가 서양 기록 매체에 담긴 최초의 사례로 현재 미국 의회도서관 수장고에 보관되어 역사적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은 방탄소년단이 약 3년 9개월 만에 선보이는 정규 5집 앨범 아리랑(ARIRANG)을 통해 현대적 서사로 확장된다. 일곱 멤버는 이번 앨범 전반에 걸쳐 자신들의 뿌리를 탐구하는 과정을 담아냈다. 총 14개 트랙으로 구성된 신보는 완전체 컴백을 기다려온 팬들에 대한 헌사이자 팀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하는 지침서 성격을 띤다.
방탄소년단 아리랑 애니메이션 트레일러 속 한 부분 / 유튜브 'BANGTANTV'
앨범의 시각적 정체성을 상징하는 로고는 멤버 정국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한국적인 요소를 자연스럽게 녹여내자는 멤버들의 공통된 의견에 따라 전원이 한국인인 팀의 특성이 디자인과 수록곡 전반에 투영됐다. 리더 RM은 송라이팅 세션 과정에서 태권도를 소재로 한 곡을 시도하는 등 다양한 한국적 소재를 실험했다고 밝혔다. 최종적으로 채택된 아리랑이라는 제목은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단어인 동시에 전 세계에 한국의 정서를 가장 넓게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로 선택됐다.
멤버 지민은 아리랑이 어릴 때부터 접해온 민요인 만큼 이를 앨범 제목으로 정하는 데 상당한 책임감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멤버들은 한국적 요소를 기존의 틀 그대로 가져오기보다 현대적인 방식으로 변주하여 과하지 않은 절제미를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이는 과거 조선 청년들이 낯선 땅에서 자신들의 언어로 존재감을 증명했던 방식과 궤를 같이한다.
신보의 핵심적인 메시지는 타이틀곡 스윔(Swim)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멤버 전원은 이 곡이 삶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한 호흡씩 내쉬며 나아가는 모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정의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민족의 생명력을 이어온 아리랑처럼 스윔 역시 대중의 삶 곁에서 오래도록 회자되는 곡이 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다.
방탄소년단 아리랑 / X 'BTS_official'
제이홉은 가사 속에 한국의 흥과 문화를 녹여내는 과정에서 일곱 명이 함께할 수 있는 지점을 찾는 데 주력했다고 언급했다. 다시 돌아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결국 뿌리에서 시작되는 일이며 그 뿌리가 견고했기에 지금의 팀이 존재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는 130년 전 하워드 대학교의 청년들이 영어 노래를 부르지 않고 우리 민요를 선택했던 자긍심이 오늘날 글로벌 아이콘의 행보와 연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과거의 기록이 침묵을 깨고 세상에 공개된 시점과 방탄소년단의 완전체 복귀가 맞물린 점은 단순한 우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1896년의 7인이 남긴 목소리는 2026년의 7인이 만드는 음악을 통해 박제된 유산이 아닌 살아있는 문화로 유통된다. 시대와 환경은 다르지만 자신들의 정체성을 음악에 담아 세계와 소통하려는 일곱 청년의 의지는 130년의 세월을 관통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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