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웨이를 여전히 '가전기업'으로 규정하는 시장의 시선은 기업의 절반만을 반영한 평가일 수 있다. 정수기와 공기청정기를 생산하는 제조업이라는 인식은 사실이지만, 현재 코웨이의 수익 구조를 들여다보면 이 회사는 이미 전통적인 제품 판매 기업의 궤도를 벗어나 있다. 핵심은 '제품'이 아니라 '계정', '판매'가 아니라 '구독'에 있다.
실제 수치가 이를 입증한다. 코웨이는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 연결 매출 3조6882억원 가운데 3조3595억원이 렌탈 매출로, 전체의 91.1%를 차지한다. 이는 매출 대부분이 일회성 판매가 아닌 반복 과금 구조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통 가전기업이 제품 출하량과 교체 수요에 실적이 좌우된다면, 코웨이는 계약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현금이 유입되는 구조를 이미 구축한 셈이다.
이 구조의 본질은 '계정 기반 사업'이다. 코웨이는 2024년 글로벌 렌탈 계정 1000만 개를 돌파했고, 2025년에도 국내 렌탈 계정 순증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계정이 유지되는 한 매출이 계속 발생하는 구조는 기업 가치 평가에서 중요한 반복 수익 모델과 맞닿아 있다. 단순히 몇 대를 팔았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유지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한 기업으로 변모한 것이다.
그럼에도 시장은 여전히 코웨이를 전통 제조업의 잣대로 평가하는 경향이 남아 있다. 이는 구조적 오해에 가깝다. 제조업은 경기 변동과 소비 심리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코웨이의 렌탈 모델은 매출 인식이 시간에 분산되고 고객 계약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다. 물론 디지털 구독 서비스와 동일한 모델은 아니다. 코웨이는 제품 설치, 필터 교체, 방문 관리 등 운영형 서비스가 결합된 '하드웨어 기반 구독'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그러나 반복 수익이라는 핵심 구조만 놓고 보면 이미 구독 경제와 유사한 궤도에 올라와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이 사업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해지율이다. 코웨이는 실적 발표를 통해 해약률 관리와 안정적인 고객 유지가 계정 순증의 배경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곧 이 회사의 경쟁력이 제품 성능보다 '고객 유지 능력'에 있다는 의미다. 한 번 확보한 고객을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가 곧 매출과 직결되는 구조다.
이 지점에서 코웨이의 진입장벽이 드러난다. 코웨이는 코디(Cody), 방문판매 조직, 홈케어닥터, 서비스 인력으로 이어지는 전국 단위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단순 제품 경쟁으로는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후발주자가 유사한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동일한 수준의 관리 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코웨이의 경쟁력은 제품 스펙이 아니라 '운영 시스템'에 있다.
해외 시장에서도 이 구조는 그대로 확장되고 있다. 코웨이는 말레이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렌탈 사업을 확대하며 계정 기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025년 해외법인 매출은 1조8899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고, 말레이시아 법인은 1조4000억원을 넘어서며 핵심 성장 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단순 제품 수출이 아니라 현지 고객 기반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수익 모델을 이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결국 코웨이를 바라보는 시장의 프레임은 바뀔 필요가 있다. 이 회사는 더 이상 제품을 판매하고 끝나는 기업이 아니라, 고객과 장기간 관계를 유지하며 반복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구조를 가진 기업이다. 제조업의 시선으로 보면 성장성이 제한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계정 기반 서비스 기업의 관점에서 보면 안정성과 확장성을 동시에 갖춘 모델로 해석할 수 있다.
시장 프레임이 바뀌면 밸류에이션도 달라진다. 코웨이는 지금 그 경계선 위에 서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제품'이 아니라 '구독', '판매'가 아니라 '계정'이라는 구조적 전환이 자리하고 있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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