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갈등이 에너지 시설을 직접 겨냥하는 양상으로 확산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원·달러 환율까지 1500원을 넘어서자 국내 경제가 '유가·환율 동시 상승'이라는 복합 충격에 직면했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21.9원 상승한 1505원에 출발했다. 장 초반부터 1500원을 넘어선 환율은 이후 상승폭을 일부 줄였지만 결국 1501원에 마감하며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종가 기준 1500원대를 기록했다.
달러 강세 흐름도 이어졌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0선을 다시 돌파하며 강세 국면을 이어갔다.
환율 급등의 직접적인 배경은 중동 지역 긴장 고조에 따른 에너지 공급 불안이다. 이스라엘의 이란 가스전 공격과 이에 대한 보복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졌다.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는 11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WTI 역시 한때 100달러를 넘어섰다. 에너지 인프라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지속될 경우 고유가 장기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제는 유가와 환율 상승이 동시에 진행되며 국내 경제에 이중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유 가격 상승으로 수입 물가와 생산 비용이 증가하는 동시에, 원화 약세는 달러 결제 비용을 추가로 끌어올리는 구조다.
이 같은 영향은 산업 현장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항공업계는 유류비와 환율 부담이 동시에 확대되면서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 상승으로 항공기 리스료와 정비비, 유류비 등 주요 비용이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며 "일부 저비용항공사(LCC)는 노선 조정과 비용 절감 등 비상 대응에 나선 상황"이라고 전했다.
고유가 상황은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를 자극할 경우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워 통화정책 완화를 어렵게 만든다"며 "경기 둔화 상황에서도 금리를 내리지 못하는 정책 딜레마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국고채 금리가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면서 가계 대출 금리와 기업 자금조달 비용, 정부의 이자 부담까지 동반 상승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권 역시 긴급 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는 일일 점검 체계를 구축하고 외환·자본시장 지표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중동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외화 유동성과 자산 건전성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시장 안정화 조치를 검토 중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환율이 경제 기초여건과 괴리될 경우 적절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외환당국은 달러 매도 개입과 외환스와프 확대, 외환 규제 조정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인위적인 환율 통제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진일 고려대 교수는 "환율을 장기간 인위적으로 억제하는 정책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시장 왜곡을 최소화하면서 변동성을 완화하는 수준의 대응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중동 리스크의 전개 방향에 따라 환율과 유가가 추가로 출렁일 가능성이 큰 만큼, 당분간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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