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동사태 이후 물가가 상승하면서 민생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경기 하방위험 증대 우려가 있다는 경기 진단을 내놨다. 지난 달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했고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서는 등 고유가·고환율로 인한 물가 상승으로 경기가 다시 위축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재정경제부는 20일 발표한 3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중동상황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등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물가 상승하고 민생 부담이 증가하면서 경기 하방위험 증대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그린북에서 '경기 하방위험'을 언급한 것은 8개월 만이다. 지난해 1월 이후 같은해 7월까지 줄곧 '경기 하방위험'을 언급했지만 8월부터는 2차 추가경정예산 집행에 따른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내수 진작에 기여하고 있다며 '향후 경기 회복에 긍정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후 지난해 9월에는 소비 증가로 경기 회복에 긍정적 신호가 강화되는 모습이라며 경기 상황을 더 낙관적으로 짚었고 올해 2월까지 '경기 회복 흐름’이라는 표현을 4개월간 유지했다.
정부는 이달 그린북에서도 "우리 경제는 소비 등 내수 개선, 반도체 중심 수출 호조 등으로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밝혔지만 중동발 리스크가 실물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주목하며 '경기 하방압력'이라는 표현이 추가된 것으로 풀이된다.
2월 국제유가는 지정학적 리스크 영향으로 전월 대비 상승했다. 두바이유는 1월 배럴당 62.0달러에서 2월 68.4달러로 올랐고, 브렌트유 역시 64.7달러에서 69.4달러로 상승했다. 국내 유가도 시차를 두고 상승 압력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2월 기준 국내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687원 수준에서 시작해 4주차에는 1692원까지 올랐고, 경유 가격도 1582원에서 1596원으로 상승했다.
중동 사태 영향이 본격화한 이달 초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은 점을 고려하면 국제유가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국내 가격에 반영되면서 이달 평균 소비자물가를 상당 폭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산업생산은 물량 조정에 들어간 반도체 산업의 영향으로 감소 전환됐다. 1월 전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1.3% 감소하며 2개월 연속 이어졌던 증가 흐름이 꺾였다. 서비스업 생산도 전월 대비 0.0%로 보합에 그쳤고 도소매업(-1.4%), 운수·창고업(-2.8%), 전문·과학·기술(-3.0%) 등 내수 관련 업종이 일제히 감소했다.
소비는 회복세를 이어갔다. 1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2.3% 증가했다. 품목별로는 내구재가 7.1% 증가하며 소비를 견인했지만 준내구재는 5.4% 감소했다.
고용은 증가폭이 둔화됐다. 올 1월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0만8000명 증가에 그쳤다. 산업별로는 서비스업이 25만6000명 증가했지만, 건설업은 2만명, 제조업은 2만3000명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고용률은 61.0%로 0.5%포인트 하락했고, 실업률은 4.1%로 0.4%포인트 상승했다.
재경부는 "취약부문 중심 고용애로, 건설투자 회복속도, 미국 관세부과 영향 등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며 "글로벌 경제도 중동상황, 주요국 관세 부과에 따른 통상환경 악화 등으로 국제금융시장 및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고 교역·성장 둔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중동상황 영향 최소화를 위해 민생안정·경제회복을 위한 추경을 신속히 편성할 것"이라며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 중심으로 각 부문을 24시간 모니터링해 이상징후 발생시 신속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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