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련의 Artist Life_Story #84] 시대를 건너 ‘보는 방식’을 배우다: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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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련의 Artist Life_Story #84] 시대를 건너 ‘보는 방식’을 배우다: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

문화매거진 2026-03-20 09:22:3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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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 전시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문화매거진=정혜련 작가] 얼마 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 전시를 관람했다. 이번 전시는 조금 특별한 방식으로 시작되었다. 전시장에 들어가기 전, 많은 관람객이 한 공간에 모여 강연형 도슨트의 설명을 먼저 듣고 자유 관람을 하는 형태였다. 사람들로 가득 찬 공간 속에서 하나의 이야기를 함께 듣는 경험은 전시를 ‘보기’ 이전에 ‘이해하는 준비’를 하는 시간처럼 느껴졌다.

도슨트의 설명은 단순한 작품 해설을 넘어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는 하나의 긴 이야기였다. 르네상스에서 시작해 바로크를 지나 인상주의에 이르기까지, 미술은 단순히 표현 방식이 변화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져 왔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 설명을 들으며 나는 자연스럽게 질문하게 되었다. 우리는 지금,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가.

르네상스 시대 작품들은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고 균형 잡혀 있었다. 인간의 신체를 탐구하고, 원근법을 통해 공간을 구성하며, 보이는 세계를 최대한 정확하게 재현하려는 의지가 느껴졌다. 그 시대의 화가들에게 ‘잘 그린다’는 것은 곧 ‘정확하게 재현한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나 역시 그림을 배워온 과정에서 얼마나 정확하게 형태를 잡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되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바로크 시대에 이르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작품 속 인물들은 더 극적으로 움직였고, 빛과 어둠은 강렬하게 대비되었다. 단순히 ‘보이는 것’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느껴지는 것’을 전달하려는 시도가 느껴졌다. 이 지점에서 나는 미술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감정과 서사의 언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인상주의. 이 전시를 관통하며 가장 오래 머물게 했던 지점이었다. 이전 시대까지 ‘정확함’과 ‘완성도’가 중요했다면, 인상주의에서는 순간의 빛과 공기, 그리고 그때의 감각이 더 중요해 보였다. 형태는 다소 흐릿해지고, 붓질은 거칠어졌지만 오히려 그 안에서 더 생생한 현실이 느껴졌다. 마치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붙잡아 두려는 시도처럼 보였다.

이 지점에서 나는 지금의 시대를 떠올렸다. 우리는 기술적으로 점점 더 ‘정확한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AI를 통해 누구나 빠르게, 그리고 꽤 그럴듯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르네상스 시대처럼 정확하게 그리는 능력일까, 아니면 인상주의처럼 순간을 포착하는 감각일까.

전시를 보고 나오며 나는 그 답이 단순히 하나로 정리되지는 않는다고 느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시대가 바뀔 때마다 ‘잘 그린다’의 기준은 달라졌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언제나 새로운 시도를 한 사람들로부터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졌을 표현 방식들이, 시간이 지나며 하나의 흐름이 되고 결국에는 새로운 기준이 되어왔다.

▲ 도슨트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 도슨트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강연형 도슨트의 설명을 먼저 듣고 전시를 관람했던 경험은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단순히 ‘유명한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그림이 왜 그 시대에 등장했는지, 어떤 질문 속에서 탄생했는지를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전시는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생각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나에게 남는다는 사실을 다시 느꼈다.

나는 지금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과 창작을 하고, 또 나 자신의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나에게 하나의 방향을 다시 묻게 했다. ‘나는 무엇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그리고 그 질문은 곧 ‘나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로 이어졌다.

어쩌면 미술은 결국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르네상스의 화가들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했고, 인상주의 화가들이 또 다른 방식으로 그것을 표현했듯이, 지금의 우리는 또 우리의 방식으로 답을 만들어가야 한다.

전시를 보고 돌아오는 길,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잘 그리느냐가 아닌, 얼마나 ‘나답게’ 보고 있는가일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그 질문은 앞으로의 작업과 수업 속에서도 계속해서 나를 따라다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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