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日 호르무즈 파병 압박…다카이치, '109조 투자 보따리'로 '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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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日 호르무즈 파병 압박…다카이치, '109조 투자 보따리'로 '딴청'

뉴스로드 2026-03-20 08:57:1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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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총리(왼쪽)와 트럼프 대통령 [사진=UPI/연합뉴스]
다카이치 총리(왼쪽)와 트럼프 대통령 [사진=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호르무즈 해협 경색 해소를 위한 미국의 군사 작전에 일본이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을 강력히 압박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군함 파견 등 직접적인 군사 지원 대신 109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와 에너지 협력 방안을 제시하며 방어에 나섰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된 회담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의 아킬레스건인 '진주만 공습'을 농담조로 거론하며 동맹국을 향한 가감 없는 압박 외교의 단면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 주기를 기대한다"며 대(對)이란 군사 작전에서의 역할 확대를 요구했다.

그는 "일본에는 4만 5,0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고, 우리는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며 동맹의 비용적 측면을 부각했다. 이어 "일본은 석유의 90% 이상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여온다. 그것이 일본이 나서야 할 큰 이유"라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비록 군함 파견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서방 안보 동맹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파병 거부를 언급하며 "일본은 나토와 다르다"고 치켜세워 사실상 군사적 기여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파병 요구에 대한 즉답을 피하는 대신, 트럼프 대통령을 '도널드'라 부르며 "당신만이 전 세계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한껏 치켜세웠다. 백악관 도착 직후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와락 안기며 적극적으로 친밀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파병 문제와 관련해 다카이치 총리는 회담 후 취재진에게 "일본 법률의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명확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평화헌법에 따른 자위대 파병의 현실적 제약을 방패로 삼은 것이다.

대신 다카이치 총리는 총 730억 달러(약 109조 원) 규모의 2차 대미(對美) 전략적 투자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 미국산 원유 조달을 위한 합작 회사 설립, 해저 광물 자원 개발 협력 등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관심사인 '경제'와 '에너지' 분야에 천문학적인 청구서를 지불하며 군사적 압박을 무마하려는 행보를 보였다.

이날 회담의 뇌관은 현장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터졌다. 한 일본 기자가 "왜 동맹국에 이란 공격을 사전 통보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기습을 원했다"며 "기습에 대해 누가 일본보다 더 잘 알겠는가. 왜 나에게 진주만 공습에 대해 미리 말하지 않았는가"라고 되물었다.

과거 미국 대통령들이 동맹 관계를 의식해 일본 정상 앞에서는 언급을 자제해 온 금기어인 '진주만 공습'을 면전에서 꺼낸 것이다. 장내에는 폭소가 터졌으나, 다카이치 총리는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연출된 화기애애함 이면에 있는 한계를 지적했다. 대니 러셀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연구원은 "카메라 뒤의 현실은 일본으로부터 경제적 양보를 얻어 내려는 트럼프의 욕구가 끝이 없으며, 일본 경제는 이미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동맹의 가치를 철저히 비용과 경제적 이익으로 환산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청구서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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