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올해 보험업계 정기 주주총회 시즌의 핵심 키워드는 ‘거버넌스(지배구조) 선진화’와 ‘실질적 주주환원’으로 압축된다. 오는 9월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를 대상으로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는 상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보험사들은 이번 주총에서 관련 정관을 정비하는 한편 자사주 소각 등 보다 적극적인 자본 정책을 확정하고 있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이 이날 일제히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대형 손보사 주총이 집중되는 이날을 기점으로 올해 보험사 주총 시즌의 방향성과 자본 정책의 윤곽도 보다 선명해질 전망이다. 이어 동양생명(23일), 한화생명(24일), 미래에셋생명(26일) 등도 순차적으로 주총을 이어간다.
이미 주총을 마친 주요 보험사들은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삼성생명은 전날 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 삭제,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 상법 개정 취지를 반영한 정관 변경안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특히 집중투표제는 소수 주주의 이사회 진입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장치로 평가된다. 삼성생명은 IFRS17 체제에서도 안정적인 이익을 바탕으로 보통주 1주당 배당금을 전년 대비 16.2% 늘린 5300원(총 9517억원)으로 확정했다. 임채민 사외이사의 재선임과 감사위원 선임도 통과되며 주주 친화 정책과 경영 안정성의 연속성을 강조했다.
지난 18일 주총을 진행한 한화손해보험 역시 5년 만에 배당(주당 200원)을 재개하며 주주환원 기조 복귀를 선언했다. 사외이사 임기 연장과 재선임 안건 등은 원안대로 통과됐지만, 집중투표제 도입을 담은 정관 변경안은 의결정족수 미달로 부결됐다. 다만 사측은 향후 재상정을 통해 제도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날 주총을 여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역시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 삭제를 일제히 안건으로 올렸다. 상법 개정에 선제 대응하는 동시에 이사회의 감시 기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사외이사 구성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공정거래위원회 및 금융정책 전문가 등을 영입해 복잡해진 규제 환경과 5세대 실손보험 도입 등 정책 이슈 대응력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삼성화재는 공정위 출신 인사를, 현대해상은 금융·재무 전문가를, KB손해보험은 소비자 보호 분야 전문가를 각각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이는 단순한 외형적 확대를 넘어, 정책·재무·소비자 보호 등 핵심 분야의 전문성을 이사회에 접목하려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실질적인 경영 감시와 자문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점에서 기존과는 결이 다른 변화다.
이 같은 이사회 재편의 배경에는 경영 환경 변화가 자리한다. 금융소비자 보호 이슈가 부각되는 가운데 자본 규제, 건전성 관리, 내부통제 강화 등 경영 과제가 한층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사회 역시 단순 의결기구를 넘어 규제 대응과 자본 전략, 소비자 신뢰 회복을 아우르는 핵심 축으로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이사회만 아니다…주주환원도 승부처
올해 주총에서 또 하나의 축은 주주환원의 ‘실행력’이다. 정부의 기업가치 제고 정책과 맞물리며 자사주 소각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K-ICS 비율이 안정적인 대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자본 효율성 제고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미래에셋생명은 보유 자사주의 93%에 해당하는 약 6296만 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DB손해보험도 발행주식의 약 5.6%인 388만 주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추진한다. 현대해상은 2년간 단계적 소각 계획을, 삼성화재는 2028년까지 자사주 비중을 5% 미만으로 낮추는 중장기 전략을 제시했다.
자사주 소각은 유통 주식 수를 줄여 ROE와 EPS를 동시에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보험사들이 건전성 관리 부담에도 불구하고 소각 카드를 꺼낸 것은 주주환원을 경영의 핵심 전략으로 격상시켰음을 보여준다.
업계는 거버넌스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를 상호 보완적 관계로 본다.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확보돼야 합리적인 자본 배분과 환원 정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올해 보험사 주총은 지배구조 개편과 자본 정책이 맞물리며 향후 경영 방향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무대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 주총이 형식적 절차에 가까웠다면, 올해는 K-ICS 관리 역량을 기반으로 한 배당 정책과 거버넌스 개편이 동시에 논의되며 무게감이 확연히 달라졌다”며 “보험사별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거버넌스 강화와 주주가치 제고라는 큰 흐름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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