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이지영 기자 | 지난해 손해보험업계 순이익 경쟁 구도가 재편됐다. 삼성화재가 업계 1위 자리를 지킨 가운데, 메리츠화재와 KB손해보험은 순위를 끌어올리며 존재감을 확실히 했다. 자동차·실손보험 손해율 상승 속에서도, 장기 인보험 중심 포트폴리오와 전략적 투자 운용이 실적 격차를 벌린 핵심 요인으로 분석된다.
18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지난해 별도 기준 순이익 1조6909억원으로 업계 1위 자리를 지켰지만, 전년 대비 17.4% 감소했다. 연결 기준 순이익은 2조203억원으로 전년 대비 2.7% 감소했지만, 2년 연속 2조원대 기록을 이어갔다.
삼성화재를 중심으로 업계 1위 구도가 유지되는 가운데, 메리츠화재와 KB손해보험은 순익이 일부 감소했음에도 선방하며 순위를 끌어올리고 존재감을 강화했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건강보험을 둘러싼 생·손보업 간 경쟁 심화, 법인세율 인상, 자동차보험료 인하로 인한 손해율 상승, 국내외 대형 사고 발생 등 복합적인 악재 속에서도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했다는 평가다.
특히 메리츠화재는 자동차보험 비중을 낮추고 장기 인보험 중심 포트폴리오를 유지한 전략이 실적 방어에 효과를 발휘했다.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별도 기준 순이익 1조681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7% 감소에 그쳤다. 순이익 기준으로 DB손해보험(1조5349억원)을 제치고 업계 2위로 올라서면서, 1위 삼성화재(1조6909억원)와의 격차도 약 99억원 불과하다.
이는 메리츠화재가 우량 계약 중심 인수와 다이렉트 채널 기반 비용 효율화 전략을 병행하며 보험손익 감소폭을 최소화한 결과로 분석된다.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말 기준 잠정 지급여력비율(킥스·K-ICS)은 237.4%로 전년 대비 10.8%포인트(p) 감소했지만 안정적인 수준이다.
KB손해보험의 지난해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7782억원으로 전년 8395억원 대비 7.3% 감소했다. 같은 기간 보험손익은 6267억원으로 전년 9780억원 대비 35.9% 줄었지만, 투자손익은 채권 등 자산운용 성과가 개선되며 5284억원으로 전년 대비 138% 급증했다.
이에 KB손해보험은 자산운용 성과를 바탕으로 투자손익 확대를 통해 보험손익 감소 영향을 상당 부분 상쇄하며, 순이익 기준으로 현대해상을 제치고 손해보험업계 4위로 올라섰다.
반면 현대해상은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과 자동차보험 적자가 겹치며 순이익이 5611억원으로 줄었고, 장기보험 손익은 60% 이상 감소, 자동차보험에서도 908억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는 고금리 채권과 대체투자를 확대한 영향이다. KB손해보험의 지난해 4분기 기준 보험계약마진(CSM)은 약 9조25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5.3%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킥스는 90.2%(잠정치)로, 전년 동기 대비 3.8%p 상승했다.
▲ 손해율 부담 속 포트폴리오 재편…"장기보험, 투자 운영 전략 강화"
보험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이 지난해 실적 변동의 핵심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해율 부담이 커지면서 손해보험사들은 수익 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장기 보장성 보험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과 디지털 기반 영업·보상 효율화가 올해 핵심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장기 보장성 보험은 초기 사업비 부담이 크지만 계약 유지 기간이 길어 안정적인 이익 창출이 가능한 구조다. 특히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 측면에서도 유리해 중장기 수익성 관리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아울러 보험영업 수익성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투자손익 회복 여부 역시 올해 실적 변동성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지목된다. 금리 하락 국면 전환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영향으로 채권 운용 수익이 둔화되는 흐름이 나타나면서, 주식과 대체투자 등 위험자산의 수익률 개선 여부가 연말 실적을 가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각사별 전략도 주목할만하다. 메리츠화재는 ‘가치 총량 극대화’ 전략을 앞세워 수익성 중심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핵심 사업 중심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한 수익성 강화 △판매 채널 경쟁력 제고 △정책 환경 변화에 대한 선제 대응과 신규 수익원 발굴 △준법경영 강화 등을 올해 주요 전략으로 제시했다.
특히 전속 설계사 조직을 확대하는 동시에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 매출을 늘려 판매 경쟁력을 강화하고 장기보험·자동차보험·일반보험 등 핵심 사업 부문의 경쟁력 제고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2028년까지 주요 사업 부문에서 ‘톱(Top)’ 수준의 시장 지위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속 설계사 확충과 GA 채널 점유율 확대, 텔레마케팅(TM) 및 메리츠파트너스 채널 강화 등을 통해 판매 기반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KB손해보험은 수익성 관리와 인공지능(AI) 기반 경영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다. 장기 인보험 중심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한편 조직 개편을 통해 디지털 역량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손해율 상승에 대응해 정교한 수익성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동시에 AI를 활용한 실질적 성과 창출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AI를 언더라이팅과 보상 등 고객 관리 전반에 적용해 위험 선별과 보험금 관리 효율성을 높이고 손해율 안정화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해상은 수익성 중심의 사업 구조 재편을 통해 보험 포트폴리오 전반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 확대와 자본력 제고를 올해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수익 구조 안정화에 나섰다. 장기보험은 우량 신계약 비중 확대와 고수익성 상품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손해율 방어에 나서고, 자동차보험은 우량 물건 선별 인수와 특약 가입 확대 전략을 추진한다.
일반보험은 위험 물건 선별 인수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하고, 자산운용 부문에서는 효율적인 자산부채종합관리(ALM)를 통해 운용자산 수익성을 높일 계획이다.
이 같은 전략 전환은 실적 지표 개선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고수익성 상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며 신계약 CSM 배수를 전년 대비 3.1배 오른 15.9배로 끌어올렸고, 장기인보험 신계약 CSM도 17.1배로 3배 이상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주요 손해보험사들이 손해율 상승과 제도 변화로 보험영업 환경이 악화됨에 따라, 수익성 중심 경영과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일부 보험사는 간편보험과 연만기 상품 등 CSM 배수가 높은 상품군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며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이러한 전략이 장기인보험 부문의 수익성 개선과 전반적인 이익 창출력 강화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손보업계는 손해율 상승과 제도 변화가 맞물리며 보험영업만으로 수익성을 방어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손해보험사들은 장기 보장성 보험 확대와 디지털 기반 비용 효율화, 자산운용 수익률 제고를 병행해 중장기 수익 구조 안정에 주력하는 모습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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