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선별 통과 체제로 한국은 원재료 공급 차질을 겪는 반면 중국은 공급을 유지하면서 이미 촉발된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인한 국내 석유화학 산업 위기가 한층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에도 중국의 석유화학 원료 수급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글로벌 공급 불균형 심화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이러한 흐름은 플라스틱 등 국내 석유화학 다운스트림 산업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중국산 원료 유입 확대에 대한 경계감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내 석유화학 NCC(나프타분해시설) 업체들은 원료 확보 난항에 대응해 가동률을 70% 수준까지 낮추고 일부는 정기보수 일정을 앞당기거나 최소 가동 체제로 전환하는 등 생산 축소에 나서면서 전반적인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석유화학 밸류체인의 최상단에 위치한 핵심 원료 가운데 나프타는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에틸렌·프로필렌 등 기초유분 생산이 직접적으로 위축된다. 이는 합성수지와 플라스틱, 섬유 원료 등 주요 화학제품 전반의 생산 감소로 이어지며 제품 가격 상승과 수급 불안으로 직결되는 구조다.
사태 장기화로 국산 원재료 공급이 더 어려워질 경우 중소 플라스틱 제조업체들은 대체 수입 원료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일부 업체들은 원료 확보를 위해 긴급 대응에 나서는 등 현장에서는 불안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기초 원료를 제때 확보하지 못한 플라스틱 등 전방 중소 업체들은 생산 차질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내 제품 공급이 막히면 결국 수입 제품 비중을 크게 늘릴 수밖에 없다. 이미 원료를 구하기 위해 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산 원료 유입 확대 가능성이 업계에서 거론된다. 중국은 이란·러시아산 원유를 기반으로 비교적 저렴한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어 공급 공백이 발생할 경우 국내 시장을 빠르게 대체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특히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현재 중국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상황에서도 원유뿐 아니라 나프타 등 석유화학 기초 원료를 지속적으로 들여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란이 중국 선박에 대해 사실상 통행을 허용하고 위안화 결제 기반 거래를 확대하려는 움직임과 맞물리면서 중국은 공급 차질을 최소화한 반면 다른 국가들은 물류 불확실성과 원료 수급 리스크에 직면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석유화학 시장에서는 원가 경쟁력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단기적인 수급 대응 차원을 넘어 이번에 중국산 원료 사용이 확대될 경우 거래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국내 석유화학 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다만 중국 역시 중동산 원료 의존도가 높은 만큼 이번 사태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봉쇄를 뚫고 제품을 들여온다고 해도 평시와 같은 물량을 온전히 가져오지는 못할 것”이라며 “워낙 내수 소비가 큰 데다 확보 가능한 물량도 한정돼 있어 한국의 공급 공백을 전부 메우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업연구원은 19일 발표한 ‘미국-이란 충돌과 호르무즈 리스크, 공급망 시나리오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원자재 공급망 전반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단순한 수입선 다변화에 그치지 않고 원유·LNG와 나프타 등 연계 산업재를 함께 관리하는 공급망 체계를 구축하고 가격 급등 이전에 물량 차질을 감지할 수 있는 조기경보 시스템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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