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천 자갈·석재 가공업체 중앙산업에서 일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사망한 23세 베트남 청년 노동자 고 응우옌 반 뚜안(Nguyễn Văn Tuấn)의 발인이 19일 오전 10시 30분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유족, 지인, 시민단체 활동가, 그리고 이천 지역 시민과 노동자 등 30여 명이 모여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빈소 안에선 발인식 전부터 흐느끼는 소리가 조용히 흘러 나왔다. 뚜안 씨의 친구 A 씨는 빈소에 우두커니 앉아 그의 영정사진을 계속 쳐다봤다. 그러면서 눈가를 손가락으로 몇 번이고 꾹꾹 눌러 닦았다. 서울에 사는 A 씨는 지난 12일 빈소가 설치된 이후 거의 매일 빈소를 찾았다.
상주였던 뚜안 씨의 사촌 누나 B 씨도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B 씨는 뚜안 씨의 막역한 친구인 C 씨, 유족 대리인 이용덕 이주노동법률지원센터 소금꽃나무 활동가와 함께 지난 8일 동안 내리 빈소를 지켰다. 그간 유족은 사측의 책임있는 조치를 기다리며 발인을 미뤄왔으나, 그 바람은 이날까지도 이뤄지지 않았다.
발인이 시작될 무렵, 빈소에 모인 30명 가량의 조문객은 뚜안 씨의 영정사진 앞에서 단체로 묵념했다. 인사를 올린 박희은 '사람이왔다' 네트워크 집행위원은 "장례 절차가 끝나도, 이 사안 해결에 함께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C 씨가 영정을 봉송했다. 조문객 한 명은 짙은 남색의 여행용 가방을 끌고 그의 뒤를 따랐다. 뚜안 씨가 살았던 공장 기숙사에 남은 짐을 친구들이 정리해 온 것이다. 방 안엔 그가 평소 음악을 듣던 무선 헤드폰과 휴대전화, 손목시계도 남아 있었다.
오전 빈소엔 베트남 교민은 적었다. 뚜안 씨 지인은 대부분 다른 지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로 휴가를 내기 어렵거나, 먼 지역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어 평일 오전에 시간을 내지 못한 이가 많았다.
그 자리는 이천 지역 주민, 노동조합 조합원 등 15명가량이 메웠다. 이날 화장터까지 따라간 한 이천시민은 "우리 동네에서 일어난 사건이고, 이주노동자가 올해만 7명이 죽었다"며 "우리 아들도 뚜안과 같은 23살 청년이다. 가는 길이 외롭지 않도록, 나라도 지켜봐 주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C 씨는 지난 14일 <프레시안>과 만나 "주한 베트남 대사관 직원이 한 명이라도, 한 번만 와주면 좋겠다"며 "시신을 본국에 운송하는 절차도, 산재 사건 대응도 너무 어렵다. 좀 도와주고 우리를 보호해 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빈소가 차려진 8일 내내 대사관 직원이나 고용노동부 등 정부 관계자는 한 명도 방문하지 않았다고 했다.
"사느라 고생 많았다"
화장은 용인 평온의 숲 화장터에서 진행됐다. 유족과 조문객들은 11번 고별실 유리창을 통해 화장로로 들어가는 관을 지켜봤다. 유족은 소리 내 울었고, 친구들은 두 손을 모으거나 성호를 그으며 '주님 품에서 평온히 쉬소서' 등의 기도문을 반복해서 읊었다.
화장은 오후 1시 45분경 끝났다. 유족은 작은 나무 관을 따로 준비해 뚜안 씨의 유골을 담았다. 베트남에 있는 유족은 그의 시신을 분골하지 않고 그대로 가져오길 바란다고 했다.
친구 D 씨는 뚜안 씨를 향해 "동생아, 이생에서 정말 고생 많았다"며 "주님 품으로 빨리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동생이 자신의 권리를 잘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며 "지원과 도움이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유족은 원옥금 주한 베트남 공동체 대표 등과 소통해 소금꽃나무 활동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대리인단에 사건 대응을 일임했다. 대리인단은 제대로 된 사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정주(한국) 노동자와 차별없는 배·보상 등을 요구 중이다.
산재가 발생한 중앙산업의 대표이사는 이날 오전 유족 대리인에게 '빨리 협의하고 싶지만, 필요한 서류를 확인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리인단이 베트남에 있는 부모의 서명을 받은 선임서와 공증을 받은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보여줬음에도, 회사 측은 선임한 로펌 변호사의 권고 등을 이유로 '주베트남 한국 대사관의 공증을 받아오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리인인 이용덕 활동가는 "오래 걸리면 한 달이나 걸릴 절차를 요구하는 것인데, 결국 이 사고의 파장이 줄어들길 기대하는 시간 끌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사측은 로펌을 핑계로, 진정성 없는 태도로 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골함과 영정사진은 절친한 친구였던 C 씨가 운반할 예정이다. 오는 20일 저녁 6시경 베트남행 비행기를 탄다. 송환길엔 유족 대리인 장혜진 소금꽃나무 노무사와 원옥금 대표가 동행한다. 이들은 유족을 만나 현재 상황을 설명할 예정이다.
대리인단은 지난 18일 경기지방고용노동청, 고용노동부 성남지청, 경기도 등과 만난 자리에서 '관할청인 노동부 성남지청이 특별근로감독에 준하는 노동감독관을 투입해 수사를 개시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Copyright ⓒ 프레시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