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시선] 군대 동원 '범죄와의 전쟁' 나선 남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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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시선] 군대 동원 '범죄와의 전쟁' 나선 남아공

연합뉴스 2026-03-20 07:03: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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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외곽 리버리 지역에서 군인들이 경찰 지원을 위해 거리를 순찰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11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외곽 리버리 지역에서 군인들이 경찰 지원을 위해 거리를 순찰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지난 11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최대 도시 요하네스버그 교외 엘도라도 파크 거리에 총을 든 군인들이 나타났다.

이곳뿐만이 아니라 리벌리 거리 등 여러 곳에서 장갑차와 트럭에서 내린 군인들이 주변 집에 들어가서 수배자나 마약이 있는지 수색에 참여했다.

경찰이 아닌 군인들이 범죄자 수색에 나선 건 한 달 전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이 연례 국정 연설에서 조직범죄 근절을 위해 군대를 동원하겠다고 밝힌 뒤 이날 처음으로 이뤄졌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당시 "조직범죄는 우리 민주주의와 사회, 경제 발전에 가장 즉각적인 위협"이라며 "조직화한 범죄와 범죄단체들에 대한 싸움을 강화하는 것이 올해 가장 중요한 초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라마포사 대통령은 당시 요하네스버그와 수도 프리토리아가 있는 하우텡주에 우선 550명의 군인을 4월 말까지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동원 군인은 경찰의 지휘 아래 경찰 지원 역할을 하게 된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정부는 군대를 동원한 '범죄와의 전쟁'을 전체 9개 주 가운데 5개 주로 확대하고 투입 인원도 2천2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금광 위에 세워져 '황금의 도시'라고도 불리는 요하네스버그가 있는 하우텡주 등에서는 불법 광업 근절, 웨스턴케이프주와 이스턴케이프주에서는 조직폭력 근절 등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11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리버리 지역에서 군인이 서 있는 가운데 경찰이 한 남성을 붙잡고 있다.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11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리버리 지역에서 군인이 서 있는 가운데 경찰이 한 남성을 붙잡고 있다.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시민들은 '범죄 근절'이라는 명분에는 대부분 공감하는 분위기다.

남아공의 높은 범죄율이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살인, 강도, 강간과 같은 강력범죄율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경찰에 따르면 인구 6천300만명의 남아공에서 지난해 4분기 살인으로 사망한 사람은 6천351명으로 하루 70명 수준이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발표를 보더라도 남아공 인구 10만명당 연간 살인 범죄율이 44명(피해자)으로 나타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5명의 9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한국은 2022년 기준 살인 범죄율이 10만명당 0.5명이다.

남아공 주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범죄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남아공 통계부 발표에 따르면 16세 이상 주민 가운데 밤길을 혼자 걷는 게 안전하다고 느낀다고 답한 비율은 2024년 34.9%로 4년 전 41.8%에서 더 낮아졌다. 주간에 혼자 길을 걷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한 비율도 2024년 80.4%로 4년 전 84.8%보다 감소했다.

경찰력이 충분한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있다 보니 남아공의 민간 경비업은 세계 최대규모로 성장하고 있다.

등록된 민간경비업체는 2024년 3월 기준 1만6천453개로 10년 만에 2배가 됐다. 등록된 민간 경비요원은 300만명 수준에 실제 활동하는 요원도 60만명 규모로 파악된다. 이는 2024년 기준 남아공 경찰 14만명의 4배 수준이다.

하지만 민간 경비 산업의 발전이 저소득층 거주지 등 범죄 취약지역에서의 안전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치안 서비스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을 강화하다 보니 정부로서는 결국 '군대 동원'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놓은 셈이다.

또한 안전에 대한 불안은 남아공에 대한 외국인의 관광이나 투자를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특파원으로 요하네스버그 근무가 결정됐을 때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가 "그곳은 좀 위험하지 않으냐" 하는 것이었을 정도다.

실제 2024년 케이프타운의 한 쇼핑몰에서 60대 한국 교민이 금품을 노린 무장 강도의 총에 맞아 부상하는 등 한인의 피해사례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국내 여행 유튜버들의 콘텐츠에도 이른바 '강도당한 썰'과 같이 범죄 피해 경험이나 범죄에 대한 우려는 빠지지 않는 소재다.

물론 치안 확보에 군대를 동원하는 것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는 여전하다. 범죄 근절 목표는 이루지 못한 채 민주주의·법치주의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야권에서는 치안 목적으로 군대를 동원하려면 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동의 절차가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케이프타운대 범죄학센터 어빈 킨스 교수는 알자지라 방송과 인터뷰에서 "경찰이 제 일을 못 한다는 조바심 때문에 군대를 동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군대 동원은 주민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정치인들의 요구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찬반 의견이 있지만, 이왕 군대가 동원된 김에 범죄라도 확실하게 잡아주기를 바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군대 동원에 환영했던 엘도라도 파크의 주와이리야 칼디네 구의원은 첫 배치 다음 날 거리에 군인들이 보이지 않자 주민들이 실망하고 있다며 '일회성 보여주기' 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현지 언론에 강조했다.

앞서 2년전 남아공의 불안한 치안 상황을 조명한 tvN 방송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한 남아공 출신 사업가 앤디는 당시 "우리나라에 예쁜 볼거리와 할 게 많은데 너무 안타깝다. 빨리 고쳐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치안 유지를 위한 군대 동원을 환영하는 주민들의 마음도 그와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란드폰테인에서 군인들이 불법 광업 장비를 압수해 트럭에 싣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남아프리카공화국 란드폰테인에서 군인들이 불법 광업 장비를 압수해 트럭에 싣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ra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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