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실크로드, 지구 반바퀴]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 국경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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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실크로드, 지구 반바퀴]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 국경 너머

경기일보 2026-03-19 19:14:3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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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선 심산기념사업회장·前 관세청장

 

톈산산맥의 3천500m 톈산고원 중간에 키르기스족이 사는 조그마한 마을이 있다. 동네를 지나가는 초등학생은 고지대의 강풍과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두꺼운 겨울옷을 입고 있다. 우리는 톈산고원의 국도에서 가끔 자전거를 타고 중국 쪽으로 달려가는 유럽의 청년들을 만난다.

 

고원마을에서 쉬는 동안 독일에서 출발했다는 남녀 청년 자전거 여행자를 만났다. 중국 베이징까지 자전거로 갈 계획이라고 한다. 잠은 천막이나 유스호스텔 등 값싼 숙소에서 해결한다고 한다. 모험심이 많은 청년들이 부럽다. 동년배 한국 청년들은 취업 준비, 학원 수강 등에 바빠 엄두도 못 내는 유라시아 대륙을 자전거로 달리고 있다. 맹자가 말한 ‘호연지기(浩然之氣)’다. 나도 호연지기를 위해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유목민 천막을 빌려 며칠을 쉬고 싶었다. 고원지대에서 낮에는 초원에서 말을 타고 밤에는 톈산고원의 영롱한 별을 보며 가끔 말젖으로 만든 쿠미스 술을 마시는 상상을 했다. 오후 9시가 넘어 오시의 숙소에 도착했다. 오시는 인구 33만명의 키르기스스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다. 8월 초순 좋은 날씨 덕분에 15시간 장시간 운전해 톈산산맥과 톈산고원의 험한 길을 힘들게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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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3천m 키르기스스탄 고원마을. 작가 제공

 

키르기스스탄 오시에 있는 한국 식당 ‘대장금’에서 오후 10시 저녁을 먹었다. 오시는 중국보다 시차가 3시간 늦어 그나마 여유가 생긴 것이다. 대장금 식당 주인은 고려인 후손이다. 키르기스스탄에도 1937년 연해주에서 강제 이주한 고려인 후손 1만5천명이 산다. 저녁 메뉴는 톈산고원에서 방목한 소의 가장 좋은 부위를 주문했다.

 

키르기스스탄 현지인 가이드 자미르씨(38)를 만났다. 오시의 대학에서 한국어과를 졸업했다고 한다. 자미르씨에게 톈산고원 천막에서 한 달 사는 데 돈이 얼마나 들지 질문했다. 500달러만 있으면 멋진 유르트에서 한 달을 풍족하게 살 수 있다고 한다. 언젠가 여름철 좋은 계절에 톈산고원에서 ‘한 달 살기’를 해보고 싶다. 작지만 깨끗한 오시의 호텔에서 15시간에 걸친 자동차 여행의 피로를 풀고 깊은 잠에 빠진다. 키르기스스탄은 중국에서 힘들게 했던 공안의 검문이 없다. 중국처럼 폐쇄회로(CC)TV 촬영도 없다. 중국의 공안 검문, 시도 때도 없는 여권 검사, 간첩죄 불안 등에서 해방감을 느낀다. 도로 사정이 열악하고 중국보다 훨씬 못사는 국가이지만 아내는 자유가 있어 좋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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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스탄 국경 마을의 환전상 거리. 작가 제공

 

오시 시내는 한국에서 오래전 단종된 티코, 다마스 등 대우가 생산했던 소형차가 많다. 시내에 신호등도 거의 없고 도로에 차선 도색도 거의 안 돼 있다. 차량은 빠르게 증가하고 도로는 돈이 없어 못 늘리니 시내에 교통체증이 심하다. 오시 호텔은 유럽에 가깝기 때문에 아침식사는 서구식 스타일이다. 호텔의 야외 테라스에서 아내와 함께 모닝커피를 마시며 모처럼 여유로움을 즐긴다.

 

키르기스족은 840년 위구르 왕국을 멸망시킨 이후 산악지대 무명 종족으로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 키르기스스탄은 1924년 소비에트연방의 일원이 됐다. 키르기스족은 1991년 소련 해체 후 역사상 처음으로 신생 독립국가 키르기스스탄으로 출범한 운좋은 종족이다.

 

세계 역사를 바꾼 ‘탈라스전투’가 벌어진 탈라스강이 오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당나라 쿠차의 안서절도사로 있던 고선지 장군이 750년 석국(石國·현재 타슈켄트)을 정복, 왕을 생포해 장안으로 보냈다. 당나라에 조공을 바치지않은 것이 죄목이다. 당나라의 횡포와 민심 이반이 생긴 이 지역의 왕들이 아랍의 이슬람 세력에 지원을 요청했다. 이런 사유로 751년 아랍 군대와 당나라 군대가 탈라스강 근처에서 전투를 벌였다. 당나라 장수는 고구려 후손인 고선지 장군이다. 당나라 군대는 유목민 쿠룰룩족과 연합했는데 후방에 있던 쿠룰룩족의 배반으로 대패한다. 포로로 잡혀 아랍지역으로 끌려간 당나라군인 중에 나침반, 종지, 화약, 비단 기술자가 있었다. 중국은 나침반을 묫자리 잡는 풍수지리 또는 어린이 장난감으로 사용할 때 유럽은 항해술에 이용해 근세 대항해 시대를 개척했다. 중국이 화약을 명절날 불꽃놀이에 사용할 때 유럽은 총기류 개발에 사용했다. 중국의 원천기술을 개량한 유럽 국가는 새로운 강대국으로 탄생해 동양을 정복했다.

 

오전 9시 오시에서 우즈베키스탄 국경으로 향했다. 키르기스스탄 국경에 도착하니 환전상들이 매우 많다. 키르기스스탄 공무원 같은 사람이 우리 차에 찾아와 40달러를 주면 빨리 키르기스 세관을 통과하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어쨌든 키르기스스탄 출국은 쉽게 끝났다.

 

자동차가 우즈베키스탄 세관을 통관하는 데 무려 3시간 이상 걸렸다. 이유인즉 황당하다. 일행 중 A씨가 사진 찍는 ‘드론’ 카메라를 한국에서 가져왔다. 중국 영내에서는 간첩죄가 무서워 사용하지 않고 가방에 보관만 했다. 그동안 국경 통과는 무탈했는데 우즈베키스탄 세관의 엑스레이 투시기에 적발됐다. 우즈베키스탄 법은 총기류, 드론, 아편은 반입금지 품목이다. 불법 반입이 적발되면 관세법상 밀수죄와 같은 형사범죄다. 우즈베키스탄 직원은 드론 적발 후 “자동차 입국은 안 된다. 키르기스스탄으로 다시 돌아가라”고 했다.” 우리는 드론을 우즈베키스탄 세관에서 압류 처분해도 좋으니 입국을 허용해 달라고 사정했다. A씨는 “드론 밀반입은 법을 몰라 실수했다. 드론을 가져오게 된 동기는 아들이 아버지가 외국 여행 간다고 특별히 사준 것이니 아들의 효성을 봐서 한번만 봐달라”고 거짓말까지 하며 통사정했다. 우리의 통사정에 우호적인 우즈베키스탄 세관 직원이 “드론을 가지고 다시 키르기스스탄으로 돌아가 버리고 오라”고 했다.

 

A씨는 150만원짜리 한번도 안 쓴 새 드론 카메라를 들고 오시로 돌아가 근처 뒷골목에 슬그머니 놔두고 우즈베키스탄으로 다시 돌아왔다. 드론 밀반입 사건으로 세 시간 동안 A씨는 오전에 키르기스스탄 두 번 출국, 우즈베키스탄 두 번 입국의 번거로움을 감내했다.

 

우즈베키스탄 국경 세관은 마약 검사가 엄격하다. 마약견이 짐과 자동차를 꼼꼼히 검사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재배되는 아편의 밀반입을 차단하려는 의도다. 아프가니스탄 마약은 톈산산맥과 파미르고원의 산길을 통해 유럽과 러시아로 운송되는데 실업자가 많은 이 지역 사람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마약 운반책이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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