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발표에도 냉담한 충무로…"권리금 때문에 시작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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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발표에도 냉담한 충무로…"권리금 때문에 시작도 어렵다"

르데스크 2026-03-19 18:25:5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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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충무로 인쇄골목 재개발 사업이 권리금 문제와 복잡한 이해관계에 가로막히며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장기 불황에 빠진 인쇄업계의 구조적 위기 속에서 추진되는 정비 계획이지, 현장에서는 기대보다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권리금과 임대료, 세금 부담 등 다층적인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사업 추진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18일 서울시는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충무로 1·2·3·4·5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정비구역 지정·정비계획 결정 및 경관심의(안)'을 가결했다. 시는 기반시설 재배치와 용적률 인센티브 등을 통해 기존 지역의 산업적 특색을 유지하면서도 도시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노후화된 도심을 정비하는 동시에 충무로 인쇄산업의 정체성을 일정 부분 보존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현장의 분위기는 정책 방향과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충무로 인쇄골목은 이미 산업 구조 변화로 인해 급격한 쇠퇴를 겪고 있는 상태다. 서울시 중구 통계에 따르면 등록된 인쇄업체 2193곳 가운데 약 28%에 해당하는 625곳이 폐업했고 코로나19 이후에만 약 100곳이 문을 닫았다.

 

과거 산업 생태계를 유지해왔던 대형 기업의 발주 물량 감소와 디지털 매체 확산으로 인쇄 수요 자체가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통적인 인쇄 중심 상권이 시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기반 자체가 약화된 것이다.

 

▲ 서울시는 18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충무로 1·2·3·4·5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정비구역 지정·정비계획 결정 및 경관심의(안)'을 통과시켰다. 사진은 충무로 일대 정비사업 구획 위치의 모습. [사진=서울시]

  

이와 함께 자본력을 갖춘 업체들의 '탈충무로'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다. 인쇄 설비가 대형화되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충무로 일대 건물은 협소하고 노후화돼 있어 설비 확장과 생산성 개선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이로 인해 일부 업체들은 이미 파주 출판단지나 동대문 등지로 이전했으며, 산업 집적도가 점차 약화되고 있다.

 

인접한 을지로 상권의 변화도 충무로 인쇄골목 해체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을지로는 최근 '힙지로'로 불리며 2030 세대와 관광객이 몰리는 상권으로 급부상했고, 그 영향력이 충무로 일대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임대인들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카페나 음식점 유치를 선호하면서 기존 인쇄업체와의 재계약을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임대료 상승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충무로 상가를 중개하는 베스트파트너공인중개사사무소 박지수 대표는 "10~20평 기준 월 임대료가 300만~500만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며 "을지로 상권이 부상하기 전과 비교하면 상당히 오른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임대료 부담이 커지면서 영세 인쇄업자들의 생존 여건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추진되는 재개발 사업에 대해 현장 상인들은 실현 가능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미 주변에 신축 건물이 들어서고 있고, 상권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전면 철거 후 재정비가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세입자들의 반발과 권리금 문제는 사업 추진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현재 충무로 일대 상가 권리금은 최소 3000만원에서 최대 1억원대에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금액을 감수하고 영업을 이어온 세입자들이 재개발 과정에서 권리금을 포기하거나 낮은 보상으로 퇴거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현장의 반응이다. 결과적으로 명도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상권이 점차 충무로 일대로 확장되면서 임대인들이 수익성이 높은 식당이나 카페 유치를 위해 기존 인쇄업체와의 재계약을 거부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충무로의 모습. ⓒ르데스크

 

건물주들의 입장도 단순하지 않다. 충무로 3구역에서 인쇄소를 운영하는 한 건물주는 "재개발이 시작되면 공장을 이전해야 하는데 인쇄업은 주변 업체와의 협업이 중요한 구조라 기존 인프라가 무너지면 오히려 타격이 크다"며 "사업 추진 여부를 지켜보며 관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이라고 말했다. 직접 영업을 하는 건물주들에게는 단순한 자산 가치 상승보다 생업 유지가 더 중요한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외부투자 목적의 건물 소유주들도 사업 추진의 또 다른 변수로 꼽힌다. 충무로 일대에는 강남과 강북 등지에 거주하는 고령 자산가들이 다수의 건물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은 매각 시 발생하는 양도소득세 부담 등을 이유로 거래 자체를 꺼리는 경향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소유주들이 매도를 기피할 경우 재개발 조합 설립에 필요한 동의율 확보가 어려워지고 사업 추진 자체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결국 권리금, 임대료, 세금 부담, 산업 구조 변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리면서 충무로 재개발 사업은 단순한 도시 정비 차원을 넘어 복잡한 이해관계 조정의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사업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재개발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상인들의 생업 단절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이주 대책과 금융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며 "용적률 인센티브 등을 통해 사업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세밀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직접 인쇄업을 영위하는 건물주와 투자 목적의 소유주, 세입자 등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주체들이 공존하는 만큼 획일적인 접근으로는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며 "현장 상황을 반영한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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