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한화투자증권이 19일 발간한 '인터넷·소프트웨어 산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결제 산업이 단순한 돈의 이동을 넘어 AI 에이전트가 사람 대신 알아서 처리하는 '보이지 않는 결제' 시대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꺼내 앱을 열고 손가락으로 직접 버튼을 눌러 결제하는 익숙한 풍경이 머지않아 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차세대 디지털 월렛은 개인의 신원 인증(ID)과 토큰화된 자산, 그리고 실질적인 구매 결정권을 위임받은 AI 에이전트가 결합된 '디지털 자산 거점'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AI가 소비자의 소비 패턴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수수료가 가장 낮은 결제 경로를 자동으로 골라 처리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사람이 개입할 여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 글로벌 빅테크도 이미 움직였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결제 전문기업 서클이 공개한 '나노페이먼트 테스트넷'은 "인간의 클릭 없이 기계와 기계가 소통하며 수수료 없이 0.0001달러를 실시간으로 정산하는 프로세스"라고 스스로 정의했다.
비자는 올해 초 "솔라나 및 이더리움 L2 네트워크를 통한 스테이블코인 정산 비중을 전체 국경 간 결제의 10%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스트라이프도 AI 개발자 전용 결제 API에 '에이전트당 결제 한도 설정' 기능을 도입하며 기계가 스스로 예산을 관리하는 자율형 결제 시스템을 선뵀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가 북미 시장에 출시한 갤럭시 S26 시리즈에 초개인화 AI 에이전트를 탑재한 고도화된 '삼성 월렛'을 공개했다. 사용자의 소비 패턴을 스스로 학습하고 최적의 할인 경로를 찾아 자동으로 결제하는 기능이다. 김소혜 연구원은 "결제의 주체가 인간에서 AI 에이전트로 전이되어 결제는 결국 '보이지 않는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30% 수수료 시대' 이제 끝나나
애플·구글 같은 빅테크가 앱 생태계에서 누려온 '30% 통행세'도 흔들리고 있다. 구글은 이미 연 매출 100만달러 초과분에 대한 인앱결제 수수료를 최대 30%에서 20%로 낮췄고 게임즈 레벨업 프로그램 참여 시에는 15%까지 인하했다.
외부 웹 결제 허용도 추가 수수료 없이 열어줬다. 김소혜 연구원은 "AI 에이전트가 스테이블코인과 오픈 프로토콜을 활용해 실시간 경매로 가장 낮은 수수료 레일을 선택하는 구조가 정착되면 기존 플랫폼의 수익 모델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포인트·캐시백 등 기존 마케팅 수단도 위협받고 있다. AI가 수수료 경로를 실시간으로 최적화하면서 소비자에게 별도 혜택을 제공해 충성도를 쌓아온 전통적 마케팅 방식이 '지능형 비용 최적화 알고리즘'으로 대체된다는 것이다.
김소혜 연구원은 "기술적 우위 확보를 넘어 규제 적응 및 제도권 안착의 속도전이 핵심이 될 것"이라며 "지갑과 인프라를 쥐고 있는 사업자가 이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이라고 봤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2030년까지 전체 국고금 집행의 25%에 해당하는 약 175조원을 디지털 화폐 기반으로 전환하는 로드맵을 공식화했다. 한국은행이 진행 중인 CBDC 실험 '프로젝트 한강'의 결과가 긍정적으로 평가될 경우 이 전환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연간 디지털 국고금 규모를 약 40조원으로 가정하면 삼성SDS와 LG CNS의 합산 매출이 연간 약 2000억원(구축 1600억원+운영 수수료 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 올해 규제·제도 구축 원년되나
규제 측면에서도 올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이 완료되면 ICO(가상자산 공개) 허용 가능성이 열리고 한국은행법과 국고금관리법 개정도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오는 12월 시행이 확정되면서 외부 예치 의무가 2026년 60%에서 2028년 100%로 단계 상향된다. 외국환거래법 가이드라인은 올 하반기 수립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책과 기술·시장이 동시에 맞물리는 올해는 디지털 결제 인프라의 제도 구축 원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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