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요 억제가 집값 안정시킬지 의문
한국주택학회가 19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감정평가사회관에서 개최한 ‘한국의 주택정책에 대한 회고와 미래 방향’이라는 주제의 35주년 특별세미나에선 이같은 의견이 다수 제시됐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1960년대부터 60년간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을 지속해왔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이 정도 기간에도 성과가 없다면 정책 방향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동산 가격 결정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며 “세제나 금융 규제를 통해 집값을 낮출 수 있다는 전제가 있지만, 실제로는 금리와 주택가격 상승률이 함께 움직이는 시기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세가격과 매매가격 간 관계에 대해서도 명확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손 교수는 “정책 당국이 세제와 금융을 통해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전제를 갖고 있지만, 이 자체가 맞지 않을 수 있다”며 “주택 구입을 위해 전세보증금을 모으고 대출을 활용하는 행위를 ‘투기’로 규정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잔금 납부를 앞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대출이 제한되는 사례는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집값 안정 자체를 정책 목표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조민 서강대 교수는 “정부의 주택시장 개입은 부동산 시장으로 인한 시스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것이지, 집값 안정 자체를 목표로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정책 의도가 선할 지라도 정책은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게 조 교수의 설명이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정부의 최우선 목표는 집값이 아니라 서민 주거 안정이어야 한다”며 “최근에는 집값 하락 자체가 정책 목표인 것처럼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집값 불안이 모두 공급 탓 아냐…생애 최초는 지원해야
정책 대안과 관련해서는 실수요자에 대한 금융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상영 교수는 “전세 제도가 유지되는 것은 내 집 마련 과정에서 제도권 금융 지원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해서는 어떤 정책의 유무와 상관없이 낮은 금리로 자금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공공임대 확대 정책과 관련해선 “실제 임대주택 공급의 상당 부분을 민간이 담당하고 있는 만큼, 다주택자를 단순한 투기 세력이 아니라 민간 임대 공급 주체로 볼 필요가 있다”며 공공임대와 민간임대가 대체가 아닌 보완 관계가 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조 교수는 “단기적인 부작용을 감내할 인내력이 없으면 주택 공급이 쉽지 않다. 재개발·재건축은 단기적으로 집값 상승을 유발할 수 있지만, 이를 감내하지 않으면 공급 확대는 어렵다”고 밝혔다. 단기적인 불편함을 감수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의철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정권 교체 때마다 정책 기조가 크게 바뀌면서 시장의 혼란이 반복되고 있다”며 “국민이 중장기적인 주거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일관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택 공급이 늘어난다고 집값이 안정되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진미윤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강남 불패, 부동산 불패라는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집이 많이 공급되더라도 집값이 떨어질까에 대해선 굉장히 회의적”이라며 “집을 그냥 공급하는 게 아니라 국민들이 실제로 구입 가능한 집을 공급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공급절벽이라고 하지만 대량 공급을 할 만한 곳도 많지 않다”며 “우리가 과거에 비춰 지금을 불안하게 만들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런 측면에서 오피스텔, 단기 숙박 등 비주택에 대한 양질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택 정책을 지방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천현숙 전(前)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도시연구원장은 “우리나라는 주택 문제를 모두 중앙정부에서 다루는데 지금은 지역별로 문제도 다르고 자원도 다르다”며 “지역별 주거 복지 수준을 평가하고 이에 맞춰 지역이 쓸 수 있는 권한도 더 과감하게 배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럴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존재가 주택 정책의 지방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LH기능을 지방화에 맞게 재조정해야 사람들이 5년 후든, 10년 후든 미래에 사는 모습이 비슷할 수 있고, 이를 지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