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이란 전쟁 격화 여파로 국제 유가와 달러가 동시에 치솟으면서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대거 이탈하며 ‘육천피’를 눈앞에 뒀던 코스피는 5,800선 아래로 밀려났다. 비트코인과 금 가격도 동반 약세를 보이며 금융시장이 전반적으로 흔들리는 양상이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7.9원 오른 1,501.0원(주간 거래 종가 기준·오후 3시30분)에 마감했다. 주간 종가 기준으로 2009년 3월 10일(1,511.5원) 이후 17년 만의 최고치다. 장 초반에는 21.9원 급등한 1,505.0원으로 출발해 같은 날 기준 2009년 3월 10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가, 한때 1,494.5원까지 내려갔지만 다시 상승 폭을 키웠다.
공항 환전 시장에서는 체감 환율이 더 가팔랐다. KB국민은행 공항 창구 기준 달러 환전 환율은 1,564.14원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실상 처음 보는 ‘1,500원대 일상화’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경에는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있다. 전날 밤 이스라엘이 이란 최대 가스전 등을 폭격한 데 이어, 이란이 카타르 주요 가스 시설을 보복 공격하면서 전쟁 수위가 높아졌다. 이 여파로 5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하며 급등세를 연출했다.
여기에 미국 통화정책 변수까지 겹쳤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기준금리 동결 후 기자회견에서 중동 사태로 인한 유가 급등이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며 추가 금리 인하 기대를 낮추는 ‘매파적’ 발언을 내놨다. 이에 달러가 강세를 보이며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0선을 넘어 100.182 수준에서 움직였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구조적 취약성이 환율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서재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에너지 순수입국이고 상당 부분의 에너지를 중동에서 수입한다”며 “중동 전쟁 소식이 환율에 높은 변동성을 갖고 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고유가가 에너지 수입을 위한 달러 결제 수요를 확대해 기존의 수급 불균형을 강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환율이 더 높은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상향된 균형’으로 수렴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과거처럼 뚜렷한 저환율로 회귀하기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식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61.81포인트(2.73%) 급락한 5,763.22에 마감했다. 전날 5,925.03으로 이란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달 27일(6,244.13) 이후 최고 수준을 회복하며 ‘육천피’ 재도약 기대를 키웠지만, 하루 만에 급락세로 돌아섰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줄줄이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3.84%, SK하이닉스는 4.07% 떨어졌고, 현대차(-4.22%), LG에너지솔루션(-3.26%) 등 대형주 전반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 투자자가 1조8천825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개인은 2조4천110억원을 순매수했으나 기관은 6천659억원 순매도로 대응했다. 코스닥지수도 1.79% 떨어진 1,143.48에 마감하며 동반 약세를 보였다.
대표적 위험자산인 가상자산도 힘을 잃었다. 국내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1개당 1억479원으로 1.14% 하락했다. 지난 17일 1억1천만원 선을 잠시 회복했지만 이틀 만에 다시 밀렸다. 이더리움 역시 1.07% 떨어진 324만3천원에 거래됐다.
통상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값도 예외는 아니었다. KRX금시장에서 국내 금 시세(99.99_1kg)는 전날보다 2.37% 하락한 g당 23만1천420원에 마감했다. 중동발 전쟁 리스크, 고유가, 강달러라는 ‘3중 악재’ 속에서 환율과 증시, 가상자산, 금까지 동반 조정을 겪으며 국내 금융시장이 전방위적인 변동성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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