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이 그리스 최대 조선·방산 기업과 손잡고 유럽 해양방산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단순한 해외 협력 수준을 넘어,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권역으로 진입하기 위한 전략적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특히 이번 협력이 향후 잠수함 사업과 해군 전력 현대화 프로젝트까지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한화오션의 글로벌 방산 포트폴리오 확장 전략이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오션은 그리스 ONEX그룹과 전략적 협력 협약을 체결하고, 향후 그리스 해군 및 해경이 추진하는 잠수함 사업 등에 공동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단순 협력이 아니라 '독점적 파트너십'이라는 점이다. 이는 해당 사업에서 사실상 양사가 하나의 팀으로 움직이게 된다는 의미로, 시장 진입 장벽이 높은 유럽 방산 시장에서 안정적인 입지를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협력 범위가 그리스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양사는 지중해와 흑해 인접 국가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할 계획을 밝히며, 단일 국가 프로젝트가 아닌 '지역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는 한화오션이 단순 수주 확대가 아니라 유럽 해양방산 시장 전체를 겨냥한 장기 전략을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스는 지정학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중해와 발칸, 중동을 연결하는 해양 요충지이자 NATO 회원국으로서 해군력 강화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국가다. 특히 터키와의 군사적 긴장 관계, 에너지 수송로 보호 필요성 등을 고려하면 향후 해군 전력 현대화 수요가 꾸준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환경에서 현지 조선소와의 협력은 단순한 사업 참여를 넘어 '로컬화 전략'의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ONEX그룹과의 협력은 이러한 측면에서 매우 전략적인 선택으로 평가된다. ONEX는 시로스 네오리온과 엘레프시스 조선소를 운영하는 그리스 대표 조선·방산 기업으로, 현지 산업 기반과 정치·사업 네트워크를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가 투자한 기업이라는 점은 이번 협력의 또 다른 의미를 더한다. 이는 단순한 한·그리스 협력을 넘어, 사실상 한·미·그리스 3각 협력 구조로 확장될 수 있는 기반을 의미한다.
이날 협약식에 주한미국대사대리가 참석한 것도 이러한 맥락을 뒷받침한다.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미국과의 협력 여부는 사업 성사 가능성과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 ONEX가 미국 정부의 금융 지원을 받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이번 협력은 향후 미국 방산 생태계와의 연결 가능성까지 내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오션 입장에서는 이번 협약이 단순한 해외 프로젝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한국 조선업은 상선 중심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확보해왔지만, 방산 분야에서는 글로벌 시장 확장이 제한적이었다. 특히 유럽 시장은 높은 진입 장벽과 복잡한 정치·안보 이해관계로 인해 외부 기업의 접근이 쉽지 않은 시장으로 평가된다. 이런 시장에서 현지 대형 조선소와 독점적 협력 구조를 구축했다는 점은 전략적 성과로 볼 수 있다.
더욱이 잠수함 사업은 일반 함정 건조와 차원이 다른 고부가가치 영역이다. 잠수함은 설계, 건조, 전투체계 통합까지 복합적인 기술이 요구되는 대표적인 방산 플랫폼으로, 수주에 성공할 경우 장기간 유지·보수(MRO) 사업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갖는다. 이는 단발성 수익이 아닌 장기 수익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화오션이 특수선 사업을 미래 성장 축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협약은 사업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도 중요한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상선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방산 비중을 확대하려는 전략이 구체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는 신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협력은 '수출'이 아닌 '현지화' 전략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최근 글로벌 방산 시장은 단순 제품 수출보다 현지 생산과 기술 협력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현지 조선소와의 협력은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으며, 한화오션은 이번 협약을 통해 이러한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협력이 향후 유럽 내 추가 수주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지중해와 흑해 인접 국가들은 해군력 강화 수요가 높은 지역으로, 그리스에서의 성공적인 사업 수행이 레퍼런스로 작용할 경우 추가 프로젝트 확보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협약의 핵심은 단순한 '진출'이 아니라 '확장성'이다. 한화오션은 그리스를 거점으로 유럽 방산 시장에 진입하고, 이를 기반으로 주변 국가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는 단기 수주를 넘어 장기적인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한 접근으로 해석된다.
한화오션이 이번 협력을 통해 얻은 것은 단순한 파트너가 아니다. 유럽 시장으로 향하는 통로이자, 글로벌 방산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교두보다. 그리고 이 교두보는 향후 한화오션이 글로벌 해양방산 기업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분기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한국 방산은 '기술 경쟁력'은 있었지만 '시장 접근성'에서 한계를 보였다. 그러나 이번 협약은 그 한계를 넘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화오션이 유럽이라는 높은 벽을 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번 행보는 단순한 협약 이상의 전략적 전환으로 평가된다.
결국 관건은 실행력이다. 하지만 방향만 놓고 보면 분명하다. 한화오션은 이제 단순한 조선사가 아니라, 글로벌 해양방산 플레이어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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