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9일] 교섭요구 683건… ‘권리’·‘협상’의 간극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노란봉투법 9일] 교섭요구 683건… ‘권리’·‘협상’의 간극

뉴스로드 2026-03-19 16:20:30 신고

3줄요약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조, 3조 개정 법률) 시행 첫날(10일) 서울 세종로에서 민주노총이 투쟁 선포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조, 3조 개정 법률) 시행 첫날(10일) 서울 세종로에서 민주노총이 투쟁 선포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조, 3조 개정 법률) 시행 직후 산업 현장이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하청 노동조합의 교섭 요구는 단기간에 폭증했지만, 실제 협상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극히 제한적이다. 제도는 작동을 시작했지만, 이를 받아낼 현장의 준비는 충분치 않다는 평가가 동시에 나온다.

19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형동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10일 법 시행 이후 9일 동안 하청 노조는 287개 원청 사업장을 상대로 총 683건의 교섭을 요구했다. 해당 요구에 포함된 조합원 수는 12만7019명에 달한다. 짧은 기간에 형성된 교섭 수요로는 이례적인 규모다.

노조별로는 민주노총이 430건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노총이 189건, 미가맹 노조가 64건이었다. 조직력이 높은 상급단체를 중심으로 원청을 직접 겨냥한 교섭 요구가 빠르게 확산되는 흐름이다.

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신중하다. 교섭 의사를 밝히고 공고 절차를 거쳐 창구 단일화에 들어간 원청 사업장은 13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274곳은 교섭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거나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혼선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제도 시행과 동시에 형성된 수요를 실제 협상 구조로 연결하는 데 실패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교섭 요구는 단기간에 급증했지만 협상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매우 낮다.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현장의 혼란과 준비 부족이 장기화될 경우, 제도가 선언적 권리에 머무르고 실질적인 근로조건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구조적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원청과 하청 간 관계를 계약 중심에서 교섭 중심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책임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한 제조업 관계자는 “하청 근로조건까지 원청이 협상 대상으로 떠안게 되면 비용 구조와 리스크 관리 체계가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며 “특히 하도급 구조에서는 부담이 연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제조업 관계자는 “협상 범위가 넓어질수록 인건비뿐 아니라 법적 책임까지 불확실성이 커진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생산 구조 단순화나 외주 전략 재편 등 대응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일부 업종에서는 인력 운용 방식과 공급망 구조를 다시 검토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반면 노동계는 이를 구조 정상화의 출발점으로 본다. 원청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법적 책임은 제한적으로 져온 기존 구조를 바로잡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 확대 없이는 산업 내 격차 해소가 어렵다는 주장이다.

정책 설계의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김형동 의원은 “교섭 요구는 급증했지만 실제 협상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은 고용노동부의 제도 설계와 준비 부족의 한계를 보여준다”며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란봉투법은 산업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실험에 가깝다. 권리 확대와 기업 활동의 예측 가능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지 못할 경우, 지금의 혼선은 일시적 진통을 넘어 구조적 부담으로 굳어질 수 있다. 제도가 현장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누가 어디까지 책임지는가’라는 기준을 명확히 하는 후속 설계가 불가피해 보인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Copyright ⓒ 뉴스로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