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피드를 장악했던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의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유통가는 이미 다음 타자들로 북적이고 있습니다. 유통가와 식품업계는 '포스트 두쫀쿠'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는 중인데요. 요즘 간식 시장을 보면 유행 주기가 정말 무섭게 짧아졌다는 게 체감됩니다. 과거 허니버터칩처럼 연 단위로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는 옛말이고, 이제는 단 몇 주 만에 정점을 찍고 사라지는 '인스턴트 트렌드'가 대세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오리온의 한정판 '촉촉한 황치즈칩' 붐입니다. '촉촉한 황치즈칩'은 국민 과자로 불리는 기존 '촉촉한 초코칩'의 부드러운 식감에 고소하고 짭조름한 황치즈 맛을 더한 제품입니다. 지난 달 26일 '마켓오', '나! 샌드'와 함께 '치즈공방' 한정판으로 출시됐는데, 특유의 '단짠' 풍미가 MZ세대의 입맛을 저격하며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입소문을 탔습니다.
그 결과 출시 2주 만에 38만 박스가 동났습니다. 한정판이었던 탓에 준비된 재고가 소진된 이후에는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지면서 인기는 오히려 치솟는 중입니다. 대형마트에서 5000원대면 사는 과자가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4만 원대에 거래되는 기현상까지 벌어질 정도이니, 말 그대로 '과자계의 에르메스' 대접을 받고 있는 셈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리온은 최근 추가 생산을 결정했습니다. 다만 이번 추가 물량은 초도 물량의 절반 수준에 그칠 예정이라 품귀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SNS에서 '두쫀쿠'의 대항마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단연 '버터떡'입니다. 중국 MZ세대 사이에서 먼저 인기를 끌었던 레시피가 릴스를 타고 역수입된 케이스라는 점이 흥미로운데요. 찹쌀가루와 버터를 반죽해 오븐에 구워낸 이 간식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겉바속쫀' 식감을 무기로 베이커리 업계를 흔들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만 이미 1만 건을 넘었고, 개인 카페들은 1인당 구매 수량을 제한하며 줄을 세울 정도입니다. 편의점 CU가 '소금 버터떡'을 선보이고 이디야커피가 '연유 뿌린 버터쫀득모찌'를 출시하는 등 기업들까지 가세하면서, 과거 두쫀쿠 유행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비주얼을 앞세운 ‘우베(Ube)’ 열풍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필리핀의 보라색 참마 '우베'는 미국 Z세대 사이에서 ‘틱톡 맛집’ 아이템으로 먼저 부상했는데요. 이국적인 보라색이 주목받으며 국내 카페 업계에서도 관련 메뉴 출시가 늘고 있습니다. 기존 말차 중심의 메뉴를 대신해 우베 라떼와 빙수가 등장했고, 최근에는 맥주와 막걸리 등 주류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건강한 원재료라는 이미지에 강렬한 색감이 더해지며 ‘보는 맛’을 중시하는 젊은 층의 소비를 자극하는 모습입니다.
전통 떡 시장에서도 독특한 유행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광주의 명물 '창억떡 호박인절미'가 그 주인공입니다. 시작은 77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의 광주 여행 영상이었습니다. 출연자들이 기차에서 떡을 먹은 뒤 "차원이 다르다"며 감탄하는 장면이 숏폼으로 퍼지면서 전국적인 '떡픈런' 사태를 불렀습니다.
창억떡 유행에 기름을 부은 건 팬덤의 화력이었습니다. 인기 밴드 데이식스(DAY6)가 창억떡을 직접 추천하며 화제를 모으기 시작하더니, 마침 광주 콘서트가 열리자 공연을 찾은 팬들 사이에서 반드시 사야 할 '광주 필수 굿즈'로 입소문이 번진 것입니다. 로컬 맛집이 강력한 팬덤과 결합해 어떻게 전국구 스타로 등극하는지 보여준 사례입니다.
하지만 이런 화려한 유행 뒤에는 짙은 피로감도 깔려 있습니다. 유행 주기가 한 달 단위로 짧아지다 보니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맛을 보기도 전에 유행이 바뀌어서 따라가기 벅차다"는 하소연이 나옵니다. 자영업자들도 고민이 깊긴 마찬가지인데요. 일각에선 "왜 유행인지 모르겠지만 손님이 찾으니 일단 메뉴에 넣는다"는 냉소적인 반응까지 감지됩니다. 결국 본질적인 맛보다는 SNS 조회수를 높이기 위한 '인증샷용 콘텐츠'로 간식이 소비되면서, 식문화 자체가 너무 소모적으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더 큰 문제는 유행의 수명이 극도로 짧아지면서 시장의 리스크도 그만큼 커졌다는 점입니다. 기업이나 상인들은 유행을 쫓아 투자를 단행할 수밖에 없는데, 정작 본전을 뽑기도 전에 열기가 식어버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겁니다. 지금의 화려한 디저트들이 지속 가능한 트렌드로 남을지, 아니면 조회수 경쟁의 희생양으로 사라질지는 조금 더 냉정하게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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