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론이 분리된 상태에서 공범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거짓 증언을 했다면 이를 위증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조희대 대법원장·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9일 모해위증 혐의를 받는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사건은 건설회사 공무부장으로 근무하던 A씨가 설계 도면과 다르게 시공했는데도 마치 설계 도면대로 공사한 것처럼 사진을 조작해 공사 대금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로 2016년 업체 대표 B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지며 시작됐다. 이후 소송 절차가 분리되면서 A씨와 B씨는 따로 재판을 받게 됐고, A씨는 B씨 사건의 증인으로 소환됐다.
당시 A씨는 B씨로부터 '현장 사진을 조작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등의 허위 진술을 함으로써 B씨를 모해할 목적으로 위증했다는 혐의(모해위증)로 별도 기소됐다. 앞서 1·2심은 A씨의 모해위증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공범인 공동 피고인이 다른 공동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에 대해 증인 적격이 있는지였다. 형사 재판에서 피고인은 자신의 사건에서 진술거부권을 갖고, 피고인으로서 한 진술은 위증죄로 처벌받지 않는다. 반면 증인으로 재판에서 증언에 나설 경우 허위 증언을 하면 위증죄가 성립된다.
2008년 대법 판례를 비롯해 다수 판결에서는 소송 절차가 분리돼 피고인의 지위를 벗어나게 되면 다른 공동 피고인의 공소사실에 대한 증인이 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때 만일 피고인이 증인 자격으로 거짓 증언을 했다면 위증죄가 성립될 수 있는 것이다.
대법원도 기존 판례와 같은 입장을 유지했다. 엄상필 대법관은 "당사자인 피고인을 제외한 제3자는 누구나 증인이 될 수 있다"며 "공범인 공동 피고인이라고 하더라도 소송 절차가 분리된 다른 공동 피고인의 소송 절차에서는 더 이상 피고인의 지위에 있지 않으므로 증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마약 범죄, 전기통신 등의 조직적 공모 범행을 언급하며 "(이런 범죄의 경우) 객관적 물증이 존재하기 어려운 유형으로 공범의 진술로만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하는 진술의 정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이를 어길 때에는 위증의 벌을 명확히 하고, 그다음 증인신문을 하는 것이 피고인 신문보다 적합하다"고 밝혔다.
다만 오경미 대법관은 소수 의견을 냈다. 오경미 대법관은 "소송 절차의 분리가 일시적으로 이뤄진 경우 다른 공동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해 증인으로 진술하더라도 해당 피고인이 '자신의 범죄 혐의 사실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진술을 한 부분'에 대해서는 그에게 증인 적격을 인정할 수 없고, 허위 진술했더라도 위증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오 대법관은 소송 절차가 일시적으로 분리된 상태에서 증인으로 채택돼 증인신문을 받더라도 피고인 자신의 혐의와 관련된 질문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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