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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12시, 서울 잠실 롯데 에비뉴엘 6층 더 페어링. 하얀 조리복을 입은 셰프가 상기된 표정으로 한국 기자들 앞에 섰다. 영화 ‘대부’의 거장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세운 와이너리의 맛을 책임지는 팀 보델(Tim Bodell) 총괄 셰프다. 아영FBC가 코폴라 와인의 국내 공식 론칭을 기념해 마련한 이날 행사는 단순한 시음회를 넘어, 와인과 음식, 그리고 영화가 버무려진 하나의 필름 같았다.
사실 코폴라 와인은 예전에도 국내에 수입된 적이 있으나, 이번에 아영FBC로 수입·판매 파트너를 바꾸며 시장의 기대감이 커졌다. 아영FBC는 국내 와인 대중화를 이끈 1세대 와인 수입사로서의 저력뿐만 아니라, 일반인 대상 ‘마피아 게임’ 이벤트를 준비하는 등 독창적인 마케팅에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거장 감독의 영화적 서사를 단순한 술이 아닌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풀어내는 아영FBC의 노하우가 이번 파트너십의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최근 국내 수입 와인 시장은 코로나19 특수 이후 부침을 겪고 있다. 2024년 상반기 기준 와인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4% 감소했으나, 수입 금액은 약 7% 하락에 그쳐 병당 수입 단가는 오히려 상승하는 추세다. 이는 단순히 저렴한 와인을 대량 소비하던 시대를 지나, 소비자들이 보다 고품질의 와인을 선별해 즐기는 양극화와 프리미엄화가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코폴라 와인이 위치한 미국 와인은 국내 수입 시장에서 수입 금액 기준 2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핵심 산지다. 업계 관계자는 “저가 와인에서 입맛을 키운 소비자들이 이제는 단순한 가성비를 넘어 확실한 스토리와 품질을 찾기 시작했다”며 “코폴라 와인은 풍성한 서사와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가성비를 넘어 ‘가심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스텝업(Step-up) 수요를 정조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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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테이블 위에는 코폴라 감독의 철학이 담긴 ‘다이아몬드 컬렉션’과 ‘디렉터스 컷’ 라인업이 올랐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한국 식재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팀 보델 셰프의 감각이다.
첫 번째 코스로 나온 ‘도미 크루도’에는 향긋한 미나리와 볶은 깨가 곁들여졌다. 팀 보델 셰프는 “한국과 캘리포니아, 유럽의 맛을 모두 콜라보했다”며 “섬세한 도미의 맛을 살리기 위해 유자 소스와 엑스트라 버진 오일로 산뜻함을 더했다”고 설명했다. 이 요리는 코폴라 감독의 초기작인 영화 ‘아웃사이더(The Outsiders)’ 영상과 함께 서브되어, 마치 영화의 첫 장면을 맛보는 듯한 경험을 선사했다.
메인 요리인 ‘진갈비(Prime Short Rib)’가 등장하자 장내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보통 미국 카베르네 소비뇽 하면 떠오르는 무겁고 뻑뻑한 탄닌 대신, 코폴라의 ‘디렉터스 컷 카베르네 소비뇽’은 부드럽고 유연한 질감을 뽐냈다.
팀 보델 셰프는 “소노마 지역의 와인은 나파밸리처럼 무겁지 않아 한국의 육류 요리와 환상적인 궁합을 보여준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공기와 만나 맛이 변하는 와인의 매력이 육즙 가득한 갈비와 만나 인내심을 보상받는 기분”이라는 호평이 터져 나왔다.
스크린 속 거장의 미학이 한국의 식탁 위로 내려앉은 오후. 코폴라 와인은 이제 막 와인의 세계에 발을 들인 초심자부터,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와인을 경험하고 싶은 중급 소비자들에게 가장 친절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그동안 ‘가성비’에 집중해 만 원대 와인에 머물렀던 소비자라면, 코폴라 와인이 제공하는 탄탄한 서사와 페어링의 묘미는 분명 새로운 미식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 것이다. 훌륭한 품질과 합리적인 중가 가격대를 동시에 잡은 코폴라 와인은, ‘조금 더 좋은 와인’에 도전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가장 완벽한 시음용 초대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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