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가까워질수록 입맛은 자연스럽게 달라진다. 기름진 음식보다 속이 편한 국이나 담백한 반찬을 찾게 되는 시기다. 이때 자주 떠오르는 채소가 봄동이다. 잎이 얇고 넓게 퍼진 형태라 짧은 시간에도 부드럽게 익고, 씹을수록 은은한 단맛이 올라온다. 강한 양념 없이도 충분히 맛을 낼 수 있어 제철에 특히 많이 쓰인다.
최근에는 봄동을 활용한 간단한 요리들이 빠르게 퍼지면서 다시 관심이 모이고 있다. 비빔밥이나 집밥 형태로 활용하는 방식이 확산되며 관련 검색량이 늘었고, 유통 현장에서도 판매량과 가격이 함께 움직이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해외로 나가는 물량이 증가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봄동은 새롭게 등장한 식재료가 아니다. 오래전부터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 꾸준히 먹어온 채소다. 일반 배추처럼 속이 단단하게 차지 않고 잎이 넓게 퍼지는 형태가 특징이며, 납작배추나 떡배추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김장배추가 떨어지는 시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식사 자리를 채우는 역할을 해왔다.
추위를 견디고 자란 잎에서는 자극적이지 않은 단맛이 올라온다. 그래서 별다른 양념 없이도 밥과 잘 어울리고, 여러 방식으로 활용하기 쉽다. 그중에서도 된장국은 봄동의 특징을 가장 안정적으로 살릴 수 있는 조리 방법으로 꼽힌다. 구수한 향과 어우러지면서 채소 본연의 맛이 또렷하게 살아난다.
이번에는 봄동에 무와 두부, 양파를 더해 국물의 깊이와 식감을 함께 살린 된장국을 기준으로 소개한다. 2~3인분 기준으로, 집에서도 쉽게 끓일 수 있다.
◆ 봄동된장국이 봄에 잘 맞는 이유
봄동은 잎이 얇고 수분이 많아 오래 끓이지 않아도 금방 익는다. 또한 국을 끓였을 때 풋내가 길게 남지 않고, 씹으면 단맛이 먼저 올라온다. 비타민 C가 들어 있어 계절이 바뀌는 때에 먹기 좋고, 베타카로틴도 있어 푸른 잎채소 특유의 장점이 살아 있다. 식이섬유가 들어 있어 무거운 음식을 자주 먹은 뒤에도 부담이 덜하다. 칼륨도 들어 있어 짭짤한 국물과 함께 먹을 때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
된장은 발효를 거치며 깊은 맛이 생긴다. 콩이 익어 갈 때 나오는 구수한 향이 국물 중심을 잡아준다. 봄동처럼 단맛이 은근한 채소와 만나면 한쪽이 튀지 않고 서로 잘 붙는다. 고추장은 많이 넣지 않고 반 큰술 안팎만 써야 한다. 그래야 봄동 맛을 가리지 않으면서 색과 감칠맛만 살릴 수 있다. 무는 오래 끓을수록 시원한 맛을 내고, 양파는 국물 끝맛을 둥글게 만든다. 다진 마늘은 많지 않게 써야 된장 향을 덮지 않는다. 청양고추는 먹을 때 입맛을 살려주지만, 맵게 먹지 않는 집이라면 빼도 된다.
된장국이 쉬워 보여도 맛 차이는 의외로 크게 난다. 봄동을 처음부터 오래 끓이면 잎이 너무 물러져 단맛이 죽고, 된장을 한 번에 넣으면 덩어리가 남기 쉽다. 육수도 센 불로 급하게 끓이면 멸치 비린내가 남을 수 있다. 그래서 순서를 조금만 손보면 같은 재료로도 결과가 달라진다. 이번 레시피는 먼저 무와 양파로 국물 바닥을 잡고, 그 다음 육수를 올린 뒤, 된장을 따로 풀어 넣고, 마지막에 봄동을 넣어 짧게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 집에서 끓이는 봄동된장국 레시피
먼저 봄동 1포기는 밑동을 잘라 잎을 한 장씩 떼어낸 뒤 흐르는 물에 여러 번 씻는다. 잎 사이에 흙이 남기 쉬우니 넓은 볼에 물을 받아 흔들어 씻고, 마지막에 한 번 더 헹군다. 너무 잘게 자르지 말고 4~5cm 길이로 큼직하게 썬다. 그래야 끓였을 때 식감이 남고 모양도 살아 있다.
무는 손가락 두께보다 조금 얇게 120g 정도 나박하게 썬다. 양파는 반 개를 채 썰고, 두부는 반 모를 큼직한 사각 모양으로 썬다. 대파는 반 대를 어슷하게 썰고, 청양고추 1개도 얇게 썬다. 다진 마늘은 1작은술 정도 준비한다.
냄비에 물 1.6L를 붓고 다시멸치 12마리, 건새우 15마리 안팎, 다시마 1장을 넣는다. 여기에 무를 먼저 넣고 중불로 올린다. 무를 처음부터 함께 넣으면 국물 맛이 훨씬 시원해진다. 끓기 시작하면 거품을 한 번 걷고 7분 정도 더 우린다. 다시마는 4분쯤 됐을 때 먼저 건져내고, 멸치와 건새우는 7분 뒤 체로 건진다. 원한다면 건새우는 몇 마리 남겨 건더기로 먹어도 괜찮다.
작은 볼에 된장 2큰술 반, 고추장 1/2큰술을 덜고 뜨거운 육수를 국자로 2국자 넣어 미리 풀어 둔다. 이 과정을 거치면 된장이 뭉치지 않고 국물에 고르게 퍼진다. 육수 냄비에 양파를 먼저 넣고 2분 정도 끓인 다음, 풀어 둔 된장과 고추장을 붓는다. 이어 다진 마늘 1작은술과 치킨스톡 1/3큰술을 넣는다. 치킨스톡은 많이 넣지 않아야 한다. 너무 많으면 된장 향보다 인공적인 짠맛이 먼저 올라온다.
양념이 풀어졌다면 두부를 먼저 넣고 한 번 끓인다. 그 다음 봄동을 넣는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봄동을 오래 붙잡지 않는 것이다. 봄동을 넣은 뒤 2~3분만 끓여도 충분하다. 잎이 숨이 죽고 줄기 부분이 살짝 부드러워질 정도면 적당하다. 마지막에 대파와 청양고추를 넣고 30초에서 1분 정도만 더 끓인 뒤 불을 끈다. 간을 본 뒤 싱거우면 국간장 1작은술만 더한다. 소금으로 맞추는 것보다 국간장으로 끝맛을 잡는 편이 된장국에 더 잘 맞는다.
이렇게 끓이면 국물 첫맛은 구수하고, 뒤에는 봄동 단맛이 남는다. 무가 들어가서 답답하지 않고, 양파가 들어가 끝이 거칠지 않다. 두부가 들어 있어 한 그릇만 먹어도 허전하지 않다. 밥과 함께 먹어도 좋고, 다른 반찬이 많지 않은 날 내도 손색이 없다. 여기에 달걀말이나 마른김 정도만 곁들이면 한 끼 구성이 편안하게 잡힌다.
봄동된장국은 겉으로 보면 소박한 국이지만, 재료 하나하나가 제 몫을 한다. 봄동은 달큰함을 맡고, 무는 시원함을 더하고, 양파는 맛을 둥글게 다듬고, 두부는 든든함을 보탠다. 된장은 국 전체를 묶어주고, 멸치와 건새우는 짧은 시간 안에 깊은 감칠맛을 만든다. 그래서 봄에 한 번쯤은 꼭 끓이게 되는 국이 된다. 지나치게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제철 채소의 장점이 분명하게 살아 있기 때문이다.
봄동으로 무엇을 해 먹을지 고민된다면, 가장 먼저 이 국부터 끓여보는 편이 좋다. 양념이 세지 않아 채소 맛을 알아보기 쉽고, 실패할 가능성도 낮다. 게다가 한 번 끓여두면 데워 먹기에도 괜찮다. 다만 다시 끓일 때는 봄동이 너무 물러질 수 있으니, 처음부터 오래 끓이지 않는 편이 낫다. 남길 예정이라면 봄동 일부는 따로 두었다가 데울 때 더해도 좋다. 그 작은 차이만으로도 식감이 훨씬 살아난다.
<봄동된장국 레시피 총정리>봄동된장국>
■ 요리 재료
→ 봄동 1포기, 무 120g, 양파 1/2개, 두부 1/2모, 물 1.6L, 다시멸치 12마리, 건새우 15마리, 다시마 1장, 된장 2.5큰술, 고추장 0.5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치킨스톡 1/3큰술, 국간장 1작은술, 대파 1/2대, 청양고추 1개
■ 레시피
1. 봄동 1포기는 한 장씩 떼어 깨끗이 씻고 4~5cm 길이로 자른다. 무 120g은 나박하게 썰고, 양파 1/2개는 채 썰고, 두부 1/2모는 큼직하게 썬다.
2. 냄비에 물 1.6L, 다시멸치 12마리, 건새우 15마리, 다시마 1장, 무 120g을 넣고 중불에서 끓인다. 끓기 시작하면 다시마는 4분 뒤 건지고, 멸치와 건새우는 7분 정도 우린 뒤 건진다.
3. 볼에 된장 2.5큰술, 고추장 0.5큰술을 담고 뜨거운 육수 2국자를 넣어 미리 푼다.
4. 육수에 양파 1/2개를 넣고 2분 끓인 뒤, 풀어 둔 된장과 고추장을 넣는다. 다진 마늘 1작은술과 치킨스톡 1/3큰술도 넣는다.
5. 두부 1/2모를 넣고 한소끔 끓인 다음, 봄동을 넣어 2~3분만 더 끓인다.
6. 대파 1/2대와 청양고추 1개를 넣고 30초 정도 더 끓인다. 간을 본 뒤 싱거우면 국간장 1작은술로 마무리한다.
■ 요리 꿀팁
→ 봄동은 처음부터 오래 끓이지 않는 편이 좋다. 잎이 금방 물러져 단맛이 줄어든다.
→ 무를 육수에 함께 넣으면 국물 맛이 더 시원해진다.
→ 된장과 고추장은 미리 풀어 넣어야 덩어리 없이 깔끔하다.
→ 남겨서 다시 데워 먹을 때는 봄동을 조금 남겨뒀다가 마지막에 넣으면 식감이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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