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지난 1월28일, 인천시 부평구 쉐보레 직영 인천서비스센터 앞에 트레일블레이저, 말리부, 알페온 등 쉐보레 차량들이 즐비하게 들어섰다. 차량 앞유리에는 “차 좀 고쳐줘” “정비 매각?” “나는 직영정비소에서 차를 고치고 싶다!” 등과 같은 문구가 적혀있었다.
한국지엠이 국내 9개 직영 서비스센터(정비사업소)를 폐쇄하기로 결정하자, 무상점검을 받으러 온 쉐보레 차주들이 피켓에 항의하는 문구를 적어 차량에 올려둔 것이었다. 지난해 11월7일 로버트 트림 한국지엠 부사장은 노조 측에 국내 직영 서비스센터 9곳에 대한 전면 폐쇄 방침을 공식 통보했다. 미국의 지엠 본사는 앞서 한국지엠에 직영 서비스센터 폐쇄 결정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 피해
결정 당시 폐쇄 시점은 이듬해인 지난달 15일. 그보다 앞선 지난 1월1일부터는 자동차 애프터서비스와 관련된 모든 정비서비스 접수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한국지엠은 본사가 위치한 인천을 비롯해 서울, 동서울, 대전, 전주, 광주, 창원, 부산, 원주 등 총 9개 직영 서비스센터를 운영 중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에 따라 올해 1월1일부터 한국지엠 직영 서비스센터에서는 정비 서비스 관련 모든 접수가 일체 중단됐다.
직영 서비스센터 운영 중단은 즉각 소비자 불편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2일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지부장 안규백)는 지난 1월2일부터 같은 달 28일까지 직영 서비스센터에서 정비를 받지 못하고 회차한 차량 규모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전국에서 총 2331대가 서비스센터를 찾았다. 하루 평균 123대가 서비스센터를 찾은 셈이었으나 모두 정비를 받지 못한 것이다.
직영서비스센터 철수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는 판매량으로도 나타났다. 지난달 한국지엠의 자동차 판매량은 927대로 전년 동월(2025년 2월, 1482대) 대비 37.4% 하락했다. 내수와 해외 판매 실적을 종합하면 지난달 총 3만6630대(내수 927대, 해외 3만5703대)를 판매했다.
이는 올해 1월 총 판매량인 4만4703대 보다 18.7%, 전년 동월 대비 7.6%가 하락한 수치로, 전월과 전년 동월 대비 판매가 모두 감소한 것이다. 직영 서비스센터 운영 중단에 따른 여파로 해석된다.
이에 한국지엠 노조는 인천지방법원에 사측을 상대로 직영 서비스센터 폐쇄 등과 관련한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으나 지난달 25일 기각됐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10일 한국지엠 노사는 직영 정비사업소 폐쇄 관련 합의안을 도출했다.
합의안에는 기존 9개 직영 서비스센터 중 대전, 전주, 창원 등 3개 지역의 운영을 유지하되 인천 부평에 하이테크센터를 신설해 운영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곳은 전국에 있는 약 380개 서비스 협력 센터(위탁 정비업체)를 대상으로 기술 지원과 기술 전수, 내수 판매 차량 정비 기술 교육 등을 담당하게 된다.
언뜻 보면 쉐보레 차주들의 정비 서비스 이용에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막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운영을 유지하기로 한 직영 서비스센터 세 곳의 인력은 총 60여명이다. 한 곳당 20여명으로 원래 있던 인력 40여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정비 수요가 몰릴 경우 이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인구와 차량이 가장 많은 수도권 지역에 직영 서비스센터를 한 곳도 두지 않은 점은 문제다.
엄상진 금속노조 한국지엠 대외협력실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부평 하이테크센터의 경우 리콜 및 보증 수리만 실시하고, 오일이나 부품 교환 등의 일반 정비는 받을 수 없다”며 “수도권에 최소한 한 개의 직영센터는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관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직영센터 수도권은 0곳
총 정비인력 60명 불과
이어 “회사는 내수시장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다”며 “차와 고객이 가장 많은 수도권에 직영 센터를 남겨야 한다는 상식적인 생각을 회사는 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지엠 차주들이 직영 서비스센터의 축소 및 폐쇄를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부 교수는 “최근 정비는 진단기 등을 통한 부품 교체가 대부분이라 협력업체를 늘려가는 분위기”라면서도 “한국지엠의 경우 타이밍이 조금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협력업체와 직영 서비스센터 간의 기술적 격차를 줄여 소비자 신뢰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먼저 이뤄져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있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억울하고 화가 날 만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충분히 안심할 수 있는 대책이나 제도적인 부분을 (제조사가)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일요시사>는 이번 직영 서비스센터 폐쇄와 관련한 한국지엠 측 입장을 듣기 위해 한국지엠 관계자에게 구체적인 질의를 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취재진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수차례 말을 끊으며 사측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주장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고객들이 협력 서비스센터에서 서비스를 받았을 경우의 차이에 대한 어떤 불평이나 불만이 접수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굳이 직영 서비스센터를 이용하지 않아도 서비스 품질에는 차이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기사 초반에 언급했던 바와 같이, 올해 초 한국지엠 직영 서비스센터 앞에서는 직영 서비스센터 폐쇄에 항의하는 쉐보레 차주들의 시위가 있었다. 한국지엠 관계자의 주장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전문가의 주장 역시 달랐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부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위탁 정비업체(협력 서비스센터)보다는 직영 서비스센터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위탁 업체와 직영 서비스센터 간의 기술력 차이나 신뢰도 등에 대한 부분을 기업이 책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직영 서비스센터를 축소하더라도 위탁업체가 정비 서비스 품질에서 차이가 없고, 위탁업체도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을 한국지엠이 미리 보여줬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게 이번 사태의 핵심”이라며 “그 원천적인 책임은 제조사(한국지엠)에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런 신뢰를 심어주지 못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직영 서비스센터를 축소하고 협력업체를 이용해도 서비스 공백이 없다고 하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신뢰가 가지 않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경쟁사 유지 사례 비교 질문에…
“현대차와 기아에 물어봐” 회피
한국지엠 관계자는 또 현대차·기아 등 경쟁사의 직영 서비스센터 유지 사례와의 비교 질문에 “그건 현대차와 기아에 물어보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이어 수도권의 직영 서비스센터 유지 필요성을 묻는 질의에는 “위탁 서비스업체 이용해 봤느냐. 이용 안 해 본 거 아니냐”며 “위탁 서비스 업체를 직접 이용해 보지도 않고 직영 서비스센터 유지의 필요성을 가정하느냐”고 취재진의 개인적 경험 유무를 문제 삼는 핀잔 섞인 대응으로 일관했다.
한국지엠의 사업 지속 가능성과 서비스 인프라 전략에 대해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지 않은 채 일방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소비자의 알 권리와 권익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행위라 볼 수 있다.
해당 관계자는 질문이 남아있음에도 일방적으로 통화를 종료했으며, 다시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국지엠의 경영 실적은 지난 2022년 2766억원, 2023년 1조3506억원, 2024년 1조3572억원으로 최근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기업의 경영 성과가 개선됐음에도, 정작 경영 효율화를 이유로 소비자 권익보호의 최전선인 직영 서비스센터를 대거 폐쇄 및 축소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지엠이 직영 서비스센터 폐쇄의 명분으로 내세운 연간 적자 규모는 300억~4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1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리는 기업이 인프라 유지라는 최소한의 공적 책임을 비용 문제로 치부하며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지엠의 직영 서비스센터 폐쇄 조치는 자동차 사업의 필수 요소인 ‘소비자 신뢰’를 저버리는 결정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한국지엠의 철수설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한국지엠은 지난 2018년 군산공장을 폐쇄하며, 산업은행으로부터 약 8100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았다. 다른 한국사업장을 10년간 유지하는 조건이었다. 유지 기한인 2028년이 내후년으로 다가오면서 철수설도 재점화되고 있다.
엄상진 금속노조 한국지엠 대외협력실장은 산업은행이 한국지엠 지분 17.02%를 갖고 있음에도 “공적자금 투입 이후 아무런 관리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향후 철수를 견제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견제 장치 또한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자동차 제조사의 미래 경쟁력은 지속적인 신차 개발과 생산 능력에서 나온다. 하지만 한국지엠의 상황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엄 실장은 “현재 국내에서 생산 중인 차종은 트레이블레이저와 트렉스 크로스오버 단 두 종류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출시된 지 각각 6년, 3년이 돼 신차 효과가 사실상 소멸하는 시점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일방적 행보
이어 “한국 사업장에 대한 철수 의지가 없다면 신차를 투입해 생산라인을 확보하는 것이 상식적인 수순”이라며 “현재까지 향후 생산이 확정된 신차 계획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지엠이 최근 런칭을 예고한 GMC 브랜드의 아카디아, 캐니언, 허머EV 등은 전량 수입 모델”이라며 “대부분 가격대가 높은 차량이라 판매량 증진을 통한 시장 점유율 향상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했다.
한국지엠의 국내 사업장 지속성에 대해 업계와 소비자들이 근본적인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는 핵심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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