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스토킹 범죄에 대한 ‘강한 잠정조치’ 적용이 최근 스토킹 살해 사건이 발생한 경기북부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를 직접 통제하는 조치의 신청률과 인용률이 낮게 집계되면서 피해자 보호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경기북부경찰청에 따르면 2024년부터 지난해 경기북부 지역 스토킹 범죄 검거 건수는 총 2072건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잠정조치 3의2호) 신청은 30건,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4호)는 196건에 그쳤다.
검거 건수 대비 신청 비율은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1.4%, 유치 조치 9.5% 수준으로 전체 사건 중 약 10%만 가해자의 신체를 직접 제한하는 강한 조치가 시도됐다. 이마저도 실제 조치로 이어진 사례는 많지 않았다. 스토킹 잠정조치는 경찰 신청만으로 집행되는 것이 아니라 법원 인용을 거쳐야 하는데, 그 기준도 엄격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실제 경기북부에서 경찰이 신청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잠정조치 3의2호) 30건 가운데 법원이 인용한 사례는 9건으로 인용률은 30%뿐이었다.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4호) 역시 신청 196건 중 67건만 인용돼 인용률은 34%로 집계됐다.
이 같은 흐름은 전국적으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유치 조치 인용률은 2023년 50.9%에서 2024년 40.9%, 지난해 상반기 37.8%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지난해에는 4호 신청이 1864건으로 전년(1219건)보다 52.9% 증가했지만 인용률은 31.5%에 불과했다.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역시 2025년 기준 858건 신청 중 318건만 인용돼 인용률은 37.1% 수준에 머물렀다. 강도가 낮은 1~4호 전체 잠정조치 인용률이 80%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신체 자유를 직접 제한하는 조치에 대해서만 법원의 허들이 유독 높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강한 잠정조치의 신청과 인용이 모두 낮은 배경에는 법원이 유죄 확정 이전 단계에서 가해자의 신체 자유를 직접 제한하는 처분으로 엄격하게 바라보는 판단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장의 위험성이 재판 단계에서 충분히 반영되기 어려운 점도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기관은 피해자 진술과 반복 신고, 현장 정황 등을 토대로 긴박성을 체감하지만 법원은 반복성·즉시성·상당성을 문서와 법리로 따져야 하는 만큼 실제 현장의 위협이 서류화되는 과정에서 약화되고 결과적으로 강한 잠정조치의 문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결국 스토킹 범죄가 검거되더라도 가해자의 신체 자유와 개인정보를 직접 제한하는 강한 잠정조치는 법적 근거와 제도적 기반의 한계로 인해 현장에서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곽대경 교수는 고위험 스토킹 가해자에 대한 강한 잠정조치가 실제로는 가해자의 신체 자유와 개인정보를 직접 제한하는 문제와 맞물려 있어 제도 운용 과정에서 한계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위험성이 있는 가해자를 사전에 파악하고 대응하려면 결국 그 사람의 행동이나 개인정보를 일정 부분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며 “이 과정에서 개인의 기본권과 인권 침해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 안전을 위해 일정 수준의 권리 제한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며 “지금처럼 제도적 기반 없이 대응 강화를 요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결국 입법을 통해 기준과 범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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