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 기자의 서평 talk] 황지우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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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진 기자의 서평 talk] 황지우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

서울미디어뉴스 2026-03-19 12:10:00 신고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서울미디어뉴스]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서평 talk]

황지우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은 ‘기다림’이라는 감정을 가장 섬세하게 포착한 시 가운데 하나다. 이 시에서 기다림은 단순히 시간을 견디는 행위가 아니라, 마음 전체가 흔들리는 경험으로 묘사된다.

시의 초반부는 기다림의 감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누군가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의 것처럼 들리고, 나뭇잎이 스치는 작은 소리조차 마음을 두드린다. 기다리는 사람에게 세상의 모든 움직임은 결국 한 사람을 향해 연결된다. 그래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다른 사람이 되는 순간이 반복된다.

이 시가 특별한 이유는 기다림의 의미를 단순한 정지 상태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중반부에서 시의 방향은 크게 전환된다. 화자는 깨닫는다. 자신이 기다리고 있는 동안에도 사실은 상대에게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라는 구절은 이 시의 핵심이다. 기다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마음이 상대를 향해 이동하는 시간이다. 비록 같은 자리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다리는 사람의 시간은 이미 상대를 향해 흘러가고 있다.

또한 시는 사랑의 시간을 ‘아주 먼 데서 오고 있는 너’라는 이미지로 확장한다. 사랑하는 사람은 단순히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긴 시간과 먼 거리 속에서 서서히 다가오는 존재로 그려진다. 그래서 기다림은 단순한 현재의 감정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다가가는 긴 여정이 된다.

황지우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은 사랑을 조용한 움직임으로 설명한다. 기다리는 사람은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마음 깊은 곳에서 끊임없이 상대에게 다가가고 있다.

이 시는 말한다.

기다림이란

누군가가 오기를 멈춰 서서 바라보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을 향해 마음이 조금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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