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시의 '위양지'는 밀양 8경 중 하나로, 신라시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축조된 저수지다. 본래는 ‘양양지’라는 이름으로 불렸으나, 선량한 백성을 위한다는 뜻을 담아 위양지라는 이름을 얻었다. 세월이 흐르며 인근에 대규모 가산저수지가 들어서면서 본래의 수리 시설로서의 기능은 예전보다 줄었지만, 대신 빼어난 풍광을 품은 쉼의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못 가운데에는 다섯 개의 작은 섬이 떠 있고, 그중 하나에는 1900년에 세워진 안동 권씨 문중의 정자인 완재정이 자리해 고즈넉한 분위기를 더한다.
위양지, 5월의 함박눈 / 뉴스1
위양지의 가장 큰 볼거리는 저수지 둘레를 따라 이어진 이팝나무 군락이다. 해마다 늦은 봄(4월 말~5월 초)이면 이팝나무꽃이 하얀 쌀밥을 떠올리게 할 만큼 풍성하게 피어나 수면 위로 눈이 내려앉은 듯한 풍경을 만든다. 이팝나무는 예부터 한 해의 풍년을 점치는 나무로 여겨지기도 했는데, 꽃이 만개한 모습이 풍성한 흰 쌀밥을 닮았기 때문이다. 특히 맑은 날 잔잔한 수면 위로 비치는 완재정과 이팝나무의 모습은 위양지만의 인상적인 장면을 보여준다. 사계절 내내 울창한 왕버들과 소나무 숲이 연못과 어우러져 있어 산책로를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차분해진다.
위양지 풍경 / 밀양시 문화관광 VR 캡처
위양지 이팝나무 / 밀양시 제공-뉴스1
위양지 산책을 마친 뒤에는 차량으로 15분 안팎 거리에 있는 국보 영남루까지 함께 둘러보는 일정도 좋다. 영남루는 우리나라 3대 누각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곳으로, 밀양강을 내려다보는 탁 트인 조망과 정교한 건축미로 잘 알려져 있다. 밀양의 지역 먹거리를 함께 즐기고 싶다면 인근 향토 음식점에서 따뜻한 돼지국밥을 맛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진하게 우려낸 육수에 부드러운 수육을 더한 밀양식 돼지국밥은 여행길의 허기를 달래기에 잘 어울리는 음식으로 꼽힌다. 여기에 3월 제철을 맞은 미나리와 함께 즐기는 삼겹살이나 은어 요리 역시 이 지역의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별미다. 풍경을 둘러본 뒤 지역의 맛까지 함께 경험하면 밀양이라는 여행지가 한층 또렷하게 기억된다.
영남루 야경 / 밀양시 문화관광 홈페이지
위양지는 연중 상시 개방되며, 별도의 입장료나 주차료도 없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다. 이른 아침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시간이나 해 질 녘 노을이 비칠 무렵에 찾으면, 계절과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위양지의 분위기를 더욱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 화려하게 꾸며진 관광지라기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자연스럽게 풍경을 빚어온 공간에 가까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둘러볼수록 그 매력이 또렷해진다. 봄철 이팝나무가 절정을 이루는 시기에는 더욱 많은 이들이 찾지만, 다른 계절에도 물가와 숲, 정자가 어우러진 차분한 풍경 속에서 위양지만의 고유한 정취를 충분히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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