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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법안 최종안을 발표한 지 하루 만인 18일 김어준씨의 유튜브에 출연해 뒷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 여권 내부에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장인수씨의 ‘공소 취소 거래설’을 여과 없이 유통시킨 김어준 방송을 두고 친명계를 중심으로 ‘출연 보이콧’까지 선언한 상황에서 정 대표가 굳이 그 채널을 택한 것은 계파 갈등을 자극하며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키우려는 행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정 대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김어준 방송에 출연함으로써 당에서 우물쭈물하던 의원들에게 ‘출연해도 괜찮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주장이 나옵니다. 정 대표가 김씨의 사과 여부와 상관없이 확인되지도 않은 설을 퍼뜨려 검찰개혁 과정을 상당히 오염시킨 김어준 채널에 대해 사실상 면죄부를 준 셈입니다.
특히 정 대표가 출연해 사실과 부합하지 않은 ‘미확인 사안’에 대해 마치 진실인 것처럼 상황을 호도한 것도 입길에 오르고 있습니다. 정 대표는 중수청 및 공소청 설치법 합의 과정에서 불거진 당정청 불협화음에 대해 “정부에서 TF를 만들어 당과 충분히 소통해야지 왜 그걸 제대로 그렇게 하지 않았느냐는 뜻으로 이해한다”며 정부 책임론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어준씨도 “대통령은 정부 사이드의 질책이었던 것 같다”며 거들어줬습니다.
그런데 정 대표가 정부 책임론을 제기한 것 자체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우역곡절 끝에 검찰개혁안이 통과된 것에 대해 집권여당 대표가 ‘모든 갈등을 봉합하고 완결돼 다행이다’ 정도의 멘트만 할 수도 있는데도 굳이 정부 책임론을 꺼내던 것은 누가 봐도 자신의 책임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라는 것입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 대표가 검찰개혁안 추진 과정에서 논란을 잠재우려 하거나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 오히려 뒷짐 지고 있다가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긴급회의를 통해 강경파의 요구를 대거 수용하면서 개혁안이 완성됐다. 이 과정에서 당 대표는 무엇을 했느냐는 지적도 나왔다”라고 말했습니다.
검찰개혁은 그동안 정부안 발표 이후 강경파의 반발과 자문위원장 사퇴, 청와대·여당 간 이견 노출이 이어지는 동안 정청래 대표는 “입법 최종 책임은 국회에 있다” “얼마든지 수정 가능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한 발 떨어져 있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당에서 충분히 논의하라, 정부는 그 의견을 수렴하라”고 지시하며 직접 교통정리에 나섰습니다.
이 대통령의 ‘지시’는 당대표가 당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정부에 안을 확실히 전달하라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련의 당대표 중심 문제해결은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만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해결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는데 이는 자신에 대한 공치사라기보다 당대표의 역할에 대한 간접적인 지적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청래 대표가 김어준 채널에 나가 적반하장식의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자 청와대에서 불쾌감을 드러냈다는 전언도 나옵니다. 물론 검찰개혁이라는 이재명 정부 최대의 과제를 1차 마무리한 것에 대해 당대표가 충분히 자신의 역할론을 부각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 대표가 논란이 되고 있고 자신과 ‘절친’인 김어준 채널에 굳이 나가 정부 책임론으로 사실을 왜곡하려 하고, ‘이심정심’이라며 자신을 이 대통령과 동격으로 놓으며 대권주자 행보를 취한 것에 대해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청래 대표의 김어준 채널 출연은 크게 세 가지 요소를 주목해봐야 합니다. 먼저 정치적 도의의 문제입니다. 검찰개혁 최종안은 당정청 조율의 결과이며 무엇보다 이재명 대통령의 결단과 양보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 대표는 김어준 방송에 나가 자신이 청와대와 거의 직접 협의한 듯한 인상을 준 것은 그 성과를 ‘이재명 대통령의 공’으로 돌리는 겸양이 아니라 자신의 결단과 실력으로 셀프 포상한 셈입니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의 공을 차지하는 경우는 있어도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공을 가로채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닙니다. 위계질서에 관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국정 최고 지도자로서 이번 검찰개혁의 뒷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청와대를 제치고 자신이 특정 채널에서 셀프 칭찬한 것은 무엇보다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도 하고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것이 두 번째 요소입니다. 이번 검찰개혁 논란과 정 대표의 김어준 채널 출연을 계기로 민주당의 계파 분화가 더욱 또렷이 드러났습니다. 지금 여권은 겉으로는 친명 체제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청래 김어준 등 범 친문 계열의 오래된 당 주인의식과 자파 대권 주자 배출이라는 정치적 지향점을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정청래 대표가 친명계의 견제와 비판을 받는 김어준 채널에 보란 듯이 출연한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김어준과 함께 대권 경쟁에 뛰어들겠다”는 노골적인 선언이기도 합니다. 당대표의 단순한 언론플레이가 아니라 계파 눈치 보지않고 대권에 올인하겠다는 정치적 야심이 정 대표의 발걸음을 김어준으로 향하게 한 것입니다. 정청래 대표가 지금까지 계속 논란을 야기한 근본 원인은 바로 이러한 자기정치에서 기인합니다.
정 대표의 자기정치는 조기 대권 경쟁을 촉발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김어준 채널 출연의 세 번째 정치적 의미입니다. 정청래 대표의 자기정치는 이재명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를 돕는 게 아니라 역설적으로 이재명 개혁의 최대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개혁 국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성과의 ‘쇼잉’보다 권력 내부의 통합과 협력인데 정 대표는 그런 정치적 질서를 깨버린 장본인입니다. 대통령 임기 초반에 이런 식의 조기 깃발 꽂기는 결국 대통령 권력의 집중을 흐리게하고 개혁을 국정최고과제가 아니라 대권 쟁투의 장으로 변질시킬 수 있습니다.
사실 김어준이 그동안 권위주의 정권에 투쟁하며 여론을 이끌어왔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2017년 부정선거 음모론(K값)을 주장하거나 2021년 세월호 고의 침몰설을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그 후 그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황당무계한 음모론으로 결론 났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그 어떤 책임을 지거나 사과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공소취소 거래설 왜곡 논란에도 그는 사과는커녕 무고 맞고소 운운하며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정청래 대표가 집권여당 대표로서 어떤 매체에 나가 무슨 말을 하든 자유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특정 매체의 편파성이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최소한의 정무적 판단으로 출연을 자제했어야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사실을 왜곡하는 언론은 흉기보다 더 무섭다’고까지 발언했는데 그런 논란이 있는 김어준 채널에 출연한 것은 일종의 ‘항명’으로도 받아들여집니다.
정청래 대표는 지난해 11월 초선 의원 강연에서 “민주당 지지 성향으로 봤을 때 (김어준이 운영하는 친여 성향 커뮤니티) 딴지일보가 가장 바로미터”라며 “거기의 흐름이 가장 민심을 보는 척도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바닥에서는 제가 (SNS 활동을) 제일 많이 할 것”이라며 “(딴지일보 커뮤니티에) 10년 동안 1500번, 평균 이틀에 한 번 글을 썼다”고도 했습니다.
당시 정 대표의 발언이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유야무야됐습니다. 정청래 대표를 보는 정치적 기준은 바로 ‘딴지일보’라는 특정 커뮤니티입니다. 그 사이에 양측의 관계가 틀어지기는커녕 음모론 논란이 있어도 ‘출연 품앗이’까지 해주는 둘도 없는 동지적 관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당료 출신 한 관계자는 “정 대표의 딴지일보 사랑은 소신과 비전에 의해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딴지일보(김어준) 등에 올라타 편하게 꽃가마 정치하겠다는 뜻인 것 같다. 골치 아픈 개혁 이슈나 국정과제가 있을 때 그냥 모르겠고 딴지일보 하자는 대로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면서 “그들 뜻에 따르기만 하면 선거에서도 이길 수 있고 차기도 보장받을 수 있는데 뭐 하러 그런 편한 언덕을 놔두고 불편한 곳에 가서 등을 비비려고 하겠는가”라고 말했습니다.
정청래 대표는 18일 경남 진주를 찾아 현장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개혁에 대해 언급한 뒤 “경남에 오니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립다”고 말했습니다. 정 대표가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노 전 대통령은 노사모를 향해 “여러분은 나를 위한 조직이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모임”이라며 감시와 견제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노무현은 노사모가 민심의 척도라는 식의 견강부회를 하지 않았습니다. 노사모 등에만 얹혀 정치를 하지도 않았습니다. 18일 김어준 채널에 출연한 정 대표의 모습을 보며 ‘지금 정청래는 딴지일보와 김어준의 등에 업혀 편하게 꽃길을 걸으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의구심을 가지는 국민들이 과연 없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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